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방송대 개교 당시 입학 원서를 접수하고 있는 지원자들. 사진 방송대
1972년 방송대 개교 당시 입학 원서를 접수하고 있는 지원자들. 사진 방송대

“방송대 역할은 국민의 ‘학습 복지’를 실현하는 것이다. 지난 50년간 한국방송통신대(이하 방송대)는 저렴한 등록금으로 국민에게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왔다. 지금은 대학을 졸업한 이들의 제2의 교육을 담당하는 평생교육 기관으로 역할이 변모하고 있다.”

고성환 방송대 총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올해로 개교 50주년을 맞이한 방송대 역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1972년 문을 연 방송대는 지난 50년간 총 85만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방송대는 1969년 영국 개방대학(The Open University)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대학교육을 원격교육 방식으로 구현한 교육기관이다.

1972년 5개 학과(경제학과·농학과·가정학과·초등교육과·행정학과)로 시작해, 현재는 총 24개 학과와 대학원 석사 과정을 운영하는 종합대학으로 성장했다.

고 총장은 “10년 전부터 고등학교 졸업 후 방송대에 입학하는 학생 수보다 3학년 편입생이 더 많아졌다”며 “요즘은 대학 졸업장이 필요해 방송대에 진학하기보다는 일종의 평생교육 차원에서, 대학 졸업 후 다른 전공에 대한 공부가 추가로 필요해 입학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고성환 한국방송통신대 총장 서울대 국어국문학 학·석·박사,전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사진 방송대
고성환 한국방송통신대 총장 서울대 국어국문학 학·석·박사,전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사진 방송대

방송대의 강점은.
“저렴한 등록금과 질 높은 강의 콘텐츠다. 해외에서 운영되는 방송대의 경우 일반대학 등록금 액수와 비슷하거나 더 비싼 경우가 많다. 국내 방송대는 일반대학 대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교육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데 기여를 해왔다. 방송대 특성상 정원 제한이 없어 많은 이에게 교육의 기회를 보장할 수 있었다. 50년간 축적된 원격 강의 노하우와 질 높은 강의 콘텐츠도 우리 대학의 강점이라고 본다.”

콘텐츠 경쟁력은 어떻게 키웠나.
“방송대 교원이 현재 167명이다. 재학생 수인 10만 명에 비하면 매우 적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과목의 수업을 방송대 소속 교원이 직접 해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이 방송대 강의 콘텐츠 발전을 견인했다고 본다. 외부 전문가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두고, 이들을 초빙해 강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유연한 운영을 통해 강의 콘텐츠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대학원 과정도 방송대에 있다고 들었다.
“방송대 대학원은 국내 최초의 국립 원격대학원이다. 2001년 4개 학과로 출발해 현재는 19개 학과의 석사 학위 과정으로 확대됐다.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지만 줌 강의와 이메일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학생들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언제든지 교수와 질의응답이 가능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석사 과정만 제공하지만, 교육부 인가 등을 받아 향후 박사 과정 개설도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대학원 운영 경험이 있는데, 방송대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도 가능하지 않나.
“방송대의 설립 목표 자체가 고등교육의 대중화를 통해 국가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국가 인재를 양성한다는 측면에서 로스쿨도 방송대가 운영할 수 있다고 본다. 로스쿨이 비싼 학비 등으로 ‘제2의 음서제’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때문에 방송대 로스쿨이 몇 년 전부터 자주 회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희망 사다리로서 방송대 로스쿨이 결정적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가장 어려운 부분은 사립대학들의 반대다. 국회나 교육부에서도 대승적 차원에서 큰 결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방송대에서도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할 것이다.”

방송대 로스쿨이 도입된다면, 선발 방식이 기존 로스쿨과 동일해야 한다고 보나.
“방송대 로스쿨은 기존 로스쿨과는 설립 취지가 다르다. 기존 로스쿨은 정해진 소수의 인원을 제한적으로 입학시키지만, 방송대는 그러한 제약으로부터 자유롭다. 많은 이에게 입학해 공부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본다. 직장 생활로 기존 로스쿨 진학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입학해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로스쿨의 학생 선발 방식인 학점, 영어 점수, 법학적성시험(LEET) 평가와는 다른 방송대만의 입학 전형이 필요하다고 본다.”

직장인을 위해 프라임 칼리지 과정을 운영한다고.
“기존의 방송대 과정보다 조금 더 개방적이고 유연하게 운영하기 위해 2012년 4월 별도로 설립한 교육 과정이다. 직장에 다니는 학생 입장에서는 정규 학위 과정을 병행하기가 부담스러운데, 평생교육 과정으로 수업을 들으며 학점을 따다가 나중에 학위 과정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기존 방송대에는 개설하지 않은 메카트로닉스, 인공지능(AI) 전공 등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실용적인 학과들로 편제를 구성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학기에는 지원자가 전년 대비 158% 증가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1970년대 방송대 초창기에 오프라인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 사진 방송대
1970년대 방송대 초창기에 오프라인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 사진 방송대

최근 방송대 유튜브 채널이 구독자 50만 명을 넘었다.
“지금은 영상의 시대다. 유튜브라는 영상 플랫폼을 활용해 우리가 잘하는 방송 콘텐츠를 접목한 결과다. 방송대는 ‘방송대 지식+’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총조회 수가 1억6000만 뷰를 넘었고, 올해 7월 처음으로 50만 구독자를 돌파했다. 최근 구독자 수는 56만 명에 달한다. 국내 대학교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 50만 명을 넘긴 건 방송대가 처음이다. 지식 콘텐츠에 방송대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 기획 능력이 더해진 덕분이다.”

방송대의 메타버스 전략은.
“최근 2~3년, 대학가에서도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열풍이 불고 있다. 많은 대학이 메타버스 캠퍼스를 만들고 학생들의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대학 캠퍼스에도 메타버스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대는 메타버스 환경에 가장 적합한 대학이라고 자부한다. 기존의 방송·통신 인프라를 최대한 살려 메타버스 시대를 선도하는 대학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방송대의 미래 역할은.
“학습 복지를 실현하고 이를 더 강화하는 것이다. 학습 복지란 국민 모두가 고등교육을 받을 권리를 누리는 것을 말한다. 일례로 방송대에 대학원 과정을 설립한 것도 학습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국민의 학습 복지를 실현하는 데 방송대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은 학생들이 등록금을 내고 입학하지만, 언젠가는 무상으로 모든 국민이 방송대에 입학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의 장기적인 목표다. 현재 방송대 1년 운영 예산으로 약 1500억원이 소요된다. 정부 예산 지원이 늘어난다면, 방송대 무상 교육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보통 정부의 국립대 국고 지원율은 50%가 넘는데, 방송대의 국고 지원율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