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미노 도루 일본 준텐도대 의대 순환기내과 교수치바대 의대, 도쿄대 의학 박사, 전 하버드대 의대 리서치 펠로, 전 니가타대 의대 순환기 내과 교수 사진 미나미노 도루
미나미노 도루 일본 준텐도대 의대 순환기내과 교수치바대 의대, 도쿄대 의학 박사, 전 하버드대 의대 리서치 펠로, 전 니가타대 의대 순환기 내과 교수 사진 미나미노 도루

요즘 공포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좀비’는 생명이 끊어진 뒤에도 죽지 않고 살아서 움직이는 시체를 가리킨다. 그런데 우리 몸속에도 ‘좀비’라고 불리는 세포가 있다. 인체의 세포는 시간이 지날수록 분화 능력을 잃어버리고 노화하는데, ‘좀비 세포’는 더 이상 분화하지 않으면서도 죽지도 않는 세포다. 이것들은 체내에 쌓여 만성적 염증을 유발하고 당뇨나 동맥경화, 알츠하이머 등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

2021년 12월 일본 준텐도(順天堂)대 의대 미나미노 도루(南野徹) 교수 연구팀은 이런 좀비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백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노화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나미노 교수는 9월 15일 화상 인터뷰에서 “백신 개발이 활성화되면 동맥경화나 알츠하이머 등 건강 수명을 단축하는 질병 상당 부분을 치료해 건강 수명을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화 세포 제거 백신은 언제쯤 상용화가 될 수 있을까.
“꽤 어려운 질문이다. 개발 측면에서 보자면, 몇 가지 선택지가 있다. 펩타이드 백신으로 만들지, mRNA 백신으로 할지, 항체 치료제로 개발할지. 가장 손쉬운 선택지는 아마도 항체 치료제로 만드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상용화’라고 하는 것은 사람에게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노화 세포 제거 백신은 이걸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암⋅알츠하이머⋅동맥경화처럼 정해진 질병이 있으면 치료제를 사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노화’라는 건 이런 질병들처럼 구체적인 병명이 있는 게 아니니까 사용 대상을 정하기가 애매하다. 또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려면 여러 가지 (정부) 허가를 통과해야 하는데, 그게 얼마나 빨리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아마도 진단 툴(tool)로 먼저 선보이는 게 가장 빠를 것 같다. 아직 체내에 노화 세포가 얼마나 많이 축적됐는지를 진단하는 툴 같은 게 없다. 우선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치료로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진단 방면으로 보자면, 수년 내에 상용화가 가능해질 것이고, 치료 측면에서는 허가나 보험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보다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노화 세포 제거 백신은 부작용은 없나.
“실험 데이터로 봤을 때는 이렇다 할 부작용이 없다. 예를 들어 항암제는 암세포 말고 다른 세포들도 죽여버리기 때문에 부작용이 있지만, 노화 세포 제거 백신은 좀비 세포를 표적으로 삼아 그것만 선택적으로 죽이기 때문에 항암제 같은 부작용은 없다.”

노화 세포를 선택적으로 죽인다고 하더라도 인간 몸의 세포는 시간이 지나면 계속 노화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노화 방지를 위해선 만성병 치료처럼 지속적으로 노화 세포 제거 백신을 맞아야 하는 건가.
“그건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신진대사 과정에서 유난히 노화 세포가 잘 쌓이는 사람과 상대적으로 덜 쌓이는 사람이 있다. 만약 노화 세포가 체내에 잘 축적되는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백신을 맞는 빈도를 높여야 한다. 실험 결과를 보면 1회 백신을 맞으면 반년에서 1년가량 효과가 있었다. 또한 체내에 쌓인 노화 세포를 절반만 제거해도 효과가 있었다. 무조건 노화 세포를 ‘제로(0)’로 만들 필요는 없다. 그러니 진단을 겸해서 ‘이제는 체내에 노화 세포가 이 정도 쌓였으니 슬슬 백신을 맞아야 할 때’라는 결과가 나오면, 백신을 맞는 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빈도는 사람에 따라 1년에 1회가 될 수도 있고 5년에 1회가 될 수도 있다.”

