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수 컴퍼니케이파트너스 투자 부문 대표  고려대 기계공학, 카이스트 기계공학 석사,  삼성융합의과학원 박사과정, 전 한국릴리 품질관리부 근무, 전 일신창업투자 벤처투자본부장 사진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이강수 컴퍼니케이파트너스 투자 부문 대표 고려대 기계공학, 카이스트 기계공학 석사, 삼성융합의과학원 박사과정, 전 한국릴리 품질관리부 근무, 전 일신창업투자 벤처투자본부장 사진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이강수 컴퍼니케이파트너스 투자 부문 대표는 국내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 손꼽히는 바이오 투자 전문가다. 제약·바이오 투자를 잘하기 위해 삼성융합의과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한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벤처캐피털리스트가 경영대학원이 아닌 의과대학 교수 연구실에서 강도 높은 연구 활동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이 대표가 이끄는 컴퍼니케이파트너스는 바이오 분야는 물론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에서도 트렌디한 기업을 빠르게 알아보고 투자하는 VC다. 

고바이오랩·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안트로젠·네오펙트·지니너스 등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력을 일찌감치 알아봤고, 인공지능(AI) 기반 토익 학습 업체 뤼이드와 채용 플랫폼 기업 원티드랩,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운영하는 왓챠 등에 초기 투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투자 실적을 간략히 소개한다면.
“작년 한 해 동안 총 1272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자산의 60%를 ICT 분야에, 40%를 바이오 및 헬스케어 분야에 투자했다. 연간 회수 금액은 총 808억원이었다. 투자 원금이 276억원이었으니 전체적으로 세 배의 수익을 낸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말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고바이오랩을 통해 380억원을 회수했다. 투자 원금 대비 여섯 배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아직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은 회사 중 기업 가치가 많이 오른 곳은.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의 기업 가치가 가장 많이 올랐다. 재작년 투자금 중 일부를 200억원에 회수하며 20배의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지금은 기업 가치가 그때보다 더 많이 올랐다. 아직 보유 중인 지분 가치는 최초 투자 시점을 기준으로 30~40배 상승했다.”

올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본격적인 긴축에 나서며 자산시장이 조정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이 나온다. 스타트업 시장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상장 주식시장이 조정받은 후 3~4개월에서 6개월이 지나면 비상장 시장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면 투자금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 스타트업 간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 좋은 회사는 기업 가치가 다소 높아도 VC들이 경쟁적으로 투자하겠지만, 후순위 스타트업은 재정난을 겪게 될 것이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는 올해 투자를 줄일 계획인가.
“상장 주식시장의 조정이 초기 투자 시장에도 전염되려면 어느 정도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창업 초기 기업에는 적극적인 투자를 지속할 것이다. VC는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펀드 운용 기간이 8년이나 되기 때문에 스타트업이나 산업이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얼마든지 주력 사업이 바뀌기도 하고, 기존 사업 모델을 고도화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바이오 투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의학 분야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삼성융합의과학원 2017학번이다. 석·박사 통합 과정을 수료했고, 지금은 소화기내과 강원석 교수 연구실에 소속돼 있다. 간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기초 연구를 하고 있다. 직접 공부해 보니 연구자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됐고, 그들이 사용하는 말이나 용어에도 훨씬 더 친숙해졌다.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굉장히 재미있다.”

박사과정이 바이오·헬스케어 투자에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암 유전체 진단 업체 지니너스에 투자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지니너스는 2018년 삼성서울병원의 사내 벤처로 출발했는데, 내가 창업자인 박웅양 교수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던 데다 삼성병원의 창업심의위원회 멤버로 활동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총 77억원을 투자했으며 올해 중 회수할 계획이다.”

요즘 제약 및 바이오 스타트업이 상장 문턱을 잘 못 넘어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많이 위축됐다고 들었다. 올해 바이오 분야의 투자 전망은.
“산이 높으면 골이 깊기 마련이다. 또 골이 있어야 산이 생길 수 있다. 바이오 스타트업의 위기는 기업 간 옥석 가리기를 낳을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기업의 전반적인 수준이 높아지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실제로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의 기술 수준은 제2의 도약기였던 2013년에 비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원하는 수준의 데이터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기술이 고도화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등장한 바이오 스타트업 중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의 글로벌 기업들과 기술 격차가 별로 없는 훌륭한 회사도 많다.”

바이오 스타트업 중에서도 어떤 기업들을 눈여겨봐야 할까.
“트렌디하고 새로운 산업은 기업 간 기술 격차가 특히 작다. 치료제의 개발이 시작된 지 10년이 채 안 된 분야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과 생태계의 합성어로 인체 내 100조 개의 미생물과 유전자를 가리킨다)’ 기술은 미국 세레스가 임상 3상까지 진행하며 선도하고 있는데, 국내 스타트업인 고바이오랩이 임상 2상에 진입하며 바짝 추격하고 있다. 더욱이 고바이오랩은 대표를 맡고 있는 고광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하버드대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미국 선진 기업들과 기술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투자한 오가노이드사이언스도 인공 장기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 유럽, 우리나라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분야다. 요즘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들에 똑똑한 인재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성장 동력이 매우 큰 상태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플랫폼 기업은 올해도 성장할까.
“이커머스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플랫폼 업체들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투자한 셀렉트스타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와 데이터를 검증하는 전문가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영상 속 사람과 자동차, 사물을 식별하는 전문가들에게 데이터 검증을 의뢰하고, 그들이 딥러닝을 기반으로 틀린 답을 빠르게 걸러내도록 돕는다. 임상 병리 자료 분석 및 식별도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그 외에 유망할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은.
“우선 AI가 중요할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매니지먼트 시스템도 AI를 통해 가동된다. 또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가 트렌드를 굉장히 잘 읽는데, 올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자로 나섰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은 기존 제도권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의료보험 체계 등 제도권과 사회적 합의가 어렵다는 것이 한계였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하며 그런 한계가 많이 극복됐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 때문에 진단 의료의 원격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닥터나우 같은 원격 진료 플랫폼이 급성장했다. 약사들도 이 같은 변화를 배척하는 대신 능동적으로 참여하려 한다는 것이 매우 고무적이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추구하는 차별점이 있다면.
“구주 투자보다는 창업자를 위한 신주 투자를 주로 한다. 그러다 보니 창업자들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회사 외부에 있는 최고정보책임자(CIO)로서 사업을 같이 해나간다는 느낌이다. 

또 정량화가 어려운 초기 기업에 많이 투자하다 보니 심사역 개인의 역량이 매우 중요해, 투자심의위원회에서 막내 심사역도 대표와 동등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 회사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