폴 기스너 나사(NASA) 고다드 우주 비행센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부(副)프로젝트 매니저 미국 버지니아 공대 전기공학과,버지니아대 경영학 석사(MBA) 사진 폴 기스너
폴 기스너 나사(NASA) 고다드 우주 비행센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부(副)프로젝트 매니저 미국 버지니아 공대 전기공학과,버지니아대 경영학 석사(MBA) 사진 폴 기스너

7월 11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특별한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지구에서 무려 46억 광년(1광년이 9조4600억㎞) 떨어진 곳에 있는, 이름도 신비스러운 ‘SMACS 0723’ 은하단 컬러 이미지다. 다음 날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도 남쪽 고리 성운, 스테판의 5중주 소은하군, 용골자리 대성운, WASP-96b 등 먼 우주의 모습을 선명하게 담은 사진을 추가로 공개했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경이로운 우주 사진을 촬영한 것은 제임스 웹(James Webb) 우주망원경이다. 제임스 웹은 허블 우주망원경 뒤를 잇는 차세대 망원경으로, 미국·유럽·캐나다의 우주국이 약 26년간 공동 개발한 현 우주 기술의 결정체다. 망원경에서 빛을 모으는 주경 지름이 약 6.5m로 크고 약 40㎞ 거리에서 1원짜리 동전을 분석할 수 있을 만큼 성능이 뛰어나 우주를 더욱 자세히 관측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 기스너(Paul Geithner) 나사 소속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부(副)프로젝트 매니저는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제임스 웹은 정부와 여러 기관이 힘을 합친 우주 산업계의 거대한 팀 프로젝트였다. 제임스 웹의 개발로 우주 기술이 고도화돼 미래의 다양한 우주 연구가 가능해졌다”며 기쁨을 표했다. 은퇴를 앞둔 기스너 부(副)프로젝트 매니저는 약 25년간 제임스 웹 프로젝트에 매달려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주경은 18개의 정육각형 조각을 이은 벌집 모양이다. 사진 폴 기스너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주경은 18개의 정육각형 조각을 이은 벌집 모양이다. 사진 폴 기스너
용골자리 대성운 비교 사진. 왼쪽이 허블 우주망원경 촬영, 오른쪽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사진 미 항공우주국(NASA)
용골자리 대성운 비교 사진. 왼쪽이 허블 우주망원경 촬영, 오른쪽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사진 미 항공우주국(NASA)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프로젝트에 어떤 기관과 국가가 참여했나. 
“나사,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 그리고 14개국이 함께 개발했다. ESA와 CSA는 나사와 함께 우주 개발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워싱턴 D.C.를 비롯해 미국 29개 주(州)에서 활동한 약 2만 명의 연구진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힘을 보탠 사람이 많다.” 

개발하는 데 얼마나 걸렸나. 
“대략 26년 걸렸다. 1990년 허블 우주망원경이 우주에 발사되기 전인 1980년 중후반에 이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개발) 얘기가 나왔다. 나사가 허블 이후에 사용할 ‘차세대 우주망원경’ 개발 미션을 갖고 공식적인 연구를 시작한 것이 1996년이고, 뒤이어 프로젝트 사무실이 구성됐다. 나는 1991년 허블 우주망원경 비행 시스템 및 정비(Flight System and Servicing) 프로젝트에 투입됐고, 1997년부터 제임스 웹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개발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 
“너무 많았다. 제임스 웹을 우주에 쏘아 올려 우주 미션을 실행하도록 하기까지 수많은 기술 연구와 테스트를 거쳐야 했다. 주경이 워낙 큰 데다, 적외선 파장을 뚫는 데 필요한 민감도와 해상도를 유지하려면 기기들이 극도로 차가운 온도를 유지해야 했다. 또한 주기능 거울과 망원경을 이루는 여러 부위를 접은 상태로 로켓에 실어 하늘 위 목표 장소까지 옮겼는데, 도착 후 원래 설계도대로 정확하게 펼치기 위해 엔지니어들이 고민을 거듭했다. 이를 위해 거대한 진공관에 하드웨어를 넣고 극한의 온도에서 견딜 수 있는지 수없이 테스트했다. 하드웨어가 측정하는 동안 계속 선명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지, 먼지가 전혀 없는 청정 실험실에서 정교한 장비를 이용해 확인했다. 불가피한 문제로 프로젝트가 가로막힐 때도 있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오랜 세월 애썼다.” 


