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 나익 시게이트테크놀로지 최고정보책임자(CIO) 겸 스토리지 서비스 수석부사장인도 뭄바이대 전기공학, 전 스리콤 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 매니저, 전 머큐리인터랙티브 IT애플리케이션 디렉터, 전 휴렛팩커드 기술 컨설턴트디렉터, 전 샌디스크 수석부사장 및 CIO,전 카테라 기술 수석부사장 라비 나익 시게이트테크놀로지 최고정보책임자(CIO) 겸 스토리지 서비스 수석부사장이 10월 13일(현지시각) 싱가포르 퀸즈타운에 있는 시게이트 연구개발(R&D)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박수현 기자
라비 나익 시게이트테크놀로지 최고정보책임자(CIO) 겸 스토리지 서비스 수석부사장인도 뭄바이대 전기공학, 전 스리콤 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 매니저, 전 머큐리인터랙티브 IT애플리케이션 디렉터, 전 휴렛팩커드 기술 컨설턴트디렉터, 전 샌디스크 수석부사장 및 CIO,전 카테라 기술 수석부사장
라비 나익 시게이트테크놀로지 최고정보책임자(CIO) 겸 스토리지 서비스 수석부사장이 10월 13일(현지시각) 싱가포르 퀸즈타운에 있는 시게이트 연구개발(R&D)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박수현 기자

“반도체 강국인 한국은 시게이트테크놀로지(이하 시게이트)가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시장이다. 시게이트는 ‘먼저 써보지 않은 제품은 권하지 않는다’는 철칙 아래 미국 웨이퍼 제조 공장에 ‘라이브(LYVE) 클라우드’를 도입했고, 매일 몇만 페타바이트(1000조바이트) 단위로 쌓이는 데이터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면서도 비용은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성공했다. 제조 기업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시게이트와 한국은 합이 잘 맞을 수밖에 없다.”

10월 13일(현지시각) 싱가포르 퀸즈타운에 있는 시게이트 연구개발(R&D)센터에서 만난 라비 나익(Ravi Naik) 시게이트 최고정보책임자(CIO) 겸 스토리지 서비스 수석부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나익 부사장은 시게이트 체질 개선 전략의 핵심인 라이브 클라우드를 개발한 주역이다. 시게이트는 라이브 클라우드를 통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제조 기업에서 데이터 관리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라이브 클라우드는 오브젝트 스토리지 기반의 데이터 레이크다. 오브젝트 스토리지는 데이터를 식별번호와 메타데이터 등으로 한데 묶은 객체(object)라는 단위로 저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사용자가 필요한 데이터를 찾기 위해선 해당 객체에 담긴 정보를 검색하기만 하면 돼,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저장하는 데 용이하다. 데이터 레이크는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데이터 아키텍처(데이터 저장·관리·활용을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축하는 인프라 구조) 중 하나로, 수치 등 정형 데이터뿐만 아니라 텍스트·음성·영상 등 비정형 데이터까지 모두 보관하는 저장소로 이해하면 쉽다. 

나익 부사장은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은 사물인터넷(IoT) 센서와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이라며 “수백, 수천 개의 IoT 센서가 축적한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그것을 바탕으로 효율을 극대화하지 못하면 스마트 팩토리는 무용지물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라이브 클라우드는 기업이 여러 개 클라우드에 보관하는 데이터를 한데 모아 그것들이 의미하는 바를 분석한다”고 했다. 다음은 나익 부사장과 일문일답.


싱가포르 퀸즈타운에 있는 시게이트 연구개발(R&D센터. 사진 박수현 기자
싱가포르 퀸즈타운에 있는 시게이트 연구개발(R&D센터. 사진 박수현 기자

라이브 클라우드를 하면 스마트 팩토리 전환이 쉽다는데.
“라이브 클라우드 기반인 오브젝트 스토리지 기술을 적용한 CCTV는 여기에 위치 정보, 사건 발생 시간 등까지 메타데이터로 분류해 사용자가 이를 바탕으로 특정 지역에서 사건이 발생하는 빈도 등을 분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제조 공장에 대입하면, 어느 구역에서 불량이 발생했는지 파악하기가 쉬워지는 것이다. 기존 ‘파일 스토리지’ 기술을 적용한 CCTV가 영상 파일의 이름과 생성 날짜를 표시하는 데 그치는 것과 대조된다.”

