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미국 웰즐리대 정치학과, 홍콩 골드만삭스·맥킨지앤드컴퍼니 홍콩지사·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컨설턴트 / 사진 조선일보 DB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미국 웰즐리대 정치학과, 홍콩 골드만삭스·맥킨지앤드컴퍼니 홍콩지사·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컨설턴트 / 사진 조선일보 DB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가 식료품을 하루 이틀이면 배송해주는 시대에 스타트업이 어떻게 살아남겠나.’ 창업 초기 무수한 투자자로부터 사업 모델을 불신당했던 마켓컬리는 6년 만인 지난해 거래액 1조원을 달성했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이 됐다.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가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다’는 간단하지만 어려운 신념을 관철시킨 덕분이다.

마켓컬리의 상품 가짓수(SKU)는 쿠팡(로켓배송 상품 기준 600만 개)의 200분의 1에 불과하지만 거래액은 20분의 1이다. 마켓컬리를 믿고 구매하는 충성 고객이 많다는 의미다. 컬리는 작년 9530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빠른 성장세를 토대로 지난 7월 투자 유치에서 2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컬리에 내년은 향후 10년을 좌우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한 해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해 물류, 정보기술(IT) 등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거래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장 시점에 기업가치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8월 13일 서울 강남구 마켓컬리 역삼 오피스에서 김슬아 대표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마켓컬리가 6년 만에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달성한 비결은
“좋은 상품을 좋은 가격에 서비스를 잘하면 된다. 예컨대 제육 불고기를 판다면 국내산 돼지고기의 1㎏당 가격, 양념가, 공임, 패키지 등 각종 비용을 합한 원가를 상품기획자(MD)들이 정말 열심히 분석한다. 원가를 잡기 위해 MD들이 (납품업체들에) 직접 소싱(구매)을 해주기도 한다. 가령 이 집에서 받아오면 고기가 더 싸니까 좀 더 좋은 품질에 제품을 싸게 받아오라고 제안을 한다.”

같은 제품이라도 마켓컬리에서 좀 더 좋은 품질을 판매할 수 있는 배경은
“어제보다 오늘 조금이라도 개선한다는 정신으로 매일 열심히 고객 VOC(Voice of Customer·고객의 소리)를 듣는다. 고객 데이터 분석도 중요하고 기술로는 절대 잡아낼 수 없는 방식도 사용한다. 고객이 ‘이 상품 맛이 변했다’라고 하면 시크릿 쇼퍼(Secret shopper·제품, 서비스 평가를 위해 기업이 고객 역할을 해보는 것)도 해본다.”

거래액이 느는 만큼 영업 적자도 늘고 있다. 흑자 전환 시점은 언제로 예상하나
“지금 한 달에 마켓컬리를 이용하는 고객이 100만 명 정도다. 전국 이커머스 이용자 수가 2500만 명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1700만 명까지는 무리 없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 침투율이 아직 6~7%밖에 안 되는 것이다. 향후 2년 안에는 월간 이용자 수가 500만~600만 명으로 늘 것이다. 그때도 신규 고객은 계속 들어오겠지만 전체 매출 중에 신규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충분히 적어서, 이들에게 들어가는 각종 비용을 장기 고객이 지출하는 돈으로 상쇄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신세계그룹이 최근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향후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쿠팡도 쿠팡프레시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부담은 없나
“두 회사의 서비스를 모두 써 봤지만 분명히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었고 문제도 있었다. 문제를 푸는 방식은 기술, 데이터, 시스템 측면으로 다가가야 한다. 마켓컬리가 규모가 작았을 때는 작아서 안 된다고 했고, 커지니 이제는 더 못 클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식품만 팔 때는 식품만 해서 안 된다고 했고 비식품을 하기 시작하니까 이제는 성장이 안 되니 비식품을 한다고 했다. 뭘 해도 부정적인 얘기를 들었다. 안 될 이유는 너무 많고 그걸 다 신경을 쓰면 될 일이 없다. 일단 해보고 고객이 아니라고 하면 빨리 접는다.”

신선식품 분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건 컬리에 리스크 아닌가
“우리가 휴지, 공산품을 판매했다면 매출은 더 빨리 컸을 거고 운영도 쉬웠을 거고 비용도 적게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믿는 건 가격과 배송 속도로 승부를 낼 수밖에 없는 영역은 레드오션화(化)가 빨리 된다. 돈을 조금 더 가진 기업이 나타나서 출혈경쟁을 하면 시장 점유율을 뺏긴다. 이런 쪽은 고객들도 유통 브랜드에 충성하지 않는다. 10원 더 싸게 팔면 그쪽으로 가는 거다. 하지만 식품은 브랜드가 없다. 유통사가 얼마나 관리를 잘하느냐에 따라 고객이 유통사에 충성한다. 우리가 만약에 이 영역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로 고객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뭐든 팔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분야에서 고객 신뢰를 쌓았더니 컬리스 같은 PB(자체 브랜드) 상품이 NB(내셔널 브랜드·제조 업체 브랜드) 상품보다 잘 팔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상장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내년 안에 하려고 한다. 3, 4분기 안에 주관사 선정을 하면 내년을 맞추기는 어렵지 않다. 특정 기간 내에 같은 섹터(업종)에 있는 회사들이 여러 개 시장에 나가는 건 나쁜 건 아닌 것 같다. 마켓컬리를 온라인에서 그로서리(식료품)를 판매하는 마트로 본다면 새벽배송 업체 중에서 점유율 1등이다.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미래의 매출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들, 예컨대 고객이 계속 오고 있는가, 제품을 더 사고 있는가, 충성도는 높은가, 오랜 고객이 수익에 기여하는가 이런 것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잘 만들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년이 상장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보는 이유는
“전반적으로 시장이 성장하는 회사에 대해 우호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한다. 유동성도 나쁘지 않고 투자자들의 섹터 성장, 기술 기반 회사에 대한 시각도 좋다. 카카오뱅크가 저렇게 잘되는 것도 5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전통적인 산업에 기술이 붙었을 때 얼마나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에 대해 투자자들이 인정한 거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성장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국내 증시로만 상장을 한정한 건 아쉽지 않나
“한국 시장에 충분히 유동성이 있고, 관계 당국과의 소통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고객이 주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기대하고 있다. 고객이 주주가 되면 (마켓컬리에서) 제품을 더 많이 사주시지 않을까.”

김슬아 대표 지분율이 6.67%로 낮기 때문에 일각에서 상장 후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투자자들과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인가
“회사의 실적과 별개로 주가가 떨어지거나 시장이 흔들리면 투자자들에게도 안 좋다. 만약에 그 리스크가 경영권 이슈라고 한다면 (투자자들이) 우리가 방어해 준다고 한다. 그분들도 언젠가 (주식을) 팔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렇게 생각을 하는 거다.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에 대해) 거래소에서 공식 요청을 한 건 아니고, 미팅 때 그런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투자자들에게 한 군데씩 태핑(tapping·사전에 의견을 묻는 것)을 해보고 있는데 대부분은 아주 현실적인 이유로 해야겠다는 분위기인 것 같다.”

마켓컬리가 앞으로 6년 뒤 어떤 회사가 되면 좋겠나
“더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 많은 회사가 이커머스 1등 하겠다, 제일 큰 회사가 되겠다고 얘기하지만 사랑과 신뢰, 브랜드를 얘기하는 회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