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리멤버 창업자, ITH 창업자, 전 패스트트랙아시아 CTO, 전 그루폰코리아 CTO / 사진 자비스앤빌런즈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리멤버 창업자, ITH 창업자, 전 패스트트랙아시아 CTO, 전 그루폰코리아 CTO / 사진 자비스앤빌런즈

모두가 귀찮아하는 일에 주목한 사람이 있다. 받은 명함을 휴대전화에 입력하거나 기업 회계를 위해 영수증을 모으고 입력하는 것,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는 것 등. 번거롭지만 꼭 해야 할 일을 간단하게 처리할 방법을 찾는 사람, 바로 ‘연쇄창업가’로 불리는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다.

그는 카이스트에서 항공우주공학 학사, 석사, 박사를 거치며 연구원을 꿈꿨던 촉망받는 공학도였다. 우연히 벌어진 스키 사고 때문에 진로를 바꾼 그는 스타트업에 빠졌다. 위자드웍스에서 일하다 IT 스타트업인 ITH를 창업했고, 그루폰코리아와 패스트트랙 아시아에서 최고기술경영자(CTO)를 맡았다. 이후 드라마앤컴퍼니, 세무회계 플랫폼 자비스앤빌런즈까지 잇따라 창업했다.

드라마앤컴퍼니가 내놓은 명함 저장 서비스 리멤버는 7년 만에 국민 커리어 관리 앱이 됐다. 자비스앤빌런즈의 인공지능(AI) 경리 ‘자비스’는 회원사 5만7000여 곳을 확보했고, 온라인 세금 신고 서비스 ‘삼쩜삼’은 가입자 370만 명을 모았다. 고객이 먼저 찾는 서비스를 만든 비결이 무엇일까. ‘이코노미조선’이 김범섭 대표를 7월 6일 오후 서울 역삼동 패스트파이브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떻게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나
“명함 관리 스타트업 리멤버에 있을 때 세 번의 피벗(전환)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었다. 창업 당시 비즈니스 모델은 채용 중개(헤드헌터)였고,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다른 이들에게 명함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투자 유치에 나서면서 여러 기업 대표님들을 만났는데 “내 명함 보내는 건 관심 없고, 남의 명함을 입력하는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 책상에 명함이 1000장 정도 쌓여있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광고 차원에서 명함 정보를 입력하기 시작했는데, 인기가 많아지면서 입력할 시간이 부족했다. 주요 서비스로 내세우고, 재택근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 명함 1장당 30원을 주겠다고 했는데 인기가 많았다. 해보면 한 시간에 1500원을 받아 가는 정도였는데도 유휴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사용자들은 귀찮은 일을 하지 않아서, 아르바이트생들은 재택·온라인 근무 방식이 편해서 만족도를 느꼈다. 자비스앤빌런즈를 창업할 때도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재택근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이 무엇인지에 주목했다.”

자비스앤빌런즈의 시작도 영수증 입력 아니었나
“맞다. 창업하면 영수증을 붙이라고 세무사무소에서 증빙 책자를 준다. 모든 게 자동화되는 시대에 영수증을 풀로 붙이고 있는 거다. 10년 후에도 이럴까 생각해보니, 무조건 변화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먼저 나서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존에는 기업이 쓴 영수증을 모두 모아 세무사에게 전달하면 세무사들이 영수증을 일일이 입력해 부가세 등 세금 신고를 했다. 자비스앤빌런즈는 고객이 영수증을 업로드하면 사람이 입력하고,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사용 내역을 구분했다. 세무사는 영수증 입력 없이 좀 더 편하게 세무 신고를 하고,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솔루션을 얻을 수 있다. 이제는 영수증 관리를 넘어 잔고·매출·매입 등의 입출고 관리, 미수금·미지급금 내역 확인, 편리한 자동계산을 지원하는 급여 관리 등 온라인 세무회계 서비스로 확대했다. 가입 회원사 중 대부분이 10인 미만의 중소사업체로, 세무 회계 직원을 고용할 여력이 없는 기업이 주요 고객이다.”