시게이트가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한 계기는.
“데이터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많은 이가 놓치는 지점이 있다. 첫 번째는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그리고 엄청난 양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어떻게 저장하고 관리할 것인가’이다. 오늘날 기업들은 대용량의 데이터를 보관하기 위해 한 개 이상의 클라우드, 즉 멀티 클라우드를 쓰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제까지 클라우드 간 ‘대화’를 지원하는 기술은 없었기 때문이다. 한 클라우드에서 다른 클라우드로 데이터 이동이 원활하지 않은 환경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묻히는 데이터는 반드시 생긴다. 이는 분석을 위한 샘플 수집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즉, 기업이 거액을 들여 마련한 클라우드가 제 역할을 못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폭증하는 비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다. 현재 기업들은 클라우드에 담긴 데이터에 접근하거나 이를 옮길 때마다 요금을 지불하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보관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사용할 때도 매번 돈을 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시게이트에 입사했을 때 데이브 모슬리 최고경영자(CEO)가 던진 질문 역시 ‘이 두 가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였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클라우드 업체를 만나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직접 개발하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섰다. 그렇게 2019년부터 개발에 착수해 내부적으로 도입했는데, 오히려 실리콘밸리의 CIO들이 반가워했다.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으니, 시게이트 혼자만 쓰지 말고 판매하라는 것이었다.”

시게이트는 실제로 데이터 용량만을 기준으로 한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사용하는 데이터만큼만 돈을 내고, 나머지는 우리가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시게이트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장사 아닌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라이브 클라우드는 기존 하드웨어 제품군과도 연계해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게이트는 고객사가 버리는 하드웨어를 회수, 재가공하는 ‘순환’ 프로그램을 통해 비용 부담을 덜고 있다.”

시게이트가 데이터 관리 기업으로 전환할 때 의사 결정 과정이 궁금하다.
“라이브 클라우드의 개념을 처음 주변에 알리고 가장 많이 들은 단어가 ‘드디어’다. ‘스토리지 업계 리더인 시게이트가 이쯤 되면 나설 때가 됐다’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라이브 클라우드를 지난해 미국에 이어 올해 싱가포르에 선보인 이후 고객사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합쳐서 50곳 정도 된다. 내부 임직원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라이브 클라우드 사업이 앞으로 시게이트 매출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시게이트는 사업 부문별 매출을 따로 집계하고 있지 않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시게이트는 앞으로 계속해서 라이브 클라우드를 고도화하고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는 데 역량을 쏟을 것이란 점이다. 시게이트는 최근 라이브 클라우드에 분석 기능(라이브 클라우드 애널리틱스)을 추가했다. 조만간 미국 워싱턴 D.C., 오클라호마, 댈러스를 비롯해 영국, 독일, 인도, 일본으로도 라이브 클라우드 서비스 지역을 넓힐 예정이다.” 

한국에는 언제 출시할 예정인가.
“확정된 일정은 없다. 하지만 시게이트는 싱가포르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허브로 삼고 각국에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통상 클라우드를 구축하는 데는 고객사 문의 시점으로부터 18개월에서 24개월,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리지만 시게이트는 60일 이내로 구축을 끝낸다. 시게이트는 반도체 등 제조 분야 외에도 다양한 업계의 기업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시게이트는 현재 싱가포르 정부의 디지털 전환 사업에 참여 중이다. 한국 정부와도 접촉 중인가.
“시게이트에는 각국의 정부와 소통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다. 싱가포르에서 경험한 것처럼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 정부들과 긴밀히 협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