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과 달리 규격화되지 않아 오프라인에서 직접 발로 뛰어야만 확인할 수 있는 상업용 부동산. 정보 비대칭이 심하고 진입장벽이 높아 접근과 분석이 어려웠던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프롭테크(proptech·부동산에 IT 기술을 접목한 온라인 서비스) 기업들이 등장하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오피스 중개 플랫폼 ‘알스퀘어’는 보수적이었던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변화를 가져온 국내 1위 프롭테크 기업(매출 기준)이다. 전국에 있는 모든 오피스 빌딩을 전수 조사해 정보를 구축했고 건물 임대, 매매가 필요한 소비자나 기업들에 15만 개 데이터를 바탕으로 중개한다. 최근에는 인테리어부터 자산관리, 부동산 개발까지 나서고 있다. 2016~ 2021년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이 64%에 달할 만큼 빠른 성장세다.

알스퀘어는 지난해 11월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7200만달러(약 850억원) 규모 투자를 받고 새로운 도약을 꾀하고 있다. 알스퀘어는 글로벌 자산시장, 빅데이터 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들을 빨아들이고, 베트남·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6개국으로의 진출을 본격화한다.

알스퀘어가 구상하는 전략과 꿈꾸는 미래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코노미조선’이 2월 28일 서울 역삼동 알스퀘어 본사에서 알스퀘어의 조직운영을 담당하는 정민선 최고운영책임자(COO)와 투자·재무를 담당하는 윤수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만나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B2B인 상업용 부동산에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했나.

정민선 “컨설팅, 금융 쪽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 B2B 사업에 익숙했다. 상업용 부동산은 폐쇄적이고, 거래 금액이 많고, 업계 관계자들만 많은 정보를 가진 비대칭적 시장이라서 기회가 있다고 봤다. 실제로 시장이 커가는 것도 느낀다. 2018년 프롭테크포럼 회원사는 26개뿐이었는데, 지난해 300여 개로 늘었다. 부동산 거래액(540조원) 기준으로 보면 프롭테크를 통한 거래액은 0.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앞으로 더 많은 변화·혁신이 이뤄질 수 있고,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윤수연 “홍콩과 뉴욕 투자·금융회사에서 일하며 4차 산업혁명으로 많은 소비자의 삶이 바뀌고 있다는 걸 목격했다. 국내에서도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등 B2C 스타트업들은 사람들의 삶을 뒤바꾸고 있다. 하지만 B2B 분야에서는 혁신이 없었다. 이제는 B2B 스타트업이 혁신을 일으킬 시기라고 생각했다. 가장 전통적인 부동산 산업, 프롭테크 산업의 혁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알스퀘어를 살펴보니 저력이 있었는데,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었다. 잠재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앞으로가 대단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정민선 알스퀘어 COO 서울대 경제·경영학과, CEIBS MBA, KICPA, 전 딜로이트 회계사·컨설턴트, 전 삼성생명 전략기획 과장, 전 라이나생명 경영관리팀장, 전 EY 컨설팅 전략 이사, 전 크래프톤 PI 실장 사진 안소영 기자
정민선 알스퀘어 COO 서울대 경제·경영학과, CEIBS MBA, KICPA, 전 딜로이트 회계사·컨설턴트, 전 삼성생명 전략기획 과장, 전 라이나생명 경영관리팀장, 전 EY 컨설팅 전략 이사, 전 크래프톤 PI 실장 사진 안소영 기자
윤수연 알스퀘어 CFO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 전 바클레이스(홍콩) 애널리스트, 전 HSBC(홍콩) 어쏘시에이트, 전 콜러캐피털(홍콩) 시니어 어쏘시에이트, 전 블랙록(미국 뉴욕) 바이스 프레지던트 사진 안소영 기자
윤수연 알스퀘어 CFO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 전 바클레이스(홍콩) 애널리스트, 전 HSBC(홍콩) 어쏘시에이트, 전 콜러캐피털(홍콩) 시니어 어쏘시에이트, 전 블랙록(미국 뉴욕) 바이스 프레지던트 사진 안소영 기자

알스퀘어는 B2B 부동산 시장에서 어떤 장점을 내세워 혁신하고 있나.

