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 부산신항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박스. 사진 연합뉴스
부산광역시 부산신항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박스. 사진 연합뉴스

“지지율 떨어지니 급히 생색내는 것 아니냐.” “사실상 공무원과 대기업 종사자만 좋은 걸 갑자기 왜 하는지 모르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 21일 국무회의에서 8월 1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겠다고 밝히자 각종 포털의 관련 기사에는 이런 댓글들이 달렸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임시 공휴일이 지정된 탓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에 따라 토요일인 광복절(8월 15일)에 이어 월요일인 8월 17일까지 사흘 연휴가 됐다. 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여름 휴가철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내수를 진작시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하고 공장 가동률이 낮아져 휴직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어느 정도 정책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7월 20일 ‘임시 공휴일 지정의 경제적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이번 임시 공휴일 지정에 따라 약 4조2000억원 규모의 생산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생산 유발 효과란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최종 수요 발생이 직간접적으로 전 산업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뜻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앞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임시 공휴일 때 냈던 보고서에서는 약 1조3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추산했는데, 이번에는 세 배 이상 커졌다. 이는 8년 새 한국 경제 규모가 성장한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상 유발계수를 기준으로 생산 유발 효과를 자체 추산했는데, 8년 새 경제 규모가 커진 게 유발계수에 반영돼 효과 규모가 커졌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의 위세가 여전한 만큼 임시 공휴일이 지정되더라도 과거만큼 내수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번 보고서에서 국민 50%가 쉬는 경우를 상정하고 생산 유발 효과를 추산했지만,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이라 실제로 지갑을 여는 사람이 이보다 적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소비지표는 여전히 좋지 않은 상태다. 한국은행의 ‘2020년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6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81.8로 5월(77.6)보다 4.2포인트 상승했다. 2월(96.9) 이후 넉 달 만에 80선을 회복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 2008년 9월(90.6)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CSI는 100보다 높을 경우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주관적인 기대심리가 과거 평균(2003년 1월~2019년 12월)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임을 나타낸다.

더 큰 문제는 임시 공휴일이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에는 직격탄을 날린다는 점이다. 수출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관계자는 “휴일 증가로 인한 조업 일수 감소는 수출에는 중대한 악재”라고 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수출에는 악영향이 예상되지만, 내수를 중심으로 분석한 이번 보고서에는 수출 부문이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했다. 통상적으로 조업 일수가 하루 줄면 월 수출액은 5%가량 감소한다. 과거 메르스 사태 때 임시 공휴일 지정 사례에서는 월 수출액이 약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 감소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한국 수출은 미·중 무역전쟁에 이은 코로나19 사태로 이미 최악의 상황이다. 관세청이 7월 21일 발표한 수출입 동향(잠정) 자료에 따르면 7월 1∼20일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 감소한 246억달러(약 29조4700억원)에 머물렀다. 일평균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감소했다. 산업부 안팎에서는 8월 1일 발표하는 7월 월간 수출액이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올해 상반기 누적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감소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자동차와 석유 제품 같은 대표 품목의 수출 부진이 지속하고 있고, 해외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8월 임시 공휴일 지정은 하반기 수출 반등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7월 17일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7월 17일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수출 반등 어려운데…연휴가 악재로 작용

산업부는 대통령의 발표에 따라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번 임시 공휴일 지정으로 약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의 수출 감소액이 발생할 것으로 내부적으로 예상한다. 전문가들도 임시 공휴일의 내수 진작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수출에는 악영향이 커질 것으로 우려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주요 수출국의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조업 일수 감소는 수출 기업의 고정비용을 늘린다”라며 “8월 수출에는 악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허 교수는 이어 “임시 공휴일의 플러스 효과와 마이너스 효과를 모두 고려했을 때 전체적인 정책 효과는 연휴 기간 국민이 실제로 얼마나 지갑을 여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 민간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휴 기간 총수요 진작은 향후 기업의 생산, 투자 등 총공급을 확대하는 메커니즘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전반의 활력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기업 측면에서는 생산 활동 중단에 따른 고정비용 지출을 늘려 부정적인 영향이 상존한다”라고 했다.


Plus Point

美·日은 특정한 주 월요일을 쉬는 날로 지정

임시 공휴일을 통한 연휴 확대는 가계와 기업 등 주요 경제 주체에 휴식의 기회가 되지만, 갑작스러운 공휴일 지정은 경제 주체들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주요 선진국은 이런 불확실성을 줄이면서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 특정 날짜가 아닌 특정 요일에 쉬는 요일제 휴일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요일제 휴일을 도입했다. 미국 공휴일 중 △마틴 루터킹의 날(1월 세 번째 주 월요일) △대통령의 날(2월 세 번째 주 월요일) △현충일(5월 마지막 주 월요일) △노동절(9월 첫 번째 주 월요일) △콜럼버스의 날(10월 두 번째 주 월요일) 등은 특정한 주의 월요일이 쉬는 날이다. 일본도 2000년대 들어 요일 지정 휴일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휴일을 월요일에 두는 ‘해피 먼데이' 제도를 도입한 것. 성년의 날과 바다의 날 등 4개 휴일이 월요일로 지정됐다.

한국도 한때 이런 요일제 휴일을 검토한 바 있다. 박근혜 정권 말기였던 2016년 말, 정부는 이를 검토했지만, 정권 교체 후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갑자기 생색내듯 임시 공휴일을 발표하지 말고 요일제 휴일을 재검토해 국민과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 사립대 교수는 “이번 사례처럼 한 달 남짓한 기간을 앞두고 갑자기 쉬자고 발표하는 것보다는 정부가 연말에 이듬해 일 년치 휴일 수를 계산해 부족할 경우 미리 임시 공휴일을 지정해 발표하거나, 5월 첫째 주 월요일을 어린이날로 지정하는 등 특정 월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연휴를 늘리는 방법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