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장기 불황의 늪으로 점차 빠져들고 있다.

 현 시점에서 어떤 정책을 선택하는 것이 한국 경제를 위기로부터 탈출시킬 것인가.

 이에 대한 해법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성장이냐 분배냐 문제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플러스>는 이의 해법을 찾고자 먼저 한국의 대표 원로 경제학자 조순 전 부총리(77)와 세계적인 원로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 하버드대 명예교수(96)를 단독으로 만나 의견을 들었다.

 두 경제학자의 의견 역시 갈렸다. 조 전부총리는 성장우선정책을 해법으로 제시했고, 갈브레이스 교수는 분배우선정책을 강조했다.

 조 전부총리는 성장을 중시하는 서강학파와 분배를 강조하는 학현학파(104~114쪽 참조)의 중도적인 노선을 걷고 있는 경제학자다. 따라서 성장과 분배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분배를 중시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성장정책이 좀 더 지속돼야 한다는 게 조 전부총리의 지적이다.

 반면 갈브레이스 교수는 마치 현 정부를 지지하듯 “한국인들의 복지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그런 정 책을 짜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왜 이처럼 각기 다른 해법을 제시한 것일까.

 조 전부총리는 기본적으로 시장주의자이다. 그래서 조 전부총리는 시장 자율경제를 해 본 적이 없는 한국 경제의 시장 기능을 되살리는 게 급선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조 전부총리는 인터뷰에서 “경쟁을 고취하고 시장경제 원리를 확고히 유지,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이걸 하지 않고 ‘분배다, 10대 성장 동력이다’고 하는 것은 박정희 대통령 시대나 다름없다”며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인간의 창의성과 시장경제 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피력했다.

 따라서 시장 기능 활성화의 필수 요건인 경쟁이 되살아나야 하고, 이를 위한 성장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게 조 전부총리의 조언이다.

 하지만 갈브레이스 교수는 한국 정부를 겨냥한 발언은 아니지만 “모든 정부는 항상 ‘없는 사람’들에 대해 정책의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며 “엄청난 국방비를 쏟아 붓는 정부가 가난한 자를 나 몰라라 해서 되느냐”고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이처럼 경제정책 우선순위가 다른 만큼 기업 규제에 대해서도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조 전부총리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갈브레이스 교수는 “기업으로 가버린 권력을 국민들의 손에 돌려 놓아야 한다”며 규제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성공이 어디서 근거했느냐에 대해서도 두 경제학자의 관점이 크게 다르다.

 조 전부총리는 중국이 경쟁 원리를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고, 갈브레이스 교수는 중국이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제학자들은 어떤 주장을 지지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조 전부총리를 지지하는 경제학자들이 대다수이다.

 <이코노미플러스>가 한국의 주요 10개 대학의 경제·경영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 정부는 분배 우선의 정책 노선을 펼치고 있고(67.3%), 이 같은 정부의 노선이 큰 문제점이 되고 있는 것(40.4%)으로 지적됐다.

 특히 재벌 출자 제한과 관련해서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54.8%)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5.8%)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금리정책에 대해서는 인하 이전에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 ‘현상을 유지해야 한다’가 57.7%로 크게 많아 이번의 금리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부동산정책 또한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57.7%)가 ‘계속 규제를 해야 한다’(33.7%)를 크게 앞질렀다.

 이를 종합하면 경제학자들 대부분은 정부가 경제를 시장원리에 맡겨야 하며, 경쟁을 통한 성장 우선 정책을 펼쳐야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조 전부총리가 앞서 조언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문제는 경제학자들이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내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4%마저 달성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2~3년 안에 경제 회복이 어렵다고 보는 데 있다.

 과연 무엇이 옳은 선택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토드 부크홀츠 하버드대 교수가 그의 저서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에서 명확히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에덴동산에 살고 있지 않다. 이 세상은 젖과 꿀이 넘쳐흐르는 곳이 아니다. 더 맑은 공기와 더 빠른 자동차, 더 큰 저택과, 더 넓은 공원, 더 많은 일과 더 많은 휴식 사이에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이 중에서 어느 것이 나쁘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가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최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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