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니 콜린스 드롭박스 최고인사책임자(CPO) 샌프란시스코대, 전 GE·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인사담당자 사진 드롭박스
멜라니 콜린스 드롭박스 최고인사책임자(CPO) 샌프란시스코대, 전 GE·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인사담당자 사진 드롭박스

“코로나19를 계기로 직원들이 100% 함께 있을 필요는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전 세계 지역별 시간대가 겹치는 단 4시간을 ‘핵심 협업 시간’으로 정하고 나머지는 자율적으로 일한다.”

코로나19 엔데믹(endemic·감염병 주기적 유행) 전환으로 아마존·구글·애플 등 정보기술(IT) 빅테크가 서서히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미 샌프란시스코의 원조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인 ‘드롭박스’가 홀로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원격 및 직접 경험의 장점을 모두 결합하는 업무 수행 방식인 이른바 ‘버추얼 퍼스트(Virtual First)’를 통해 전 세계 2700여 명의 직원이 2020년 10월 이후 2년 가까이 100% 원격·재택근무를 하는 것이다. 클라우드 기반의 파일 공유 서비스로 시작한 드롭박스는 현재 협업 관리 툴(tool) 등 다양한 업무 지원 IT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멜라니 콜린스(Melanie Collins) 드롭박스 최고인사책임자(CPO)는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드롭박스의 미션은 더욱 앞선 업무 수행 방식을 설계하는 것으로, 여러 실험 끝에 드롭박스 전 직원에게는 사무실 밖 원격 근무가 일상의 기본값이 됐다”면서 “결과 중심 업무 평가, 팀워크 및 복지 증진에 주목한 결과, 직원들 만족도가 올라갔을 뿐 아니라 국경을 넘어 더 광범위한 인재 풀에도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원격 근무의 단점을 보완한 유연한 근무 형태가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인재 채용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다음은 일문일답.

‘드롭박스 스튜디오(Dropbox Studios)’ 오픈랩 전경. 클래스룸에는 이동식 가구와 가벽이 설치돼 있어 교육 등 회의 유형과 인원수에 따라 공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사진 드롭박스
‘드롭박스 스튜디오(Dropbox Studios)’ 오픈랩 전경. 클래스룸에는 이동식 가구와 가벽이 설치돼 있어 교육 등 회의 유형과 인원수에 따라 공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사진 드롭박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10월, 전면 원격 기업이 되기로 선언한 이유가 궁금하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초기에 원격으로 일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익혀 제품의 진실성(product truth)을 직접 실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었다. 원격 근무로 전환하는 흐름은 교육·의료 현장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되돌리기 어렵다고 봤다. 직원들과 구직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제 사무실이든 원격이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작업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시기다. 이러한 흐름을 따르기로 했다.”

원격 근무의 성공적인 협업을 위해 어떤 것에 신경을 썼나.
“우선 전 세계 지역별 근무 시간대(타임존)가 겹치는 ‘핵심 협업 시간’을 고정했다. 라이브 미팅, 토론 등 동시 협력 시간을 총 4시간으로 고정하고 나머지는 직원들 스스로 시간을 조율해 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물론 전체 근무 시간을 단 4시간으로 단축한다는 뜻은 아니다). 공동 업무 시간만 정해두고 나머지는 개별 업무 효율에 따라 스케줄을 조절하도록 도왔더니 직원들의 만족도는 78% 이상으로 꽤 높았다. 또 기존 지역 거점 사무실은 문을 닫는 대신 협업 공간인 ‘드롭박스 스튜디오(Dropbox Studios)’를 열었다. 원격 근무 환경을 각자의 자리에서 조성할 수 있도록 특전 수당을 만들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일하기에 편한 ‘홈 오피스’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불평등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이를 해소하는 측면에서 공짜 점심·저녁 식사와 무료 세탁 서비스, 웰니스, 교육 지원 등을 위한 수당을 마련했다.”

환경 조성 외에도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직원들의 정신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던 헬스와 제휴를 통해 임직원들의 정신 건강을 돌본다. ‘언플러그드 유급 휴가(unplugged paid time off· PTO데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직원들로 하여금 일하지 않는 시간에 제대로 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직원 모두 스마트폰을 포함한 다양한 도구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휴가를 내도 스마트폰에 이메일 알림이 뜬다면 직장과 분리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매달 PTO데이를 도입했고, 휴가를 신청할 때 ‘연결을 해제하고 싶다’라는 상자를 체크하기만 하면 휴가가 시작됐을 때 알림을 끄고 돌아올 때까지 모든 계정의 연결을 해제할 수 있다.”

원격 근무가 정신적인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고 보는 것인가.
“낭비적인 방식이라면 그렇다. 일반적인 협업 방식으로는 실시간 미팅을 하는데 불행하게도 이런 접근법은 낭비적인 회의로 이어져 ‘줌(Zoom) 피로’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버추얼 퍼스트’의 주요 관행 중 하나는 기본적으로 직원들이 각자의 시간에 맞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팀에서 3D(Discussion·Debate·Decision)를 진행하기 위한 통일된 회의 일정(시간)을 잡는 대신 결과물 중심의 협업 툴인 드롭박스 페이퍼, 이메일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일을 잘하기 위해 회의 횟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원격 근무 부작용으로 결속력 약화를 꼽는다. 어떻게 해결했나.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100% 함께 있을 필요는 없다는 교훈을 얻었지만, 직접 대면하는 것은 여전히 회사 문화 유지에 중요하다. 직접적으로 같이 일하는 팀 내부의 소통은 원활할 수 있으나 팀 외부, 전체 직원 간의 관계 구축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살고 있는 지역 중심의 커뮤니티 문화를 구축하기로 했다. 전 세계 약 20여 개 도시 지역에 ‘드롭박스 이웃(Dropbox Neighbors)’을 출시해 친목 도모를 위한 해피아워, 자원봉사 등의 이벤트를 지원한다.”

원격 근무 효과를 자평한다면.
“근무 방식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기업 문화에 대한 입소문이 났고, 신규 직원을 뽑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드롭박스의 개방형 채용에 기존의 두 배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이들의 90%는 근무 방식이 마음에 들어 지원한다고 응답했다. 제안 수락률은 팬데믹 이전 대비 26%포인트 증가했다.”

여전히 원격 근무 도입을 고민하는 기업이 많은데.
“드롭박스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원격 근무 가이드인 ‘버추얼 퍼스트 툴킷(Virtual First Toolkit)’을 만들었다. 원격 근무 성공의 핵심으로 팀워크, 의사소통 효율성, 결과 중심의 평가, 복지에 초점을 맞춘다. 낙수효과를 의미하는 ‘밀물이 모든 배를 뜨게 한다(a rising tide lifts all boats)’는 말처럼 우리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원격 근무를 실험하는 다른 조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전효진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