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성 인터베스트 이사 고려대 경영학과, 전 AT커니 컨설턴트,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 사진 인터베스트
신영성 인터베스트 이사
고려대 경영학과, 전 AT커니 컨설턴트,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 사진 인터베스트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는 올 한 해 가장 각광받은 테마 중 하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대면 만남이 주류로 떠오르자, 메타버스도 단지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삶에 깊이 침투하게 됐다.

세상의 변화에 가장 기민하게 반응하는 주식시장도 메타버스의 인기를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새로 상장한 메타버스 관련 업체들이 시장 참여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놀라운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증시에 입성한 알체라는 상장 첫날 이른바 ‘따상(공모가의 두 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에 성공한 데 이어 이튿날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올해 7월 상장한 맥스트는 상장 직후 사흘 연속 상한가로 직행하며 ‘따상상상’에 성공했다. 두 업체 모두 메타버스 관련 기술을 보유한 회사이기에, 주식시장에서는 ‘메타버스 테마 찾기’ 열풍이 불기도 했다.

벤처캐피털(VC) 인터베스트의 신영성 이사는 알체라와 맥스트 두 곳에 모두 초기 투자한 것으로 잘 알려진 투자 심사역이다. 지난 2016년 인터베스트에 합류했으며 이듬해 두 회사에 투자했다. 알체라와 맥스트의 투자 수익률은 각각 16배, 24배에 달한다.

얼마 전, 서울 삼성동 인터베스트 사무실에서 신 이사를 만나 메타버스 기업을 초기에 알아본 비결과 투자관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컨설팅 업체 출신이라는 점이 투자업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새로운 사업 모델에 맞닥뜨렸을 때 좀 더 용감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컨설팅 회사에서는 고객사의 사업에 대해 단기간에 알아보고 해결책을 빠르게 찾아내는 훈련을 했다. 그래서 내가 아직 접해보지 않은 산업 영역을 만나더라도 적어도 두렵지는 않다. 또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며 매일같이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역량과 매일 밤을 새울 수 있는 체력을 갖게 됐다. 밤새 보고서를 쓰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VC에서도 업무 압박에 크게 힘들어하지 않는다.”

메타버스 기업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투자하게 된 비결은.
“입사 이듬해인 2017년 7월, 알체라와 맥스트에 동시 투자했다. 당시 나는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남들보다 빨리 접근하자는 생각이 많았다. 그때 주목했던 키워드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었다. 당시는 VR과 AR이 모두 주목받고 있었지만, VR은 기기 발전이 뒷받침돼야만 시장이 커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반면 AR은 한계는 있지만 스마트폰으로 어느 정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AR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 중 두각을 나타냈던 곳이 알체라와 맥스트였기에, 두 회사에 각각 15억원과 10억원을 투자했다.”

알체라와 맥스트가 다른 AR 기업에 비해 어떤 강점을 갖고 있었는지.
“AR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결국 스마트폰 카메라가 중요하다. 후면 카메라로 공간을 인식해야 하고, 전면 카메라로는 인물을 인식해야 한다. 나는 후면 카메라와 전면 카메라를 이용한 AR 기술 보유 기업을 한 곳씩 고른 것이다. 맥스트는 후면 카메라, 알체라는 전면 카메라에 있어 가장 눈에 띄는 기술력이 있는 회사였다. 특히 알체라는 당시 네이버 카메라 앱 ‘스노우’와 손잡고 안면 인식 기술을 제공하고 있었다. 안면 인식 기술은 굉장히 정교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스노우 카메라를 통해 선글라스를 착용한 사진을 찍는다면, 고개를 좌우로 돌려도 선글라스가 붕 뜨지 않고 얼굴에 잘 맞아야 한다. 사소해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알체라는 당시 이미 이용자가 2억 명 넘는 스노우와 손잡고 기술을 개발 중이었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안면 인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었다. 사용자의 안면 인식 데이터가 AI 모델에 들어가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또다시 정확하고 정교하게 얼굴을 인식하도록 하는 순환 구조가 잘 갖춰져 있었다.”

전·후면 카메라의 AR 기술에 어떤 차이가 있나.
“둘은 요구하는 기술 요소가 서로 굉장히 다르다. 후면 카메라는 공간을 인식하는 물리적 기술이 중요하다. 공간을 빠르게 스캔해서 좌표계를 구성한 뒤, 각기 다른 사물을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반면 전면 카메라는 빅데이터가 좀 더 중요하다. 수많은 얼굴 데이터와 제스처를 학습해서 ‘이것이 사람의 움직임’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메타버스는 최근 급격히 주목받는 테마다. 초기 투자 당시 메타버스에 대한 개념이 정립돼 있었는지.
“메타버스는 사실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개념이다. 맥스트의 경우 2012년부터 이미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박재완 맥스트 대표는 회사를 창업할 때부터 ‘언젠가 메타버스 시대가 올 텐데, 이에 필요한 기술을 우리가 선점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뚝심 있게 기술 개발에 전념해 왔다.”

신 이사도 2017년부터 메타버스 시장의 도래를 확신했는지.
“그때는 막연하게 짐작한 정도였다. ‘메타버스가 몇 년 후에 뜰 테니 투자하자’고 결정한 건 아니었다. 다만, 인식의 지평을 넓히려는 창업가들에게 늘 관심이 있긴 했다. 아마존과 이베이가 상거래를 온라인 영역으로 확장했고 애플이 모바일 생태계를 열었듯, 메타버스 역시 새로운 세상이다. 사람은 새로운 차원의 것을 항상 갈망하기 마련이다. 선구자들이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면 그것은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결국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줄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알체라와 맥스트에 투자해 얼마의 수익을 냈는가.
“맥스트에는 10억원을 투자해 240억원을 회수했다. 지분 희석을 고려해 24배 수익을 낸 것이다. 지분 희석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최대 수익률이 38배에 달한다. 알체라에는 15억원을 투자해 239억원을 회수했다. 지분 희석을 고려한 수익률은 16배, 희석을 고려하지 않은 수익률은 30배다.”

메타버스 외에 주로 투자한 분야는.
“AI 관련 기업에 주로 투자하려 하고, 핀테크 업체에도 많이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9년 여름, 자산 관리 서비스인 뱅크샐러드와 대출 상품 비교 플랫폼인 핀다에 투자했다. 뱅크샐러드에는 150억원을, 핀다에는 95억원을 투자했다. 나는 산업군을 먼저 고민하고 난 뒤 업체를 물색하는 ‘톱다운’ 방식의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다. 핀테크 역시 적당한 시기가 됐다고 생각했기에 투자를 결정했다.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됐다고 여겼다.”

투자업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달리기를 워낙 좋아해서 마라톤을 완주해본 경험이 있다. 투자업은 마라톤과 같다. 성과를 내고 빛을 내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투자업은 젊을 때 잠깐 하고 그만둘 만한 일이 아니라, 수명이 긴 직업이다.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면 축적되는 것들이 있다.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좋은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 멘털도 건강해야만 한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서야만, 안타도 홈런도 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