노화 세포 백신을 맞으면 노화를 연기하거나, 중지할 수 있나. 아니면 회춘까지 가능한 건가.
“우리는 ‘회춘’이라는 말보다는 건강 수명을 늘린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노인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그러니 노화를 연기하거나 회춘이라거나 하는 것보다는 건강 수명을 늘리는 치료제로 생각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일본은 노화 연구 분야에서 선진국이다.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쥐의 피부 세포에 네 가지 유전자 조절 단백질을 주입해 노화 세포를 배아줄기세포(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라나는 원시세포) 상태로 되돌린 공로로 2012년 노벨상을 받은 바 있다. 이후 그의 이름을 딴 단백질 ‘야마나카 인자’와 이 유전자를 주입해 만든 ‘유도만능 줄기세포(IPS)를 바탕으로 노화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들이 하나씩 나오고 있다. 

노화 연구의 최전선에 서 있는 미나미노 교수에게 최근 여러 글로벌 바이오 기업이 텔로미어(telomere⋅염색체 말단) 길이를 늘이거나 하는 유전자 치료를 통해 노화 과정을 중지하고, 심지어는 젊음을 되돌릴 수 있다고 홍보하는데 이게 의학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질문했다.

“우리처럼 노화 세포를 선택적으로 없애거나 ‘야마나카 인자’를 사용하면 건강 수명을 단축하는 여러 질병을 치료하는 데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동맥경화나 알츠하이머, 그리고 근 감소 관련 질병인 ‘사코페니아’ 등 많은 질병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 측면에서 생각하자면 노화를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일정 수준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춘은 글쎄. 어쩌면 ‘야마나카 인자’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회춘도 가능하다고.
“야마나카 인자라면, 말이다.”

하버드대 의대에서 노화를 연구하는 데이비드 싱클레어(David Sinclair) 교수가 쓴 ‘노화의 종말(원제 Lifespan: Why We Age and Why We Don’t Have To)’은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노화의 원인을 알고 이것을 억제하면 노화를 방지하고, 심지어 젊음을 되돌릴 수도 있거나, 가까운 시일 내 노화가 질병으로 취급되는 시대가 온다는 내용인데 실제로 노화가 질병으로 취급받는 시대가 열리리라고 보나.
“나는 그러길 바라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에 이미 질병 분류에 노화를 포함했다. 우리가 개발 중인 치료제가 노화라는 질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노화 억제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 인간 수명은 얼마나 늘어날 수 있을까.
“우리의 목표는 나이를 먹어도 건강하게 사는 데 중점을 둔다. 120세가 되더라도 건강하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노화를 억제하는 게 반드시 수명 연장과 같은 말이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노화 세포 치료 연구는 어디까지나 건강 수명을 늘리기 위한 것이지, 절대적인 수명을 늘리기 위한 것은 아니다.”

노화를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면, 나이 듦이라든지 노인에 대한 기존 관념은 어떻게 바뀔까.
“내가 어렸을 때는 60세만 돼도 노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60세는 ‘무슨 일을 더 할 수 있을까. 은퇴하면 어떤 재미있는 일을 할까’를 고민하지 않나. 노화 치료를 통해 50세가 할 수 있는 일을 70세, 80세, 그 이상 연령이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Keyword

텔로미어(telomere) 염색체 말단 부분으로, 염색체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할수록 짧아져 시간이 지나면 닳아 없어지기 때문에 ‘생체 시계’라고도 불린다.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이 노화와 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mRNA 염색체의 핵 안에 있는 DNA의 유전 정보를 세포질 속에 있는 리보솜 속에 전달하는 RNA를 일컫는다. 단백질을 합성하는 정보를 DNA로부터 리보솜에 전달하기 때문에 ‘전령(messenger) RNA’라고도 불린다. 모더나와 화이자가 생산 유통하는 코로나19 백신은 mRNA를 이용한 것인데, mRNA 백신은 바이러스 단백질을 체내에 직접 주입하는 기존의 백신과 달리 신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 생성 방법을 세포에 학습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오윤희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