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권 우리자산운용 대표 서강대 경제학 학사·경영학 석사, 숭실대 경영학박사, 전 국민은행 신탁부장, 전 공무원연금공단자금운용단장(CIO), 전 하이자산운용 대표 사진 박상훈 조선일보 기자
최영권 우리자산운용 대표 서강대 경제학 학사·경영학 석사, 숭실대 경영학박사, 전 국민은행 신탁부장, 전 공무원연금공단자금운용단장(CIO), 전 하이자산운용 대표 사진 박상훈 조선일보 기자

2022년 주식은 물론 채권, 부동산, 코인 등 세계 투자 자산 가치가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확산 이후 주가가 폭락하자 자산 시장에 진입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던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의 손실은 막대했다. 특히 MZ 세대의 좌절감이 컸던 것은 지난 10년 동안 주식 시장에 이렇다 할 침체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주가가 폭락했던 2008년 이후에는 주가가 대세적으로 상승하는 시기였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폭락했지만, 개인 투자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가는 오히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자산 시장의 침체는 MZ 세대가 경험한 첫 위기였던 셈이다.

최영권 우리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실수하지 않는 투자자는 없고, 당장 돈을 잃었다고 해서 투자에 대한 믿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며 “종목 선택과 포트폴리오 구성의 근간이 되는 운용 철학을 지키는 것이 정석”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2021년 코인과 밈 주식(meme stock·온라인에서 입소문이 퍼져 매수세가 몰리는 유행성 주식) 열풍은 일종의 도박이었지 투자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부(富)를 축적하겠다는 목표로 ‘바구니에 달걀을 한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면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89년 7월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한 최 대표는 30년 넘게 주식을 운용한 펀드 매니저다. 2019년부터 우리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다음은 최 대표와 일문일답.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30년 동안 주식을 운용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세계 헤지펀드의 양대 산맥이던 ‘타이거펀드’와 ‘퀀텀펀드’가 잇따라 청산된 지난 1999~2001년 동양자산운용 주식운용부장을 지낼 당시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조지 소로스의 퀀텀 펀드와 줄리언 로버트슨이 1980년에 설립한 타이거펀드는 수많은 헤지펀드가 난립했던 1970~80년대 높은 수익률을 내며 승승장구했다. 철저한 경제 분석을 바탕으로 복잡하게 설계된 파생상품을 활용한 것은 물론 영국 중앙은행을 상대로 파운드화를 마구 팔아 ‘환율 전쟁’을 벌여 수조원을 벌어들이는 투자 전략을 활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펀드는 1999~2000년 잇따라 청산됐다. 타이거펀드는 단기 투자 대신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 주식을 장기 보유하고, 성장 가능성에 비해 주가가 비싼 기업은 과감하게 공매도하는 기법을 썼다. 1999년 기술주가 급등할 당시 이를 공매도했는데, 투자 손실이 불어나며 펀드를 정리해야 했다. 기술주에 자금을 투자한 퀀텀펀드는 이듬해 닷컴버블 사태로 나스닥이 폭락하자 청산됐다.

당시 우리나라 주식 시장도 초토화됐다. 2000년 1월 4일 1059포인트에서 시작한 코스피 지수가 그해 말 500포인트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듬해 9·11 테러 직후에는 460포인트 수준까지 밀렸다. 당시 1조5000억원 규모 펀드를 운용하던 시절이었다.”

위기를 지나며 얻은 교훈은 무엇인가.
“경기나 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는 대위기 역시 미리 대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예상하기 어려운 팻테일(fat-tail) 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리 알고 피해 갈 수 있는 투자자는 없다.”

너무 상식적인 이야기 아닌가.
“그렇다. 하지만 2021년 코인과 주식 시장에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음)족이 대거 등장한 것은 이런 상식을 간과했다는 방증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2021년 상승장에서 투자자들이 ‘FAANG(페이스북(현 메타)·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으로 불리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주식과 소문에 매매하는 밈 주식, 코인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것은 닷컴버블의 데자뷔 같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국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세계 자산 가격이 오르자, 많은 투자자가 단기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면서 레버리지를 일으켜 확보한 자금을 베팅하는 도박에 나섰다. 하지만 예상보다 일찍 이뤄진 강도 높은 통화 긴축과 경기 침체 우려에 자산 가격이 하락하자 도박은 거대한 손실로 돌아왔다.”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투자에 나섰다가 돈을 잃었더라도 후회해서는 안 된다. 뼈아픈 교훈을 얻는다면 그 투자는 실패한 게 아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투자 원칙은 한 개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보다 분산 투자하고, 일정 부분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닷컴버블로 주가가 폭락할 당시 가치주와 성장주의 차이가 컸다. 한 종목에만 투자해서는 필패(必敗)한다. 또 자산 가치가 떨어졌을 때를 대비해 일부 현금을 확보해 놓으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결국 주식 투자를 계속 해야 하는 것이 답이라는 말인가.
“단기 수익을 얻기보다 장기간 부(富)를 축적하기 위한 목표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 온라인에서 얻은 가벼운 주식 정보는 피하고, 절세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주식 시장에서 좋은 매수 타이밍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월간 글로벌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방식도 추천한다. ETF는 거래세가 낮고 투자 효율성이 크다.”

젊은 투자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MZ 세대의 재정적인 여건은 아직 불리하지만, 그들이 가진 시간은 더 큰 자산이다. 시장이 하락하면 더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고, 장기 수익률은 앞으로 수십 년 후에 더 높아져 그만큼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 사회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식견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독서, 가격 변화에 투자하기보다 기업 가치의 성장에 투자한다는 사고, 단순히 정보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분석해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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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 주식(meme stock)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는 주식을 일컫는다. 2020년 미국 비디오게임 유통체인 게임스톱의 공매도 사태를 통해 조명받기 시작했다. 당시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의 공매도에 맞서기 위해 게임스톱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했고, 한 주에 10달러(약 1만2300원)대였던 주가가 340달러(약 41만8200원)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후 일부 증권사들이 과도한 변동성을 이유로 게임스톱의 주식 거래를 제한하면서 당시 주가가 40달러(약 4만9200원)까지 폭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이때 많은 개인 투자자가 피해를 봤다. 영화관 체인 ‘AMC’와 가정용 생활용품 소매점 체인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도 대표적인 밈 주식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