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한국사회를 이끌 파워 리더로 각계 전문가들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으뜸으로 꼽았다. 

 <이코노미플러스>가 창간 특집으로 여론조사전문업체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10대 분야 전문가 2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10.5%(23명)가 이건희 회장을 경제 분야의 파워 리더라고 응답했다. 삼성그룹은 7.8%(17명)로 그 뒤를 이었으며, 이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도 5.5%(12명)로 3위를 차지했다. 이건희 회장 부자(父子)와 삼성그룹이 10년 후 적어도 경제 분야에서만큼은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리더가 될 것이라는 응답이다.



 급격한 변화, 리더 전망 어려워

 각 분야별로는, 정치 분야에서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4.6%), 정동영 통일부장관(4.1%), 이명박 서울시장(3.2%),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고건 전 국무총리(1.8%) 등 대부분 현역 정치인들이 파워 리더로 꼽혔다. 또 사회 분야에서는 시민단체·NGO (3.7%), 네티즌·인터넷 매체·인터넷 커뮤니티(2.4%), 일반시민(0.9%), 종교지도자(0.9%) 등 개인이 아닌 단체를 파워 리더로 응답해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각 분야마다 ‘잘 모르겠다’와 ‘없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의 과반을 넘어 한국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전문가집단에서도 구체적인 리더를 전망하기 어려운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경제 분야의 파워 리더로 꼽힌 이건희 회장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 분야를 통틀어서도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삼성그룹과 이재용 상무에 대한 응답률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10년 후 한국사회의 변화를 특징 지을 키워드로 응답자의 17.8%(39명)가 ‘경제’라고 답한 것에 비춰 보면 최근의 경제 위기 현실에 대한 우려와 기대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즉 우리 경제 위기의 해법을 삼성그룹의 성장 모델과 이건희 회장의 경영 기법에서 찾고자 하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지난 1993년 ‘신경영’을 도입함으로써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리더로 주목을 받아 왔다. 특히 “질 중시 신경영으로 세계 일류 경쟁력을 확보하자”, “처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이 회장의 주문은 현실에 안주하고 있던 삼성의 경영체계를 혁신적으로 개혁하는 계기가 됐다.



 이건희식 경영에서 경제 해법 모색

 신경영 11년을 맞은 올해 삼성그룹의 경영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지난해 63개 계열사 전체 매출은 121조 원으로 신경영 선언 첫 해였던 1993년의 41조 원보다 3배 가량 성장했으며, 같은 기간 우리나라 경상 GDP성장률 2.1배보다 월등히 높다. 올해 우리나라의 연간 예산 120조1393억 원(추가경정예산 포함)을 넘는 매출 규모다.

 세전이익도 1999년 이후 매년 수조 원대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해 온 데 이어 2002년엔 14조2000억 원을 거두면서 1993년 5000억 원과는 비교가 안 되는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또 10년간 순차입금은 12조6000억 원에서 2조6000억 원으로 5분의 1로, 부채비율은 291%에서 68%로 4분의 1로 줄었다.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도 역시 2002년 312억 달러, 2003년 377억 달러 수출로 우리나라 총수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는 반도체, 휴대폰, LCD 등 삼성전자의 수출 신장에 힘입어 25%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2년 삼성의 무역수지는 141억 달러 흑자로 우리나라 전체 무역수지 104억 달러보다 37억 달러가 많았다.

 한편 삼성은 핵심기술 개발을 위해 1993년 1만3000명이던 연구 인력을 2002년 2만2000명까지 증가시켰고 박사급 인력도 500명에서 2100명으로 늘렸다.

 이에 삼성의 브랜드 가치도 2004년 125억달러로 세계 21위에 랭크돼 있다. 세계적 브랜드 컨설팅업체인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삼성의 올해 브랜드 가치는 125억5300만 달러(세계 21위)로 127억5900만 달러(세계 20위)의 일본 소니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향후 10년은 세계 1등만이 생존”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만족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신경영 10년을 맞이해 계열사 사장단 50여 명과 만찬을 겸한 경영전략회의를 가졌던 이 회장은 “신경영을 하지 않았으면 삼성이 이류, 삼류로 전락했거나 망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하다”며 2010년을 겨냥한 ‘제2 신경영’을 선언했다. 특히 “제2 신경영은 ‘나라를 위한 천재 키우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며 사장단에 인재 확보를 위해 직접 나설 것을 당부했다. 핵심인재 확보야말로 5~10년 후를 주도할 성장엔진인 신수종사업을 발굴하고 세계 일류의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최우선적인 해결책이라는 인식에서다.

 당시 이 회장이 진단한 한국경제는 “과거 선진국도 겪었던 ‘마(魔)의 1만 달러 시대 불경기’에 처한 상황”으로 신경영 선언 당시와 유사했다. 이에 ‘앞으로의 10년은 세계 1등만이 생존하는 환경으로 바뀐다’는 새로운 위기의식 아래 ‘제2 신경영’ 체제로의 돌입을 선언한 것이다.

이 회장의 제2 신경영의 비전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다. 그동안 세계 일류, 월드베스트 전략을 추진해 온 삼성이 초국적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또 제2 신경영의 화두로 ‘천재급 인재 키우기’와 함께 ‘위기의식 재무장’, ‘국가경제에 기여’를 내세웠다.

 제2 신경영의 핵심전략과 관련해 삼성은 세계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해 현재 125억 달러(세계 21위)로 평가받는 브랜드 가치를 2010년까지 세계 상위권인 700억 달러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5~10년 후를 대비한 핵심사업으로 생명과학, 생활용 로봇사업, 유비쿼터스, 건강설비, 반도체, 소재부품, 스마트 홈 기반의 보안 및 네트워크 솔루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 요구

 삼성은 이 같은 전략을 통해 2010년에는 매출액 270조 원을 달성, 신경영 10년의 성과가 집계됐던 2002년 대비 1.9배의 성장을 이루고 세전이익은 2.1배 늘어난 30조 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10년 동안 두 배의 경영 성과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이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 그리고 차기 삼성그룹의 후계자인 이재용 상무를 10년 후 한국사회를 이끌어갈 파워 리더로 지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각 분야에서 10년 후를 내다본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정책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견해가 66.6%로 압도적인 상황에서 이미 1993년 삼성그룹의 미래를 설계하고 10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물을 거둬들인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은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에 만족하지 않고 제2 신경영을 통해 앞으로의 10년을 재설계하는 것 역시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로 전문가들에게 각인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길리서치의 한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결국 미래를 준비하고 이끌어 갈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를 파워 리더로 꼽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한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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