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브 싱 니어 어스 오토노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카네기멜런대 로봇공학 박사, 현 카네기멜런대로봇 연구소 교수, 현 ‘저널 오브 필드 로보틱스 (Journal of Field Robotics)’ 편집장 사진 산지브 싱
산지브 싱 니어 어스 오토노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카네기멜런대 로봇공학 박사, 현 카네기멜런대로봇 연구소 교수, 현 ‘저널 오브 필드 로보틱스 (Journal of Field Robotics)’ 편집장 사진 산지브 싱

플라잉카를 제조하는 독일 업체 볼로콥터(Volocopter)는 작년 5월 조종사 없는 자율 주행 차량 ‘볼로 드론(VoloDrone)’의 시험 비행을 위해 자율 주행 비행 기술을 개발하는 미국 회사 ‘니어 어스 오토노미(Near Earth Autonomy)’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연내에 뮌헨에서 시험 비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니어 어스 오토노미의 산지브 싱(Sanjiv Singh)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화상 인터뷰에서 “토머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이래 그것이 상용화하기까지는 약 한 세기가 걸렸다. 플라잉카 역시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싱 CEO는 카네기멜런대 로봇 연구소 교수로, 자율 주행 차량과 항공 운행 차량 연구 분야 전문가다. 니어 어스 오토노미는 싱 CEO가 설립한 세 번째 벤처 회사다. 다음은 싱 CEO와 일문일답.


플라잉카의 시대는 언제쯤 도래할까.
“우선 여러 가지 복잡한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한다. 차량 자체가 완벽하게 탄탄한가? 안개가 끼거나, 비나 눈이 오는 등 악천후에도 공중에서 운행할 수 있는가? 연방항공국(FAA) 등 규제 기관에서도 안전성을 인정했는가? 코너 케이스(corner case·정상적 운영 절차 외에 발생하는 이례적 상황)는 없는가? 일반인들이 플라잉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려면 이러한 의문점들을 하나씩 모두 해소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개발 업체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일단 튼튼한 차량을 만들고 규제 기관에서 적합한 인증을 받아야 한다. 또 플라잉카가 일상적 교통수단이 되려면 가격이 너무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 로스앤젤레스 같은 대도시에서 플라잉카로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 승객이 50달러를 낸다면 불평이 없을 것이다. 100달러까지도 괜찮다. 하지만 1000달러를 내야 한다면? 아마도 타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니어 어스 오토노미에 대해 소개해 달라.
“우리는 플라잉카 자체를 만들지 않고, 플라잉카에 탑재하는 자율 비행 제어 기술을 제공한다. 독일 플라잉카 제조 업체 볼로콥터, 브라질 항공기 제조사 엠브라에르(Embraer), 카멘(Kamen) 등과 제휴 협정을 맺었다.”

차량이 하늘을 나는 데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나.
“A라는 지점에서 B라는 지점까지 플라잉카로 이동한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 기술은 이륙할 때 지도에 나와 있지 않을지도 모르는 방해물을 감지하고, 비행할 때는 다른 차량을 발견해 피하도록 하거나, GPS(전 지구 위치 파악 시스템)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 대비하도록 한다. 또 비행할 때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는데, 이럴 때를 위한 긴급 사태 대비(contingency planning)도 가능하다. 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하다 이상이 있으면 즉각 갓길에 차를 대는 것처럼 비행하다가 뭔가 문제가 있으면 즉시 신속·정확·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착륙할 때 조종사 없이도 주변 장소를 평가해 가장 안전하고 적절한 장소를 결정해 차량이 자율적으로 착륙할 수 있도록 한다.”


영화 ‘제5원소’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차. 사진 스틸컷
영화 ‘제5원소’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차. 사진 스틸컷
니어 어스 오토노미와 기술 협력 중인 독일의 플라잉카 제조사 볼로콥터의 볼로 드론. 사진 볼로콥터
니어 어스 오토노미와 기술 협력 중인 독일의 플라잉카 제조사 볼로콥터의 볼로 드론. 사진 볼로콥터

플라잉카가 활성화되려면 어떤 인프라가 마련돼야 하나.
“대개 플라잉카는 수직 이착륙(vertical takeoff and landing)을 하기 때문에 일반 비행기처럼 활주로는 필요 없지만, 헬리패드(helipad·헬리콥터나 드론의 수직 이착륙을 위한 비행장)는 필요하다. 또한 계기 착륙 장치(ILS·Instrument Landing System)라는 게 있는데, 이는 조종사가 안전하게 착륙하도록 도와주는 계측 장치다. 설치비가 비싸기 때문에 큰 공항에서는 사용하지만, 작은 공항에선 설치하기 어렵다. 플라잉카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이런 인프라가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본다.”