허블 우주망원경과 제임스 웹의 가장 큰 차이점은. 
“허블 우주망원경의 주요 능력은 0.8~2.5 마이크론(microns・100만분의 1m) 정도의 적외선 스펙트럼의 일부를 관측하고 0.1~0.8 마이크론 정도의 자외선과 가시광선까지 감지한다는 것이다. 반면, 제임스 웹은 전자기 스펙트럼(EMS) 안 적외선을 주로 관측하는데, 네 개의 장비가 천체 이미지와 스펙트럼을 포착한다. 뿐만 아니라 가시광선의 황색 부분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 망원경에서 빛을 모으는 주경의 크기 차이도 빼놓을 수 없다. 허블은 직경이 2.4m인 반면, 제임스 웹은 약 6.5m로 천체우주망원경 중에서 가장 크다. 따라서 수집 면적(collecting area)이 허블보다 6.25배 더 넓어 시야 범위가 훨씬 크고 공간 해상도도 굉장히 좋다.”

적외선 관측이 중요한 이유가 있나. 
“물론 있다. 이제 막 형성되는 별과 행성은 가시광선을 흡수하는 먼지 보호막 뒤에 숨어 있다. 적외선은 먼지 보호막을 통과해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자세히 보여준다. 결국, 허블과 제임스 웹은 능력 측면에서 보면 상호 보완적이다. 허블이 개발된 이유 중 하나는 우주의 팽창 속도와 나이를 더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고, 제임스 웹의 개발 목적은 우주가 빅뱅(big bang·우주의 탄생을 가져온 거대한 폭발)으로 생겨난 후 1억 년 정도 됐을 때 태어난 최초의 별과 은하수를 관측하기 위해서다. 제임스 웹은 허블에 비해 더 깊은 우주에 도달해 더 오래된 역사를 관찰할 수 있다.” 

지금 제임스 웹은 어디에 있고,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제임스 웹은 ‘제2 라그랑주 점(L2)’, 즉 태양을 등지고 지구에서 대략 150만㎞ 떨어진 곳에서 돌고 있다. 6개월간의 시험 기간을 거친 뒤 발사·배치돼 작동 온도에 적응했으며, 모든 시스템을 점검한 후 세부 장비를 교정했다. 지금은 발사 전 계획했던 대로 우주 관측을 하고 있다.” 

최근 나사가 공개한 제임스 웹이 관측한 사진은 우주에 대해 무엇을 말해 주는가.
“과학자들은 사진을 받아 이제 막 연구하기 시작한 단계다. 이번에 제임스 웹이 포착한 사진들은 빅뱅 이후 2억5000만 년 후 은하의 존재를 보여주고 있다. 태양계에 있는 물체의 화학 성분과 온도, 다른 별 주변에 있는 행성의 대기 온도, 별과 행성의 형성, 은하계의 진화, 최초의 발광 물체,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 등을 연구할 수 있다.”

제임스 웹이 우주 산업에 시사하는 점은. 
“제임스 웹 프로젝트는 정부와 각국 우주국 및 산업계가 참여한 거대한 팀 프로젝트다. 모두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미래 우주 임무를 위한 고급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고 본다.”

한국은 지난 6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한국의 우주 산업과 기술을 어떻게 보는가. 
“한국 우주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은 전 세계에 잘 알려져 있다. 우주 비행 개발 국가들의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