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한 법무법인 세종 대표 서울대 사법학과, 미국 워싱턴대 로스쿨(LL.M.), 사법시험 28회, 사법연수원 18기, 미국 뉴욕주 변호사, 전 사법연수원 외래교수, 전 금융위원회 법률자문위원 / 오종한 법무법인 세종 대표는 소통과 인재 영입이 로펌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사진 조선일보 DB
오종한 법무법인 세종 대표
서울대 사법학과, 미국 워싱턴대 로스쿨(LL.M.), 사법시험 28회, 사법연수원 18기, 미국 뉴욕주 변호사, 전 사법연수원 외래교수, 전 금융위원회 법률자문위원 / 오종한 법무법인 세종 대표는 소통과 인재 영입이 로펌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사진 조선일보 DB

서울 광화문역에서 나와 종각역 방향으로 조금만 걷다 보면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나타난다. 마치 갈색의 레고블록을 얹어놓은 듯한 세련된 디자인의 이 건물은 요즘 핫플레이스로 통하는 ‘D타워’다. 젊은이들은 이곳에서 그간의 경험과 시간을 자신의 목소리로 녹여낸다. 서사(story)는 문화(culture)가 되고, 문화는 공간(space)을 지배한다. 딱딱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고 이 기운을 피할 수 있을까. D타워에 자리 잡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은 최근 젊은 변호사들 사이에서 가고 싶은 ‘로펌 1순위’로 꼽힌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세종은 그야말로 요즘 날개를 달았다. 최근 3년간 변호사 수와 매출 등 외형적 성장과 함께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며 질적 성장도 동시에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보수적인 로펌업계에서 수평적·민주적 의사결정과 소통이 원활한 조직으로 입소문이 났다. 로펌업계에서 새로운 문화를 이끌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의 오종한(56·사법연수원 18기) 신임 대표를 5월 4일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법무법인 세종이 최근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 세종 변호사들이 로스쿨 후배들을 위한 ‘취업 전략’ 꿀팁을 전수한다. 사진 법무법인 세종
법무법인 세종이 최근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 세종 변호사들이 로스쿨 후배들을 위한 ‘취업 전략’ 꿀팁을 전수한다. 사진 법무법인 세종

어떻게 해서 남대문에서 광화문으로 오게 됐나.
“여기로 이사를 한 건 사실 ‘신의 한 수’다. 2019년 회현동 사무실에서 이전할 당시 파트너 변호사들이 투표를 했는데, 복잡하지 않고 조용한 장소를 원했던 시니어들과 달리 젊은 파트너들은 전부 D타워를 원했다. 인제 와서 생각해보면 젊은 변호사들 말 듣길 정말 잘했다.”

세대 교체의 주역이 됐다.
“1989년 세종에 합류했으니 올해로 32년째 ‘세종맨’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1월 경영대표(MP) 선거에서 파트너 변호사들의 투표를 거쳐 신임 대표로 선출됐고, 김두식(64·12기) 전 대표 변호사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동료들의 투표를 거쳐 선출됐다는 점에서 더 뿌듯하다.”

취임 일성으로 ‘소통’을 내걸었다.
“보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분위기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싶다. 특히 젊은 파트너 변호사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이게 업무에 반영되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다. 실제 나를 포함한 운영위원회 위원 5명 중 2명은 40대 초반이다.”

보수적인 로펌업계에선 다소 파격적이다.
“김두식 전 대표 때도 민주적이었지만 나이 차이가 있다 보니 소통하는 데 있어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지금은 위원들이 젊어지니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다. 대표와 의견이 다른 부분은 논쟁도 하고 모든 걸 터놓고 이야기한다. 당초 의견이 다른 부분을 스스럼없이 얘기할 수 있는 토양은 갖춰져 있었는데, 세대 교체가 되면서 더 활발해졌다.”

활발한 소통을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젊은 파트너 변호사들의 목소리를 수렴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분야별 태스크포스(TF)에 참여시켜 각자 의견을 말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올해 기업 경영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나 중대재해법과 같이 개별 이슈에 대한 의견뿐만 아니라 고객 관리 방안 등 로펌 운영 전반과 관련한 목소리도 적극 수렴하고 있다. 다른 로펌들은 경영진이 결정한 사안을 위에서 아래로 하달하지만, 우리는 아래로부터 목소리를 듣고 경영에 반영하는 의사소통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한 번 결정을 하면 신속하게 실행할 수 있는 동력이 매우 강하다.”

두 번째 일성은 ‘인재 확보’다.
“각 분야에서 최적·최상의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야말로 로펌의 경쟁력을 좌지우지하는 결정적 요소라고 보고 있다. 특히 세종은 각종 규제 관련 입법 동향과 국회 상임위 논의 내용 등 뛰어난 정보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자동차 모빌리티나 바이오·헬스케어, 디지털 테크놀로지 등 향후 신성장 분야와 관련한 기업 규제 동향 등 입법 정책 자문도 업계에서 최고로 통한다. 규제 입법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항상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이슈다. 우리는 ‘인적 네트워크’가 촘촘하게 짜여 있다. 기업의 입장을 전달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확실한 통로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고문 영입도 활발하다.
“별도의 인재영입위원회를 새로 구성해 법률 전문가가 아닌 각 분야의 전문가를 고문으로 영입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법률 문제가 갈수록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다. 외부 경력직이나 검찰, 경찰, 법원, 행정부 등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법률 전문가들로만 해결할 수 없는 이슈가 너무 많다.”

신입 변호사 리크루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혹시 세종 유튜브를 봤나. 로스쿨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에게 세종 합격 전략 ‘꿀팁’을 공유하는 영상이 최근 나갔다. 이 톡톡 튀는 영상도 세종의 변호사들이 직접 만들었다. 세종은 유튜브를 통해 소통 채널을 늘리며 젊은층으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개그맨 허경환씨를 초청해 사무실 ‘민낯’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 신입 변호사는 ‘월급 높고 사무실 입지가 훌륭하다’고 하던데.(웃음)”

모든 로펌이 ESG를 말한다. 차별점은.
“세종은 최근에 이경돈 변호사를 센터장으로 하는 ‘ESG 센터’를 설립했다. ESG의 G(지배구조)에 우리가 좀 더 강점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환경부 정책 방향, 기업 지배구조, 금융 컴플라이언스 등 각 분야 최고 실력자를 모시면서 네트워크와 전문성, 경험들이 쌓이고 있다. 또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정보기술(IT)이 집약되고 있는 모빌리티 부문도 대폭 강화하는 등 신산업 분야의 법률 서비스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로펌의 ‘사회적 책무’도 중요하다. 세종은 민일영 전 대법관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공익재단인 ‘나눔과이음’을 통해 탈북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우선 변호사들이 학생들과 1 대 1 멘토링을 맺도록 했다. 나도 수년째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무료 법률 강의를 하고 있다. 또 민 이사장을 필두로 사무실 인근에 있는 자선단체 사회복지원각에서 노숙인들을 위한 무료급식봉사도 수년째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