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있는 나스닥 마켓사이트 빌딩 외벽 스크린에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 최고경영자(CEO)의 얼굴이 비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12월 1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있는 나스닥 마켓사이트 빌딩 외벽 스크린에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 최고경영자(CEO)의 얼굴이 비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이 12월 둘째 주 ‘메가 위크’를 보냈다. 북미 최대 음식 배달 플랫폼 업체 ‘도어대시(Door Dash)’와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Airbnb)’가 잇따라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도어대시 주가는 상장 첫날인 12월 8일(이하 현지 시각) 182달러(약 20만원)로 시초가를 형성한 뒤 189.51달러로 장을 마쳤다. 종가가 공모가(102달러) 대비 85.79%나 오른 것이다. 시가총액은 602억달러(약 65조7745억원)로 불었다. 미국 최대 완성차 회사 제너럴 모터스(GM) 시가총액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상장 전날 확정된 공모가 역시 애초 희망 공모가 범위(90~95달러)를 크게 뛰어넘었다.

도어대시 상장 이틀 뒤 데뷔한 에어비앤비 시가총액은 한때 100조원 고지를 돌파하기도 했다. 에어비앤비 주가는 12월 10일 146달러(약 16만원)로 거래를 시작해 144.7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인 68달러에서 112.8%나 뛰어오른 셈이다. 시초가인 146달러를 기준으로 에어비앤비의 시가총액은 1016억달러(약 111조88억원)에 달했다. 이는 세계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익스피디아와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큰 액수다.

도어대시와 에어비앤비 상장으로 미국 테크 IPO 열풍이 ‘정점’을 찍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 기업에 앞서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업체인 ‘스노플레이크(Snowflake)’가 상장 첫날인 9월 16일 주가가 공모가보다 무려 111%나 오르면서 ‘상장 대박’을 터뜨렸다.

미국 시장 정보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역대 미국 테크 IPO 가운데 조달액 기준으로 올해 상장한 스노플레이크(5위), 에어비앤비(6위), 도어대시(7위) 모두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상장한 차량 호출 플랫폼 우버(Uber)와 리프트(Lyft) 역시 10위권에 들면서 절반 이상이 2년 새 상장한 기업이다. 2019년 IPO 당시 우버와 리프트의 조달액은 각각 81억달러(약 8조8371억원), 26억달러(약 2조8407억원)에 달했다.

CNBC는 “지난 수십 년간 투자자들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돈을 쏟아부으면서 이들 기업은 상장하지 않고도 성장할 수 있게 됐다”며 “테크 기업 상장 규모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테크 IPO 대어 5곳 중 스노플레이크를 제외한 4곳이 고비용의 플랫폼 사업을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정 공유 시장의 선도 기업으로 이용자들을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외부에서 투자받은 막대한 돈은 서비스를 홍보하거나, 이용자 대상 프로모션을 진행하거나, 플랫폼 노동자를 늘리는 데 쓴다. 이러한 사업 구조 탓에 사업 초기 적자는 불가피하다.

올해 3분기 에어비앤비를 제외한 도어대시·우버·리프트가 모두 적자를 냈다. 에어비앤비라고 사업이 잘돼서 흑자를 낸 것은 아니었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의 직격탄을 받으면서 직원의 4분의 1에 가까운 1900여 명을 정리해고하고 마케팅 비용을 감축하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결과였다.

미국의 금융 정보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미국 IPO 시장에 몰린 자금은 1560억달러(약 170조4456억원)로 지난해(625억달러)의 2.5배 수준이었으며, 닷컴 버블이 있던 1999년(1070억달러)의 기록을 넘어섰다. 신흥 테크 기업의 성장 기대감, 저금리에 따른 주식 투자 열기, 시장에 넘쳐나는 유동성 등이 IPO 기업의 평가 가치를 끌어올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일각에선 현재의 IPO 열풍이 ‘닷컴 버블’과 닮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익성 없는 스타트업의 가치가 현실과 동떨어진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상장한 미국 기업의 가치는 닷컴 호황기 이후 약 20년 만에 최고 수준에서 평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올해 미국 테크 기업의 상장 후 첫 거래일 시가총액은 직전 1년간 매출액의 23.9배(중간값 기준)에 달했는데, 이는 닷컴 호황기인 2000년 49.5배 이후 약 2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 수치는 2010년대만 해도 대략 6배 수준이었다.

버블 논란이 일고 있지만, 2021년도 테크 IPO 열풍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무료 주식 거래 플랫폼 기업 ‘로빈후드(Robinhood)’를 비롯해 내년에 신규 상장 홍수가 일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내년 기업 가치가 50억달러(약 5조4630억원) 이상인 대기업 70여 개를 포함해 수백 개의 신생 기업이 상장할 것으로 전망한 제인 던레비 골드만삭스 글로벌 인터넷 투자 뱅킹 공동 책임자는 FT에 “슈퍼 사이클이 계속될 것”이라며 “테크 기업의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IPO 준비 중인 핀테크 공룡

로빈후드는 IPO 주간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 내년 1분기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로빈후드는 지난 8월 기준 110억달러(약 12조186억원)의 기업 가치 평가를 받았지만, 상장하면 200억달러 이상의 몸값을 자랑할 것으로 점쳐진다. 팬데믹 와중에 젊은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로빈후드 가입 계좌는 1300만 개로 뛰었다.

로빈후드를 비롯해 ‘스트라이프(Stripe)’ ‘어펌(Affirm)’ 등 유명 핀테크 스타트업도 내년 상장이 예상된다. 미국 최고의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스트라이프는 지난 4월 기준 기업 가치가 무려 360억달러(약 39조3336억원)에 달했다. 기업용 온라인 결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스트라이프는 시장 전통 강자인 ‘페이팔(PayPal)’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자상거래 이용자가 늘면서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페이팔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막스 레브친이 설립한 어펌은 온라인 할부 대출·지불 서비스 업체다. 현재 650만 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으며 월마트·익스피디아 등 6500개 이상의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기업 가치는 최근 30억달러(약 3조2778억원)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상장하면 100억달러까지 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밖에도 조(兆) 단위로 기업 가치를 평가받는 미국 스타트업 가운데 식료품 배달 플랫폼 ‘인스타카트(Instacart)’,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 등이 내년 뉴욕 증시에 데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로블록스는 올해 상장할 계획을 내년으로 미룬 것이다. 도어대시와 에어비앤비가 상장 대박을 터뜨리자 IPO 시장이 예상보다 과열됐다고 판단, 공모가를 더 올리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