정민선 “도전정신과 실행력을 뽑을 수 있다. 부동산 분야는 로테크(Low-Tech) 산업이라서 금융, 소비재업보다 변화가 더딘데, 알스퀘어는 이를 깨고자 했다. 5년간 발로 뛰며 전국의 빌딩, 오피스 정보를 수기로 DB를 모았고, 어느 조직도 가지고 있지 않은 데이터를 확보하며 초격차를 이뤄냈다. 예를 들면, 전국의 오피스 빌딩에 공실이 얼마나 있는지, 건물은 몇 층짜린지, 계약은 언제까진지부터 임대인의 성격은 어떤지, 어떤 임차인을 선호하는지 등을 파악했다. 어떻게 보면 파격적인 방식으로 실행해낸 거다.”

윤수연 “문제 해결력이다. 코로나19로 2020년 초반에는 매출이 감소세를 보였지만 금세 회복했고, 2021년에는 되레 전년도 대비 매출액이 50% 이상 늘어나는 등 회복세를 보였다. 각종 연계 사업으로 범위를 확장해 매출을 늘리고 있기도 하다.”


수기로 데이터 15만 건을 쌓았다니 놀랍다. 알스퀘어가 데이터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윤수연 “알스퀘어는 데이터 연계사업을 통해 무기를 갈고닦고 있다. 우리의 롤모델인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정보 분석 및 온라인 플랫폼 기업 코스타 그룹(Costar Group)을 살펴보면, 이들은 구독 서비스나 컨설팅 서비스를 판매하는 식으로 매출을 늘린다. 이러한 데이터 시스템은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도 유지보수 비용이나 인건비는 제한적인 폭에서 상승하기 때문에 영업이익률 업사이드가 무한대인 사업모델이다. 알스퀘어도 차별화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체 뉴스레터를 제공하고 있고, 솔루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보니, 기업 가치도 다른 기업에 비해 높게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코스타 그룹의 주가매출비율(PSR)도 13~20배에 이른다.”


알스퀘어의 사업을 보면 스타트업이 아닌 것 같은 느낌도 있다.

정민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얼마나 가지고 있고, 기술로 업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느냐 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때, 알스퀘어는 스타트업이다. 우리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지고 기존의 영업방식을 깨고 시장의 비효율성을 타파하고 있다.”

윤수연 “최근 5년간 평균 매출성장률이 60%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업 부문에서도 그렇다. 예를 들어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진행하는 시공능력 평가에서 알스퀘어는 매년 10계단 이상 상승해왔다. 사업 영역 대부분에서 기존 전통 산업 경쟁자를 제치고 혁신을 이뤄내고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해 850억원 규모 투자를 받았다. 이 자금으로 무엇을 할 건지, 장기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정민선 “알스퀘어 비즈니스 모델을 오피스 임대차 사업에서 그치지 않고, 부동산-인테리어, 임대-임차 연계로 넓혀 연계수익을 내고 있다. 하나의 비즈니스에 멈추지 않고, 수직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국내에서 이뤄낸 성공방정식을 해외에서도 적용할 계획이다. 싱가포르에 동남아 법인 지주사를 세웠고, 데이터가 많지 않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데이터 툴을 만들어 분석하고, 해외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해 현지화할 계획이다. 동남아에는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있기 때문에 여기서 더욱 기회가 많을 것이라 본다.”


앞으로 알스퀘어를 어떤 회사로 만들고 싶은가.

정민선 “에어비앤비나 우버처럼 프롭테크 업계에서 누구나 알고 있고, 이용할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 올해는 기존 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구축하려고 한다. 한국을 넘어 팬아시아의 ‘데이터 자이언트’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

윤수연 “데이터 사업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 데이터 사업은 국경에도, 시차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국내 B2B 프롭테크 기업 중 처음으로 유니콘 기업이 되고 싶고, 국내를 넘어 팬아시아로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