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사업자 유지은씨의 집. 유씨는 촬영 장소 중개 플랫폼 ‘아워플레이스’를 통해 월 50만원 이상의 부수입을 얻는다고 했다. 사진 스튜디오오밀리
개인 사업자 유지은씨의 집. 유씨는 촬영 장소 중개 플랫폼 ‘아워플레이스’를 통해 월 50만원 이상의 부수입을 얻는다고 했다. 사진 스튜디오오밀리

회사원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정재희(여·41)씨는 다른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돈벌이에 늘 아쉬움이 있다. 자신을 위해, 또 가족을 위해 하고 싶은 건 수두룩하지만 자신과 남편의 월급으로는 참아야 할 때가 많다. 더 나은 조건의 기업으로 이직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정씨의 단골 멘트는 “월급을 딱 50만원만 더 받으면 좋겠어”다.

회사는 자선단체가 아니기에 명분 없이 정씨의 소원을 들어줄 리 만무하다. 정씨는 스스로 수입 증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 탁월한 업무 성과로 승진하거나 성과급을 두둑이 챙기는 것, 주식·펀드 등의 금융 투자 활동을 잘하는 것, 천운(天運)에 기대어 매주 로또를 사는 것 등이 후보로 거론될 수 있지만 모두 녹록지 않다.

정보기술(IT)과 아이디어의 발달로 직장인의 부수입 활동에 도움을 줄 만한 여러 플랫폼 비즈니스가 등장하고 있다. 정씨 같은 사람에게는 내가 가진 것을 다른 누군가와 나눠 수입을 내도록 하는 플랫폼이 안성맞춤이다. 여기서 ‘내가 가진 것’은 자주 안 입는 옷이 될 수도, 출근 후 비어있는 집이 될 수도 있다. 소소한 취미나 특기도 남과 나누면 돈이 된다.


방에 쌓인 옷이 많다면

교사인 김희수(여·39)씨는 집에 안 입는 옷이 너무 많아 고민이었다. 버리거나 팔기에는 아깝고 다시 입자니 내키지 않았다. 김씨의 고민은 패션 공유 플랫폼 ‘클로젯셰어’를 만나면서 해결됐다. 클로젯셰어는 개인이 소유한 옷이나 가방을 타인과 공유하는 서비스다. 다른 사람이 내 옷을 빌려 입을 때마다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김씨는 “인스타그램에서 클로젯셰어 광고를 우연히 접했는데, 바로 ‘이거다’ 싶었다”고 했다.

클로젯셰어 사용법은 간단하다. 사용자는 웹사이트를 통해 공유를 신청한 뒤 업체에서 제공한 봉투에 안 입는 옷이나 가방을 넣어 보내면 된다. 가진 의류를 다 담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유니클로·H&M 등 패스트패션(SPA), 국내 저가 브랜드, 비(非)브랜드 등은 받지 않는다. 공유 가능한 브랜드 제품을 보내도 클로젯셰어의 자체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반송된다. 김씨는 “두 번에 걸쳐 80여 벌을 전달했고, 클로젯셰어에서 선택한 옷은 총 11벌”이라고 했다.

김씨는 11벌을 공유해 3개월간 약 10만원을 벌었다. 그는 “큰 액수는 아니지만 옷장에 그대로 뒀다면 아예 발생조차 하지 않았을 돈”이라며 “100만원 넘게 받는 사람도 있는 만큼, 나 역시 옷을 계속 보내 수익 규모를 키울 것”이라고 했다. 클로젯셰어에 따르면 월 최고 이익(옷 기준)을 거둔 이는 122만원을 번 안모씨다. 누적치 기준으로는 유모씨가 2400만원을 받아 갔다.

부동산 기업에서 근무하는 조민영(여·34)씨는 명품백 공유 플랫폼 ‘마이시크릿백’ 애용자다. 마이시크릿백은 클로젯셰어와 사업 모델이 비슷한 회사다. 차이점은 명품백 공유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조씨는 “명품백에 관심이 많아 틈틈이 샀는데, 결국에는 자주 드는 가방만 계속 찾게 된다”라며 “대여료의 절반을 나눠주는 구조라 제법 쏠쏠하다”고 했다.


