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이 배우면 경제의 질이 높아진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모든 이를 위한 배움’이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될 리 없다. 선진국들의 교육이 달라지고 있다. 학교 교육의 시대에서 평생 학습의 시대로 진입해 버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교육장관들을 만나면 꺼내는 이야기는 “모든 이를 위한 학습 국가를 만들어 내자”는 것들이다. 그들은 ‘모든 이를 위한 학습 국가’, ‘모든 이를 위한 평생 학습 사회’, ‘모든 이를 위한 학습 기회와 직업 훈련’, ‘모든 이를 위한 학습 마을’, ‘모든 이를 위한 학습인’을 만들어 내는 정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것이 나라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의 품격 높이기

 한국에서도 모든 이를 위한 초중등 교육이 완성된 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1970년대 후반을 넘어오기 시작하면서 초등학교의 취학률은 100%를 달성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취학률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학 진학률 역시 70%를 넘어섰다. 이제는 모든 이를 위한 고등 교육의 시대가 되었다.

그런 학교 교육의 완성 과정에서 아쉬운 것도 있다. 모든 이를 위한 유아 교육의 문제가 그것이다. 아직도 멀기만 하다. OECD의 ‘2004년 교육 지표’에 따르면 3세 이상 취학 전 아동 1명당 OECD 회원국의 연간 평균 투자 비용은 약 482만 원인 반면, 우리나라는 절반이 채 안 되는 약 220만 원이었다. 유아 교육의 질도 기대 이하이다. 우리나라의 유아 교육은 출생과 동시에 명문대 입학을 위한 노력으로 시작된다. 겨우 서너 살밖에 안 된 유아들에게도 읽기·쓰기·셈하기 등에 치중함으로써 마치 입시를 위한 ‘작은 학생’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는 교육 시장에서 유아 교육의 고급화도 불가피하다. 지금과 같은 방식의 대학 입시가 계속되는 한 그것은 피할 수가 없다. 해방 이래 14번, 아니 앞으로도 서너 번 더 대학 입시의 개혁이 가능하다. 그래도 대학 입시와 초중등 교육은 마치 뫼비우스 띠처럼 꼬여 나가기만 할 것이다. 어차피 해결책은 제한되어 있다. 대학에 모든 것을 일임하는 방식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을 듯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대학에 그런 권한을 줄 리가 없다. 자신들이 할 일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극복하기 위해 교육 운동들이 더욱 더 활발해진다. 이곳저곳에서 새로운 교육 활동으로 대안 학교, 재택 학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다. 새로운 교육 문화, 미래의 새로운 교육이 뿌리를 뻗기 시작한다. 덩치만 큰 학교 교육의 살빼기를 학부모들이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것이다.



 성인 교육의  상시화·일반화가 이뤄질 것

 한국인은 학교를 졸업하기만 하면 더 이상의 배움을 포기하거나 폐기하곤 한다. 선진 국민들의 100명 중 60여 명이 대학 졸업 후 나름대로 자기 학습을 위해 대학이나 여타 직업능력개발기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인은 100명 중 10명 정도만이 자기 계발에 투자를 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성인 교육 기관들이 일반화되고, 국민들에게 쓰임새 있는 직업 능력 개발을 위한 성인 대학 프로그램이 본격화될 것이다. 이와 아울러 개인의 직업 능력 개발이나 실생활에 쓰임새 높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각종 외국계 성인 교육 기관들 역시 국내에서 성업을 이룰 것이다.

 또 4년제 대학들보다 2년제 대학들이 성인 고등 교육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고교 졸업생이나 받아들여 그들에게 졸업장을 쥐어 주는 식의 단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외국계 대학들은 한국 사회에서 배겨나기 힘들게 될 것이다. 그것은 청소년 인구가 급감하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게다가 국내 고교 졸업생들조차도 외국 유학을 선호한 채 조기 유학을 떠나게 된다. 외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브랜드 대학들마저도 정원을 채우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고등 교육의 전반적인 개혁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여가 활동이 새로운 학습 사업

 국민들에게 배움이 부족하다고 해서 놀지를 못하거나 여가를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배움과 여가는 상보적이기 때문이다. 여가를 즐기면서 나름대로 배우는 법을 익힐 수도 있다. 그런 기회를 이용해서 새로운 직업 세계에서 요구하는 기술들도 익힐 수 있다. 앞으로는 지역 사회 자체가 주민들을 위한 여가의 장소가 될 수만 있으면 더욱 더 그렇다.

 한 개인이 한평생을 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개인의 경력 개발을 위해서는 불행한 일일 수도 있다.

 앞으로는 특정 직종을 제외한 직업 세계에서는 2~3번의 전직이 일반화될 것이다. 정년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삶을 위한 전직 계획이나 창업 계획들이 활발해진다. 이런 새로운 조류들은 단순히 먹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목욕이나 하는 기존의 ‘목간통 여가 문화’를 벗어나게 만들어 준다. 앞으로는 개인 나름대로 적성과 특기를 자기의 경력으로 연결하는 마니아 여가, 배움의 여가로 그 양태들이 바뀔 것이다. 그래서 배움에 대한 개인의 열정과 개인의 학습력이 더욱 더 존중된다.

 기업도 상당 수준의 체질 개선이 예상된다. 일정 규모의 기업들은 종업원의 배움과 여가 개발, 그리고 경력 개발을 위해 사내 대학을 운영하게 될 것이다. 이 사내 대학들은 굳이 그들의 학사 운영을 위해 교육부의 규제 속에 갇혀 있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국내의 중소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들 역시 외국의 기업들처럼 그들 나름대로 사내 대학 연합체를 만들어 대기업 못지않게 종업원들의 경력 개발과 은퇴 계획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기업마다 동료들에게 배움을 계획하며 도와주는 ‘학습 플래너’와 경력 개발을 조력해 주는 ‘이직(移職) 플래너’들을 배치할 것이다. 이것은 생산력 높은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종업원들이 제대로 즐기게 하는 기업이 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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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상 연세대학교 교수, 배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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