플라잉카가 활성화되면 현재 교통 시스템과 라이프 스타일은 어떻게 바뀔까.
“효율성이 대단히 높아질 것이다. 지금은 내가 있는 피츠버그에서 200㎞ 이상 떨어진 어딘가로 가려면 먼저 (대도시인) 워싱턴D.C.나 필라델피아로 이동한 다음, 거기서 다시 목적지로 이동해야 한다. 나는 일본 츠쿠바(筑波)에 거주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유럽으로 가려면 일단 도쿄나 나고야 등으로 이동해야 했다. 하지만 플라잉카가 활성화되면 이러한 교통 허브(hub)로 이동해서 다음 목적지로 갈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이동의 편의를 위해 대도시에 거주해야 할 필요가 사라지면 더 많은 사람이 교외서 거주하게 될 것이다.”

플라잉카가 배기가스 배출 감소에도 도움이 될까.
“플라잉카에서 가장 매혹적인 부분이 전기를 이용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 전기 수직 이착륙 플라잉카가 기존 차량을 대체할 수 있다면, 특히 화물 트럭을 대신할 수 있다면 (환경 보호에 공헌할) 잠재력은 대단히 크다고 본다. 교통 허브가 필요 없어질 것이란 말을 기억하는가? A에서 B라는 지점으로 가기 위해 C로 이동해야 할 필요가 사라지면 화석 연료 사용도 크게 줄어든다.”

플라잉카 시대의 도래를 대비해 기존의 교통 규칙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알다시피 플라잉카는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다. 기존의 교통 규제 기관은 플라잉카에 대해 어떤 규정을 적용해야 할지 아직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사람이 운전하는 항공기에 준하는 수준의 규정만 있는데, 플라잉카는 그것과는 매우 다른 기체(機體)다. 따라서 규제 당국은 자신들이 어떤 규정을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분명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어야 하는데, 이는 매우 어려운 도전 과제다.”

플라잉카가 상용화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두 가지다. 첫째로 일반 비행처럼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 둘째, 경제적으로 접근 가능해야 한다.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Bay Area)까지 1000달러(약 132만원)가 아니라 100달러(약 13만원)에 운행 가능할 때 상용화가 이뤄질 수 있다.”


Plus Point

영화 속 등장 하늘 나는 차현실과 얼마나 닮았을까

공상과학 영화의 고전 ‘블레이드 러너’에 등장하는 ‘스피너’. 사진 스틸컷
공상과학 영화의 고전 ‘블레이드 러너’에 등장하는 ‘스피너’. 사진 스틸컷

하늘을 나는 차량은 공상과학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소재였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1982년 개봉한 ‘블레이드 러너’에 등장한 ‘스피너(Spinner)’다. 경찰차인 스피너는 헬리콥터처럼 수직 이착륙해서 도심의 창공을 비행한다. 2017년작 ‘블레이드 러너 2049’에도 스피너가 등장해 30여 년 전 처음 블레이드 러너를 봤던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스피너의 수직 이착륙 기술은 현재 개발 진행 중인 에어택시와 많이 흡사하다. 에어버스, 독일 에어택시 제조사 릴리움 등이 이처럼 수직 이착륙하는 기술을 적용해 하늘을 나는 운송 수단을 개발하고 있다.

영화 ‘토탈리콜(1990)’과 ‘제5원소(1997)’에도 하늘을 나는 차량들 사이 추격전이 벌어진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차들은 차량 뒤편 배출구로 연료를 내뿜으며 날아다닌다. 폴크스바겐의 콘셉트카 ‘아쿠아(Aqua)’는 외관과 나는 모습이 영화 속 차량들을 닮았다. 호버크라프트(hovercraft·아래로 분출하는 압축 공기를 이용해 수면이나 지면 위를 나는 탈것)인 아쿠아는 자동차 주변부에 달린 네 개의 팬을 이용해 공중 부양을 할 수 있으며, 사막·물·도로 위에서 최고 시속 100㎞로 움직일 수 있다.

오윤희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