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한 아도바 대표 카이스트(KAIST) 산업공학, 카이스트 경영공학 석사,전 LS산전 베이징연구소 부소장,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공동 창업 사진 아도바
안준한 아도바 대표 카이스트(KAIST) 산업공학, 카이스트 경영공학 석사,전 LS산전 베이징연구소 부소장,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공동 창업 사진 아도바

“물고기를 잡아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중국에서 크리에이터로서 성공법)을 알려준다. 방법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통제된 저수지(중국)에 들어갈 통행증, 그리고 물고기를 잡으면(수익) ‘이건 내가 잡은 거다’ 하면서 저수지 밖으로 가져 나올 수 있는 권리·권한까지 주는 게 아도바가 하는 일이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중국 진출을 돕는 ‘아도바’의 안준한 공동창업자 겸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튜브가 대부분 국가에서 동영상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중국은 복수의 동영상 플랫폼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는 10월 10일 창업 3주년을 맞아 ‘아도바로(路)’라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좀 더 실용적으로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게 핵심이다. 중국 진출에 필요한 지식·기술·행동 교육부터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폰트·음원·자막 등 자원, 소재, 채널·콘텐츠·시청자에 대한 데이터 제공 등이 포함된다. ‘아도바가 중국 진출의 길’이 되겠다는 포부를 서비스에 담았다.

아도바는 국내외 328명의 크리에이터를 중국에 진출시켰다. 총구독자 수는 1322만 명, 누적 조회 수는 21억 뷰를 돌파했다. 도우인(틱톡), 시과비디오, 비리비리, 콰이쇼우, 웨이보, 하오칸비디오, 샤오홍슈 등 중국 상위 12개 영상 플랫폼과 손잡고 있다. 현재까지 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연말까지 100억원대 추가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이다.

그는 “작년에 국내 크리에이터의 절반 이상은 연간 100만원도 못 벌었다”면서 “유튜브가 못 들어와서 역설적으로 많은 동영상 플랫폼이 있고, 다양한 민족·콘텐츠 소비 취향이 있는 중국에 진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아도바로를 새롭게 선보인 이유는.
“중국 12대 대형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맺었기 때문에 누구나 원하면 중국으로 들어가고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거기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확률(성공)은 10~20% 정도밖에 안 됐다. (크리에이터가 수익을 정산하는 과정에서의 수수료를 수익 모델로 하는) 아도바도 같이 윈윈(win-win)하기 위해서는 크리에이터가 주도적으로 기회를 잘 잡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중국 채널 운영을 위한 교육부터 콘텐츠 소재, 데이터(수치)를 제공해 크리에이터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도바는 전체 80명 직원 가운데 20% 정도를 아도바 데이터센터 연구개발(R&D) 인력으로 두고 있다.”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이나 혐한 분위기가 있지 않나.
“한한령은 중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한국 유명인들의 활동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다. 1인 미디어 시장은 한한령의 영향권이 아니다. 지난 3년간 300여 개 팀을 통해 1000개 이상의 채널을 중국 플랫폼에서 운영해봤지만 단 한 번도 한국인 크리에이터 채널이 사라지거나 콘텐츠가 삭제되는 경우는 없었다.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플랫폼 정책이나 계약을 위반했을 경우다. 이는 중국인도 마찬가지다. 아도바는 중국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맺을 때 외국인인 소속 크리에이터가 현지 이슈를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문제 발생 시 24시간 내 해결할 수 있는 담당자 혹은 전담팀을 붙여달라고 요구한다. 우리 소속 크리에이터 채널이 200~300개쯤 들어가 있는 어떤 플랫폼에는 전담팀 직원이 10명씩 붙어 있다.”

그런 파트너십은 어떻게 맺었나.
그런 파트너십은 어떻게 맺었나.

“중국 플랫폼에서 한국 콘텐츠, 좋은 콘텐츠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은 유튜브가 동영상 플랫폼을 독점하고 있다.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는 4000만 명 정도다. 중국에서 4000만 유저는 명함도 못 내민다. 이제 막 시작하는 플랫폼의 MAU가 1억~2억 명, 잘되는 플랫폼은 5억~6억 명쯤 된다. 한국인이 매일 1시간씩 유튜브를 본다면, 중국인은 딱 두 배를 쓴다. 5억 명이 2시간씩 영상을 봐야 하니 콘텐츠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자신의 영향력으로 물건을 파는 셀러(판매자), 즉 왕홍(網紅)이 발달한 나라다. 고품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가 생각보다 많진 않다. 최근에 중국 동영상 플랫폼에 유튜브 불펌(불법 퍼 나르기) 영상이 10~20%쯤 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여기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봤다. 양질의 콘텐츠를 잔뜩 가져올 테니 입점, 운영, 정산에 대한 것들을 준비해달라고 한 것이 현지 플랫폼과 협상 포인트였다.”

아도바를 통해 중국 진출에 성공한 크리에이터의 사례를 소개해 달라.
“한국에서 2년 동안 유튜브 구독자를 2000명 정도밖에 못 모았던 ‘캣올린’이라는 음악 크리에이터가 있다. 아도바와 중국에 진출하고 나서 약 3개월 만에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했고, 현재는 71만 명에 달한다. 한국에서 제대로 결과를 못 냈던 크리에이터가 중국에서 성공한 사례다. 국내에서 이미 138만 명의 구독자를 모은 ‘째미’라는 먹방(먹는 방송) 크리에이터는 중국 진출 초기부터 구독자 수가 84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구독자 수뿐 아니라 콘텐츠 평균 조회 수가 1000만 뷰를 넘는다. 콘텐츠를 올릴 플랫폼이 하나라면 이에 대한 결과물은 성공 아니면 실패다. 잘되거나 잘 안 되거나. 하지만 같은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이 다섯 개라면,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 한국은 인구가 5000만 명, 중국은 14억 명이다. 약 30배 큰 시장이다. 한국은 면적도 작고 민족이 같아서 콘텐츠 소비 취향이 비슷할 수 있지만, 중국은 56개 민족, 한국보다 100배 큰 땅을 갖고 있다. 1개 플랫폼에서 실패해도 29개에서 기회가 남아 있다.”

크리에이터가 중국에 반드시 진출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2019년 12월부터 유튜브에 연예인 등 유명인과 방송 콘텐츠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요리연구가이자 기업인인) 백종원이 채널을 만들면 금세 100만 구독자를 모으지만, 일반 크리에이터가 성공하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크리에이터의 50% 이상이 1년 동안 100만원도 채 벌지 못했다. 한 달에 10만원의 수익도 못 챙겼다는 뜻이다. 중국은 크리에이터의 주 수익원이라 할 수 있는 광고 시장도 한국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글로벌 브랜드 기업들이 광고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크리에이터 수익은 이런 광고에 80~90%가량을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나머지가 광고 마케팅이나 간접광고(PPL) 대가다. 중국은 이것이 5 대 5 정도다. 구독자 수가 많지 않아도 추가 비즈니스를 통해 얼마든지 수익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중국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