각종 연결 플랫폼에서 자신이 가진 것을 다른 이와 공유해 추가 수입을 내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각종 연결 플랫폼에서 자신이 가진 것을 다른 이와 공유해 추가 수입을 내는 사람이 늘고 있다.

촬영 공간 빌려주면 추억은 덤

만약 당신의 집이 잘 꾸며져 있다면 공간 대여 플랫폼이 용돈을 벌 수 있게 해줄지 모른다. 개인 사업자인 유지은(여·31)씨는 지난해 여름 서울의 한 소형 아파트를 매입했다. 잡지에 소개될 만큼 예쁜 집에 사는 것을 꿈꿔 온 유씨는 인테리어 업체와 계약해 집 구석구석을 뜯어고쳤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유씨는 “어느 날 지인 중 한 명이 집을 ‘아워플레이스’에 올려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아워플레이스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했다.

아워플레이스는 촬영 장소 중개 플랫폼이다. 말 그대로 촬영 공간이 필요한 사람과 그 사람에게 집·사무실 등을 빌려줄 수 있는 이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기본요금(시간당)을 바탕으로 인원수나 사용 시간에 따라 최종 요금이 결정되는 시스템이다. 지인의 추천을 받은 유씨는 집 사진을 여러 장 찍어 아워플레이스에 올렸고, 현재 집 대여는 유씨의 든든한 추가 수입원이다. 유씨는 “규칙적인 건 아니지만 대충 따져보면 한 달에 1~2회 정도 대여가 이뤄진다”며 “월 50만원 이상의 부수입이 꾸준히 생긴다”고 했다.

대여는 가급적 가족 모두 집을 비우는 평일 낮 시간대로 조율한다. 유씨는 “돈 버는 즐거움도 있지만, 나중에 예기치 못한 곳에서 내 집이 등장하는 광고나 뮤직비디오를 보는 재미가 크다”며 “부수적인 수입과 추억을 모두 챙길 수 있어 매우 만족한다”고 했다.


포장 비법도 공유하면 돈

만약 남을 가르칠 수 있는 어떤 재주가 있다면, 부수입을 얻는 게 수월하다. 평일 퇴근 후나 주말에 과외 활동을 할 수 있어서다. 과외는 자신이 직접 시간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빌려주기만 하면 끝나는 옷·가방·집 대여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플랫폼들이 ‘과외 가능 범위’를 크게 확대했다는 점에서 한 번쯤 고려해 볼 만한 카드다.

예컨대 ‘숨고’라는 플랫폼이 있다. 특정 분야의 고수와 그 고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숨고는 숨은 고수의 줄임말이다. 숨고에서 활동하는 고수는 다양하다. 영어·중국어 등 어학은 물론 퍼스널트레이닝(PT), 보컬, 비트박스, 마술, 바느질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곰팡이 제거, 정리정돈, 포장 전문가도 있다. 만약 평소 곰팡이 제거에 자신 있다면 이 플랫폼에 고수로 등록해 얼마든지 제자를 모을 수 있다.

숨고에는 360명의 바둑 고수가 있다. 숨고의 바둑 고수가 돼 바둑 레슨을 한 적 있다는 직장인 박경철(가명)씨는 “평소 바둑이나 장기 두는 걸 워낙 좋아하는데, 취미 생활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 숨고에 등록했다”며 “이직 등의 사유로 금방 관뒀지만 괜찮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드럼 연주자인 성주호(남·36)씨는 “공연이 없는 날에도 수입을 내고 싶어 숨고를 찾았다”며 “레슨받고 싶어 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 예전보다 많아졌다”고 말했다.

호주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하는 강미연(여·29)씨는 주말마다 영어 회화 과외를 해 부수입을 얻는다. 주말에 빈둥거리며 시간을 때우는 경우가 많아 돈이라도 더 벌기로 한 것이다. 강씨는 ‘프람피’라는 전문가-의뢰인 연결 플랫폼을 활용한다. 그는 “비슷한 연배의 학생들과 다양한 장소에서 수업을 진행한다”며 “친구도 사귀고 돈도 벌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