지난해부터 B2C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유는
“B2B 서비스인 자비스는 연평균 50%가량 성장해왔다. 스타트업치고는 천천히 성장한 편이다. 고민하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간편 종합소득세 신고 서비스를 구축했다. 직접 신고하기에는 잘 몰라서 어렵고, 전문 세무 업체에 업무를 맡기기에는 수지가 맞지 않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했다. 사업소득의 3.3%를 원천징수하기 때문에 서비스명을 삼쩜삼으로 짓고, 그간 ‘신고’에 맞췄던 포커스를 ‘환급’에 맞췄다. 고객들에게 종합소득세 신고는 환급을 받기 위한 과정에 그친다는 점에 주목했다.”

주요 고객층은 누구인가
“가입자 370만 명 중 대부분이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다. 외부 활동을 많이 하는 직장인과 아르바이트생, 프리랜서, 배달·택배·대리 기사, 크리에이터, 플랫폼 노동자 등이다. 강연·프리랜서 플랫폼이 많아지고 쿠 팡플렉스, 배민커넥트 같은 부업을 할 수 있는 창구가 늘어나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세무 사각지대에 있는 긱워커(조직과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수입 올리는 근로자)들도 삼쩜삼 활용 시 1분이면 세금 신고를 할 수 있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삼쩜삼도 AI를 활용한다. 장점은
“만약 우리가 세무사를 찾아간다고 해보면 환급액이 얼마 나올지도 모르는데 비용부터 발생한다. 돌려받을 돈이 0원이라도 고객은 돈을 내야 하는 거다. 하지만 삼쩜삼에서는 이런 일은 없다. AI가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때문에 돈이 들지 않는다. 세무사를 찾아가는 사람들은 연 평균 수입이 3억원인데, 삼쩜삼 고객들의 연평균 수입이 1000만원 이하다. 비용을 줄여 문턱을 낮춘 것이다. 금융 사각지대에 있는 일반인에게 시장을 열어준 게 가장 큰 장점이다.”

5월 한 달간 고객이 150만 명 늘었는데
“입소문 영향이 컸다. 지난 5월 삼쩜삼 리뷰만 2500건 정도 올라왔는데, ‘간단하게 세금을 환급받아 듀얼 모니터를 샀다’ ‘옷을 못 사서 눈에 밟혔는데 환급액을 받고 바로 샀다’ 등이 쏟아졌다. 홈택스가 간편인증으로 바뀐 뒤, 누구보다 이를 빠르게 적용했다는 점도 매력으로 작용했다. 공인인증서를 사용할 때는 절차가 복잡해 가입 중 이탈이 많았는데, 간편인증으로 바뀌면서 가입률이 4배나 늘었다.”

벤치마킹한 기업이나 경쟁사는 없나
“창업할 때 롤모델 및 경쟁사는 세무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인튜이트, 기업 정보화 소프트웨어 기업 더존이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이제는 고객의 흐름을 잘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의 고객은 어떤 사람들이고, 무엇을 원하고, 우리가 어떤 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려고 한다.”

신사업 진출 계획은
“종합소득세 신고를 넘어 연말정산, 실업급여, 지원금 신청 등으로도 영역을 확장하려고 한다. 회사에서 연말정산을 해줄 때 월세소득공제, 중소기업 취업자 감면 등을 놓칠 수 있지 않나. 퇴사할 때 받는 연차수당도 법 개정이 잦아 헷갈리고 실수가 벌어질 수 있다. 각종 정부 지원금도 조건에 맞는지, 무엇이 있는지 몰라 신청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삼쩜삼은 몰라서 못 받는 돈을 찾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남은 숙제는
“B2B 기업으로 시작하다 보니 인지도가 낮고 투자받기 쉽지 않았다. 지난해 뉴플로이, 스포카, 모두싸인, 채널코퍼레이션 등과 함께 기업용 서비스형 소프트웨어(B2B SaaS) 얼라이언스를 구성해 함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투자 유치에도 잇따라 성공했다. 남은 과제는 채용이다. 좋은 인재들이 들어올 수 있게 하기 위해 교육을 강화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B2B 기업으로서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을 만들어내는 게 꿈이다. 모든 이들이 주목하는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는 다 B2C 기업 아닌가. 그다음은 우리가 되고 싶다. B2B 기업 다섯 곳 대표들이 만나 ‘우리 중 하나가 얼른 유니콘, 스타플레이어가 돼야 채용, 투자 등에서 관심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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