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준 현 경희대 미얀마지역연구센터 센터장, 현 한미얀마연구회 부회장
최영준
현 경희대 미얀마지역연구센터 센터장, 현 한미얀마연구회 부회장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일어났다. 오랜 기간 군부의 독재에서 벗어나 민주화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던 미얀마에 날벼락이 쳤다. 미얀마는 2011년 테인 세인 대통령의 임기기 시작되면서 개혁과 개방의 첫걸음을 시작했다. 테인 세인 대통령은 유엔(UN)에서 연설했고,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풀었다. 서방과 미얀마의 교류가 시작된 것이다.

2015년 총선에서 미얀마의 민주투사 상징인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총선에서 압승하며 경제 발전과 함께 민주화의 꽃을 피울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2021년 초 이 같은 기대가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미얀마 문민정부 2기가 들어서는 국회 개원 전날인 2월 1일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것이다.

미얀마에서 일어난 쿠데타는 매우 놀라운 일이지만, 미얀마의 정치 구조에서 상존하는 위험이 폭발한 것이기도 하다.

미얀마 국내 정치의 특징은 오월동주(吳越同舟)로 표현된다. 한 정부에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을 중심으로 한 민주화 세력과 군부가 공존한다. 미얀마 정부는 2008년 군부가 제정한 헌법에 따라 구성된다. 이 헌법에 의하면 군부는 국회와 행정부에 상수로 단단한 지위를 유지하게 돼 있다. 미얀마 국회의 25% 의석은 선거가 아닌 군부 임명으로 구성된다.

행정부에서도 두 명의 부통령 중 한 명은 군부가 임명하며, 국방부와 내무부 및 국경부 장관은 군부가 임명하게 돼 있다. 그래서 군과 경찰의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군부가 쉽게 수지 고문과 대통령 및 정치 지도자를 구금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세계적 이슈가 된 로힝야 집단 학살 사태에 대해 수지 고문이 서방과 다른 목소리를 낸 것도 이러한 구조의 국내 정치 체계와 무관하지 않다. 2015년 총선에서 수지 고문의NLD가 집권하면서 미얀마 정부에는 민주화 세력과 군부 세력이 공존하게 된 것이다.

불안한 균형 깨지며 폭발

2020년 11월 총선은 오월동주의 불안한 균형에 균열을 냈다. 수지 고문의 NLD가 총선에서 압승하며 재집권하게 됐다. 문민정부 1기의 성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지만 NLD가 83%의 의석을 차지하며 민주화 세력은 더욱 강화됐다.

군부는 총사령관의 퇴임을 앞두고 있어 권력의 이양과 변화가 예고돼 있었다. 현재 총사령관인 민 아웅 흘라잉 장군은 권력에 대한 의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미얀마 군법을 변경하며 임기를 연장한 그였다. 문민정부가 집권하는 시기에 로힝야족 인종청소를 자행하는 잔악함으로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올해 은퇴를 앞두고 있어 군부 권력을 이양해야 한다. 더욱이 NLD의 압승으로 임기 후 총사령관 자리와 군부 권력의 앞날이 불투명해진 상황이었다. 민주화 세력으로 힘의 균형이 기우는 상황을 그대로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단행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지정학적 요충지…미·중 신경전

미얀마의 쿠데타는 국제 사회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미얀마는 중국과 인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미국과 중국, 글로벌 양강이 만나는 곳이다. 중국은 미얀마 짜욱퓨항을 확보하고, 천연가스관과 일대일로 건설을 통해 심해항을 확보하려고 미얀마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관계를 강화해 왔다.

미국은 중국의 서진을 방어하려고 인도와 접경하고 있는 미얀마와 근거리를 유지하려고 한다. 양강은 미얀마 쿠데타를 두고 고민이 많다. 중국은 미얀마 군부 및 민주화 세력과 등거리 관계를 강조한다. 그래서 중국은 이번 쿠데타를 비난하지 않는다. 중국은 쿠데타를 쿠데타라 부르지 않고 미얀마 국내 정치적 갈등으로 표현하며 양측이 헌법 가치에 따라 갈등을 잘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속히 미얀마에서 정치 사회의 안정을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은 비난을 하지만 고민이 깊다. 미국은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등의 가치를 강조하며 로힝야 사태를 일으킨 군부를 비난하고 제재를 해왔다. 오랜 제재로 미얀마 군부에 대한 효과적 제재 방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민주화의 마지막 도전

미얀마 쿠데타에 대한 국제 사회의 반응은 요란하고 혼란스럽지만 미얀마 국민의 대응은 매우 차분하며 분명하고 단호하다. 분명하게 쿠데타를 반대하고 있고 그 대항도 차분하고 평화적이다. 대규모 길거리 시위보다는 삶의 현장에서 저항하고 있다.

미얀마 의사회는 공공병원에서의 진료를 거부하고 있으며 개인병원에서 무료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군부 소유의 기업과 사업체에 대한 불매운동도 일어나고 있다. 소수민족 정당으로 굳건한 정치 세력을 가지고 있는 샨민주주의 민족동맹(SNLD)은 쿠데타를 비난하고 있다.

이는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국민과 군부 간 마지막 결전이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미얀마 군부는 1년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재선거를 통해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군부 통제하에 이뤄지는 선거가 공정하게 이뤄질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무력의 압제와 충돌이 아닌 헌법적 방법을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희망적으로 볼 수 있다.

이제 군부가 제정한 헌법의 방법으로 민주화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돼야 할 때다. 오랜 기간 미얀마 국민이 바라던 헌법 개정도 함께 논의되길 소망해 본다. 그리고 쿠데타 상황이지만 희생 없이 민주화를 이룰 방안을 미얀마 국민과 국제 사회가 함께 찾아야 한다.


신남방정책 추진 한국의 역할

미얀마는 우리나라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나라다. 먼저 경제적으로 해외 생산 기지 구축 노력을 하는 우리 기업들은 미얀마를 주목해 왔다. 노동과 자원이 풍부해 베트남 다음의 생산 기지로 잠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미얀마 개방 이후에 투자와 개발 협력을 확대해 왔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 ‘우정의 다리’를 건설하고 있고, 산업단지와 신도시 개발 등 활발한 경제 협력을 추진 중이다. 현재 420여 개 한국 업체가 미얀마에 진출했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외교적으로도 우리에게 미얀마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미얀마는 지정학적으로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의 격전지였다. 양강 체제가 부상하며 새로운 국제 질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국제적 역할과 위상을 형성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사람, 평화와 번영의 가치를 가지고 신남방정책을 추진한 국가, 민주화와 경제 개발을 이룩한 나라가 해야 할 일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군부 독재로 인해 미얀마에 대한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가 있었다. 당시 미얀마에 진출한 우리 은행과 기업들은 서둘러 철수한 과거가 있다. 그런데 이는 미얀마가 새롭게 개혁과 개방을 할 때 한국 기업 재진출의 장애 요인이 됐다. 그러므로 우리는 혼란한 상황 가운데에서도 책임 있는 행동을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우리 정부는 쿠데타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교민과 한국 기업에 대한 안전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힘써야 한다. 둘째로 민주화와 평화, 인권의 가치가 미얀마에서 이뤄지기 위한 국제적 공조와 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미얀마 노동자와 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이 요청된다.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속담을 기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