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 연세대 경영학, 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전 크레디트스위트 애널리스트,전 JP모건 애널리스트 사진 삼성증권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 연세대 경영학, 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전 크레디트스위트 애널리스트,전 JP모건 애널리스트 사진 삼성증권

“지금 주식 시장은 생각하지 못한 여러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는 고차 방정식이 됐다. 거인 어깨에 올라타서 기다리기만 하면 주가가 알아서 오르던 제로, 마이너스(-) 금리 시기와는 상황이 바뀌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9월 14일 인터뷰에서 “당분간 채권 시장에 투자의 또 다른 베이스캠프를 세워두고, 다시 주식 시장에 공략할 타이밍을 점검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삼성증권은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반영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종 금리 전망치를 수정했다. ‘울트라 스텝(한 번에 1.0%포인트 인상)’은 없어도 연준이 금리를 최대 4.5%까지 인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향후 3~6개월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은 ‘중립’에서 ‘축소’로 하향 조정했다.


주식 투자가 쉽지 않은 시기다.
“시장은 항상 어렵다. 만약 시장이 일정한 패턴대로 움직인다면 누구나 다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변수들이 너무 많아졌다. 일차 방정식에서 고차 방정식이 됐다. 단순히 경제, 실적만 보는 게 아니라 전쟁 등 지정학적 이슈까지 고려해야 한다. 변동성을 야기하는 요인이 많아지다 보니 평소보다 더 어렵다고 느껴지고 있다.”

수많은 변수 중 무엇을 주목해야 할까.
“통화 정책이다. 올해 9월 시장이 요동친 것도 연준이 긴축에서 완화로 선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통화 정책 기조가 언제 돌아설 것인지가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다. 통화 정책 뒤에서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경기 지표, 부동산 등이다.”

시장이 잭슨홀 미팅을 비롯한 작은 이벤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탓이다. 지난해까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강조했던 연준이 올해 들어서는 갑자기 매파(긴축 선호) 기조로 선회했다. 최근 시장에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경기 침체 우려를 내비치면서 내년에 한두 차례 금리 인하할 가능성을 반영했었는데, 기존 예상을 벗어나자 변동성이 커졌다. 물론 주식 시장에도 일종의 편향이 있다. (연준이) 평범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왜곡해서 받아들이고 그런 해석이 뒤엎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국내 대형주 베팅도 위험한가.
“시기적으로는 그렇다. 글로벌 시장 관점에서 한국은 수출주를 중심으로 노출이 많이 돼 있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반도체 업종이 볼륨이나 가격 변동성이 큰 편이다. 지금 시장은 긴축이 심화되면서 전반적으로 수요가 둔화되는 시기다. 이런 시기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게 신흥국의 수출주다. 굳이 대형주에 투자해야겠다면 단순히 볼륨이 큰 종목보다는 환율 상승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 위주로 투자해야겠다.”

삼성전자 주가는 언제 회복할까.
“내년 2~3월쯤 부정적인 매크로(거시경제) 이슈가 일부 해소되면 수요 회복 기대감이 조금씩 나오지 않을까 싶다. 사실 당장 업황만 놓고 보면 상당히 좋지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 수출도 좋지 않고, 판가도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서버 업체, 소위 말하는 하이퍼 스케일러라고 하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주문량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주는 사이클보다 미리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이쯤 되면 바닥에 근접할 것으로 판단한다.”

성장주 투자는 어떤가.
“지금 시장은 생각지 못한 여러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는 고차 방정식이다. 애플, 테슬라 등 혁신기업으로 불리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서 기다리기만 하면 주가가 오르던 시기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제로, 마이너스 금리 때는 (실제 회사가) 돈을 못 벌더라도 혁신이라는 키워드만으로 시장이 열광했고 주가는 올라갔다. 하지만 금리 상승으로 시장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셈법이 복잡해졌다. 앞으로 금리가 얼마나 더 오를지 모르는 상황이다. ‘원재룟값이 계속 올라도 계속 마진을 지켜낼 수 있다’고 말하는, 인플레이션을 완벽히 헤지(hedge·위험 회피)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모르지만, 테슬라처럼 혁신을 사고파는 기업의 주식에 베팅하는 건 위험할 수밖에 없다.”

당분간 유망 업종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 속 지속적인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헤지할 수 있는 에너지, 방산, 자동차, 음식료, 유통주다. 에너지, 방산주의 경우 이미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방산주는 수주가 굉장히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래 이익 가시성이 상당히 높다는 뜻이다. 에너지주도 많이 올랐지만, 최근 다시 많이 떨어졌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전 수준으로 내려왔고, 국제 유가도 80달러(약 11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세컨드웨이브가 오면 (에너지주가) 다시 뛸 기회가 있을 것이다.”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장기적으로 유망하다고 보는 산업은.
“전력, 전선, 송배전 관련 업종이다. ESG (환경·사회·지배구조)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대체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뤄지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대체에너지가 성공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원자력, 태양광, 풍력 등 어떤 대체에너지로 귀결 되든 에너지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모두 ‘전력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그리드, 송배전 시스템 등을 맡는 기업들이 주목받을 수 있다. 국내 종목 중에서는 LS, 효성 등 B2B(기업 간 거래) 기업이 대표적이다.”

신흥국보다 선진국 투자가 나은 시점인가.
“그렇다. 우선 지정학적 이슈가 상당히 크게 벌어지고 있는데, 지정학 게임은 선진국의 파워 게임이다. 특히 미국 중심의 의사 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바이오 관련 행정명령 등이 주식 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하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또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계화,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완화)이 이뤄지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완전 반대로 가고 있는 데다 유례없는 달러 초강세 현상이 길어지고 있다.”

달러 강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당장은 달러 가치 피크아웃(정점 통과)을 촉발할 이벤트가 명확하지 않다. 달러 인덱스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로화,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고 중국 위안화까지 휘청대는 상황이다. 이런 부분이 완화되고, 서로 엇박자를 내는 주요국 중앙은행 통화 정책 기조가 통일성을 보이게 되면 달러 강세도 주춤해질 것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달러 패권이 약화할 것으로 본다. 러시아를 비롯해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등 상당수 국가가 미국의 말을 듣지 않는다. 달러의 시장 지배력이 줄어들면서 약세로 접어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뜻이다.”

동학개미에게 조언해준다면.
“국내 투자자들은 주식에 과도하게 편향돼 있다. 이번 조정을 기회 삼아 채권 시장에도 투자의 베이스캠프를 세워두고, 다시 주식 시장에 공략할 타이밍을 점검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른 선진국 개인은 기본적으로 채권 투자에도 일정 비중을 두고 있다. 지금 시장에는 금리가 매력적인 채권이 많이 나오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미국 국채, 우리나라 국채, 공사채, 은행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 등 상당수 채권이 6~7%대 금리를 주고 있다.”

어떤 채권에 투자해야 하나.
“만기가 긴 채권보다는 상대적으로 만기가 2~3년 미만으로 짧은 채권 투자를 추천한다. 사실 채권 금리라는 것이 결국 돈의 값어치이기 때문에 채권 투자를 통해서도 주식 시장에 대한 감각을 충분히 키울 수 있다. 단기간에 두세배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면 포트폴리오에 채권 비중을 30~40%로 잡고 가면 나름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 월(月) 지급식이나 절세형, 채권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채권 투자에 발 들일 방법은 상당히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