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스 모한 싱가포르 매니지먼트 대학 경제학 학사, 전 맥킨지&컴퍼니 매니지먼트 컨설턴트, 전 어웨이큰그룹 전략 컨설턴트, 태국 불교 수도승 수련 과정 수료 / 사진 이소연 기자
모세스 모한
싱가포르 매니지먼트 대학 경제학 학사, 전 맥킨지&컴퍼니 매니지먼트 컨설턴트, 전 어웨이큰그룹 전략 컨설턴트, 태국 불교 수도승 수련 과정 수료 / 사진 이소연 기자

“물리적인 방역만 있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 블루’에 빠진 직원에 대한 심리적인 방역도 중요하다. 이는 단순 복지를 넘어 효율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하나의 전략이다.”

‘이코노미조선’이 11월 13일 서울 이촌동 한강 노들섬의 마보 명상 라운지에서 만난 모세스 모한은 이렇게 말했다. 글로벌 마음챙김 명상 리더십 솔루션 회사인 포텐셜 프로젝트에서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모세스 모한 리더는 업무상 한국을 방문했다. 포텐셜 프로젝트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나이키·소니 등 전 세계 50여 개의 회사를 대상으로 임직원에게 마음챙김 명상(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마음챙김 명상은 외부의 자극을 최소화하고,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통찰력을 키우는 명상법이다. 불교 수행법인 ‘위빠사나’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1979년 존 카밧진 미국 매사추세츠대학 의과 교수가 이를 치료기법으로 대중화하면서, 종교적 색채를 없애고 정신의학적·심리적 효과를 강조한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사내 명상실을 만드는 등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구글은 2007년 사내 명상 교육 프로그램인 ‘내면 검색’을 도입했으며, 스티브 잡스 등 유명 실리콘밸리 경영자들은 명상 코치를 따로 두기도 한다.

국내 기업 역시 마음챙김 명상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롯데인재개발원은 일부 임원과 해외 주재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던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코로나 블루 극복 차원에서 더 많은 임직원에게 제공하겠다고 지난 10월 밝혔다. 국내 최초 마음챙김 명상 애플리케이션(앱) ‘마보’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기업의 명상 프로그램 도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0% 증가했다. SKT·LG유플러스·현대자동차 등 대기업과 공공 기관 등에서는 직원 정서 복지 차원에서 마보 앱 구독권을 지원하기도 한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컴퍼니에서 퇴사한 후 태국에서 승려로 수행을 한 다소 특이한 경력을 가진 모한에게 명상이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들었다.


‘명상’과 ‘효율성’이라는 단어는 양극단에 놓여 있는 것 같다. 명상이 비즈니스에 효율성을 가져온다는 말이 이질적으로 들린다.
“오늘날 비즈니스에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은 주의력이다. 오죽하면 ‘주의력 경제(attention economy)’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자극과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인간의 주의력, 즉 관심을 얻기 위해 온 사회와 비즈니스가 설계됐다. 끊임없이 울리는 메신저와 이메일 알람, 전화, 뉴스 속보… 모두 개인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아님에도 자극을 참지 못하고 자동으로, 무분별하게 반작용하게 한다. 이러한 현상을 업계에서는 ‘PAID(Pressure, Always On, Information Overload, Distracted·압박, 초연결, 정보 과부하, 정신 산만) 현실’이라고 정의한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많은 기업이 갑자기 온라인 전환 업무, 재택근무 등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개인에게 쏟아지는 자극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다. 직장인의 근무 시간 중 이들이 온전히 100%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극히 한정적이다. 그러나 명상은 개인이 비로소 자극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평온한 상태에서, 최소한의 노력으로,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일정한 일에만 날카롭게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회다. 결국 멀티태스킹(multitasking)에 적응해야 하는 건 아닐지.
“신경학적인 관점에서 인간은 동시에 두 가지 일에 주의를 집중할 수 없다. 오히려 실수가 잦아지고 시간만 오래 걸린다. 멀티태스킹은 뇌에서 강한 쾌감을 주는 ‘도파민’을 생성시키기 때문에 중독성이 있다. 지금 당장 많은 성과를 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뇌가 비효율성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본래 멀티태스킹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시프트태스킹(shift-tasking)’, 즉 업무 전환만 있다.”

어떻게 명상이 집중력을 높이는가.
“코앞에 닥친 자극에 무조건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일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자극에 대한 반응을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마음챙김 명상으로 훈련받은 사람은 아무리 바쁜 상황에서도 당장 눈앞에 보이는 산더미 같은 일에 매몰되지 않는다. 잠시 눈을 감고, 상황에서 ‘한 발자국 뒤로 나와(zoom out)’ 업무의 전체 상황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해하고, 지금 당장 몰입해야 할 일을 하나 정해서 다시 그 속으로 ‘파고드는 것(zoom in)’이다. 자기 의지로 당장 불필요한 자극을 구분하고, 이를 나중에 집중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을 따로 정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지금 주의를 집중할 곳을 의식적으로 선택해 여기에 100% 몰입하게 한다. 생리적 차원에서는 혈압과 심박수, 스트레스 지수가 떨어진다.”

명상은 잠시 평정심을 되찾고 내가 집중해야 할 일을 고르게 하는 것 같다.
“그렇다. 이러한 능력은 특히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속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끊임없이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리더급 임원에게도 중요하다. 급박한 상황에서 조급한 마음에 경솔한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명상은 여유를 찾아준다. 바쁜 리더에게 명상할 시간이 있겠냐고 되물을 수 있겠지만, 호텔 체인 메리어트, 유니레버 등 우리의 고객사 임원들은 바쁜 스케줄에도 일주일에 최소 10분 동안 5회씩 알람을 맞춰두고 개인적으로 마음챙김 명상을 한다. 이 임원들은 회의 때도 시작 전 잠시 1분이라도 침묵의 시간을 갖고 함께 명상한다.”

마음챙김 명상을 잘 활용하고 있는 고객사의 예시가 있을까.
“이케아를 운영하는 홈퍼니싱 리테일 그룹인 잉카그룹이다. 이케아 직원들은 상당수의 오프라인 지점이 갑자기 문을 닫고 여러 온라인 업무가 한 번에 추가되면서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마음챙김 명상 웨비나(온라인 세미나)를 16만 명의 직원에게 17개 언어로 제공하면서 업무 효율성과 직원 만족도가 높아졌다. 아무리 바빠도 근무 시간에 하루 15분씩 명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보장하는 등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다.”

결국 업무 효율성은 직원의 행복도와 심적 여유와 연결되는 것 같다.
“그렇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업무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불행한 개인은 필연적으로 회사를 떠난다. 나는 맥킨지&컴퍼니에서 금융 분야 매니지먼트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세계적인 수재들이 모여 있었으나, 나를 포함한 동료들의 업무 효율성은 높지 않았다. 우리는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도한 야근과 업무로 인한 번아웃(탈진), 스트레스로 인한 알코올 중독과 극단적인 업무 환경에서 벌어지는 성희롱 등은 업무에 지장을 줬고, 이직률 역시 높았다. 이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태국에 가서 승려로 수행하며 명상을 배웠다. 일하면서 나 자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후 돌아와 기업 리더와 직원들에게 행복하게,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명상 전략을 알려주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기업에는 당장의 숫자놀음보다 결국 사람이 더 중요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는 여러 회사가 비슷한 유해한 환경에 놓여 있다고 들었다. 훌륭한 젊은 인재들이 번아웃을 호소하며 회사를 떠나고 있다. 회사가 장기적인 투자를 하길 바란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그 어떠한 금융 상품보다도 가장 효율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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