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민 피플바이오 창업자 겸 대표 연세대 생물학과, 미국 애크런대 경영학 석사,전 한국엠에스디제약 근무 사진 피플바이오
강성민 피플바이오 창업자 겸 대표 연세대 생물학과, 미국 애크런대 경영학 석사,전 한국엠에스디제약 근무 사진 피플바이오

“2002년 창업 이후 2008년까지 혈액을 이용한 광우병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2009년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 광우병 의무검사제도가 폐지되면서 광우병 검사와 관련한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6년간 공을 들인 광우병 진단 기술 개발 비용을 회수하기도 전에 사업에 위기가 찾아왔지만,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기존 기술을 응용한다면 알츠하이머병(치매) 진단 기술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혈액 기반 치매 조기 진단키트 개발 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피플바이오 창업자인 강성민 대표가 9월 13일 인터뷰에서 피벗(Pivot·사업 전환)의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피플바이오는 세계 최초로 혈액 기반 치매 조기 진단키트를 개발한 국내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의 진단키트는 2018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의료 기기로 허가받았고, 2021년 12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으로부터 신의료 기술 인증을 받아 올해부터 전국 병·의원에서 처방이 가능해졌다. 기존 치매 진단 방법들은 증상이 일정 수준 이상 발현한 후에야 치매 진단이 가능했지만, 피플바이오 진단키트를 이용하면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 조기에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치매가 진행될 때 아밀로이드베타 올리고머화(OAβ)라는 물질이 생기는 원리를 이용한다. 그런데 이 성분은 농도가 낮기 때문에 검출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피플바이오는 혈액 내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응집시키는 기술을 개발, 이 성분의 검출을 가능하게 했다. 또 혈액만 있으면 간단하게 치매를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가의 분석 장비가 필요 없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강 대표는 “치매 조기 진단뿐 아니라 치료와 예방 관리 솔루션까지 모두 제공하는 업체로 사업을 다각화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피플바이오 치매 조기 진단키트. 사진 피플바이오
피플바이오 치매 조기 진단키트. 사진 피플바이오

광우병에서 치매 진단으로 사업 방향을 튼 결정적 계기는.
“광우병 의무검사제도가 해외에서 점차 폐지되는데, 그 흐름을 읽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시장성이 없으면 사장되기 마련인데, 우리가 그러한 경우였다. 광우병 진단법을 개발하면서 단백질 응집 기술을 활용했는데, 치매 역시 특정 성분을 단백질 응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업 방향을 바꾸기 전, 기술이 개발됐을 때 시장성이 있는지를 먼저 알아보려고 했다. 실패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의 알츠하이머 프로젝트 총괄 담당자에게 우리가 시도하려고 하는 기술이 성공했을 경우 시장성이 있는지 질의했다. 성공만 한다면 시장성이 크다는 답변을 받은 뒤 치매 조기 진단키트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때가 2009년이었다. 기존에 단백질 응집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2년 정도 연구하면 기술 개발이 끝날 것이라 생각했지만, 기술 개발에만 8년 정도 걸렸고, 각종 인증을 거쳐 제품 상용화까지 13년이나 걸렸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기술 개발과 규제 당국 인증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중간에 사업을 포기하고 싶은 적도 있었다.”

세계 최초이지만 후발 주자들과 경쟁이 심화할 것 같다.
“혈액을 이용해 치매를 진단하는 후발 주자들의 시도가 많이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자체적으로 연구개발(R&D)을 하고 있다. 치매가 진행될 때 나오는 성분인 OAβ를 장비 없이도 혈액 샘플과 키트만으로 검출하는 기술은 현재 우리밖에 없다. 미국이나 일본, 대만 등에서도 혈액을 이용한 치매 진단키트를 내놓은 회사들이 있지만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고가의 장비를 이용해 검사해야 하기 때문에 검사비가 100만원이 넘는다. 이에 비해 우리는 검사비가 70~80% 이상 저렴하다는 점에서 가격 경쟁력이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올해는 2009년 치매 진단키트 기술 개발에 들어간 지 13년 만에 제품이 상용화한 뜻깊은 해다. 올해부터 국내 병원에서 처방이 가능해지면서 본격적으로 매출이 잡히기 시작했다. 우선 씨젠의료재단, GC녹십자의료재단, 삼광의료재단, SCL서울의과학연구소, 이원의료재단 등 국내 5대 수탁 검사기관을 통해 치매 진단키트 공급을 시작했다. 이 밖에도 국내 대학병원과 상급 종합병원에도 진단키트를 공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40억원 정도의 매출 발생을 기대하고 있고, 내년에 진단키트 공급 병원이 많아지면 200억원까지 국내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에는 없던 상품이라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은데, 시간이 갈수록 매출 증가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해외 시장 진출은.
“현재 싱가포르와 캐나다에서 규제 당국의 판매 허가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는 코호트 스터디(특정 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집단을 대상으로 연구 대상 질병의 발생률을 비교하는 연구 방법)를 추가로 요구받아 관련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해외 시장보다는 국내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평판을 쌓은 뒤 이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려고 한다. 해외 바이어와 만나면 한국에서 우리 제품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한국에서 성공적인 사례를 구축하는 게 해외 시장 진출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금 조달이 어렵지 않았나. 
“회사 설립 이후 매출 발생 없이 R&D만 해왔기 때문에 초창기 엔젤투자부터 수차례의 벤처캐피털 투자를 통해 회사를 유지해야 했다. 그들의 도움이 매우 컸다. 부족한 자금은 기술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정책자금 대여를 받았고, 임상에 들어갈 비용은 정부연구과제를 통해 조달하기도 했다. 2020년 10월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회사 자금 조달이 훨씬 용이해졌다.”

실력 있는 연구원 확보도 필수였을 텐데. 
“초창기 적은 수의 연구원으로 회사를 운영했지만, 함께 고민하고 밤낮없이 실험을 계속하면서 연구 인력 부족을 극복했다. 현재는 연구원 수가 25명으로 회사 직원의 절반을 차지한다. 치매와 뇌 질환 분야의 기초과학자, 임상연구자들로 구성된 스터디 그룹 ‘ADAM(Alzheimer’s Disease All Marker study group)’을 통해 지난 15년간 매주 최신 논문을 리뷰하고 연구 동향에 대해 토의하면서 연구 인력 부족 문제를 보완하려고 노력했다. 이 스터디 그룹을 통해 좋은 인재를 추천받기도 했다.” 

자회사를 세운 이유는.
“치매 진단뿐 아니라, 치료제 개발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2021년 7월 자회사인 뉴로바이오넷을 설립했다. 치매 진단부터 치료까지 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신약 개발 회사인 다당앤바이오와 글라세움에 각각 30억원과 20억원을 투자했고, 이들과 치매 치료제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 플랫폼 업체에는 왜 투자했나. 
“치매 외 다른 질병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파킨슨병 디지털 진단 제품 개발을 위해 임상 연구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정보기술(IT) 기반 건강 관리 플랫폼 기업 제이어스에 44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26.16%)가 됐다. 제이어스와 협력해 디지털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이용한 파킨슨병의 조기 진단 임상을 준비 중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면 디지털 치료제 형태로 사업을 확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