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 아브롤 ING 아시아·태평양 대표 델리대 MBA, 전 호주 웨스트팩 기관은행 최고위기관리자(CRO), 전 뱅크 오브 아메리카 아·태지역고위 리스크 책임자 및 기업 부채 상품 책임자 사진 ING
안주 아브롤 ING 아시아·태평양 대표 델리대 MBA, 전 호주 웨스트팩 기관은행 최고위기관리자(CRO), 전 뱅크 오브 아메리카 아·태지역고위 리스크 책임자 및 기업 부채 상품 책임자 사진 ING

“한국은 최근 신재생 에너지 사업의 중심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세계적인 신재생 에너지 분야 선두 기업들이 2050년 탄소 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이 목표인 한국에서 프로젝트 개발에 뛰어들었다. ING도 전기차 배터리·신재생 에너지 등 분야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들에 주목하고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 등과 같은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손병환 농협금융그룹 회장 등 금융 수장들 역시 올해 하반기 집중해야 할 과제로 일제히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ESG 경영 강화’를 꼽았다.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소매·기업금융을 제공하는 ING는 지속 가능 금융을 선도하는 금융사로 꼽힌다. 2017년엔 세계 최초로 지속가능성연계대출(SLL) 서비스를 개시했고, 2021년 말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의 ESG 평가에서 ‘AA’를 획득한 바 있다. 국내에선 1991년 ING 서울지점을 개업한 이후 다양한 기업 및 투자은행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ING 아시아·태평양 대표로 2021년 11월 선임된 안주 아브롤(Anju Abrol)에게 금융사의 ESG 활동과 한국 시장의 중요성, 이윤 활동과 균형 등 지속 가능 금융의 현황과 나아갈 방향을 물었다. 다음은 아브롤 대표와 일문일답.

ING 임직원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싱가포르에 있는 본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ING
ING 임직원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싱가포르에 있는 본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ING

지속 가능성을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나.
“지속 가능성 프로젝트 관련 시장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유럽보다 아직 규모가 작지만, 앞으로 비약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지속 가능 프로젝트 기반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직접금융 조달 규모는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했다. 최근 고객사와 미팅에서 지속 가능성 이슈가 포함되지 않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한국 금융사도 지속 가능 금융에 관심이 많다. 국내에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ING는 2018년 아시아 국가 최초로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유로화 소셜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 발행을 성공시킨 이후 10회 연속 이를 주관했다. 일례로 ING는 올해 3월 공동 북러너(Bookrunner)이자 공동 주관사로 활동하며 6억유로(약 8202억원) 규모의 소셜 커버드본드 발행을 성공시켰다. 또 국민은행의 5억유로(약 6835억원) 규모의 한국 최초 그린 커버드본드(5년물) 발행에 공동 주관사로 참여했다. ING 서울지점은 국제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한국 대기업들의 재무적 수요(니즈)를 충족시키는 한편,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이 자본 시장에서 자금 조달 및 위험 관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대출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세계 처음으로 시작한 지속가능성연계대출은 무엇인지.
“지속가능성연계대출은 대출 금리를 기업의 ESG 점수 개선도 혹은 맞춤형 지속가능성핵심성과지표(KPI) 개선도와 연계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업이 지속 가능성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독려한다. ING는 2017년 필립스에 첫 번째 대출을 제공한 이후, 다양한 산업과 지역에 걸쳐 많은 기업에 지속가능성연계대출을 제공해오고 있다.”

2025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 금융 지원을 철회하겠다고 했다. 일정 고객을 잃는 셈인데.
“ING 고객은 지속 가능성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요소이자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ING는 이에 맞춰 올 3월 석유 및 가스 산업에 대한 신규 금융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동시에 2025년 말까지 신재생 에너지 관련 자금 조달을 50% 늘리기로 하고 탄소 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유럽연합(EU) 녹색 분류 체계 등 기후 리스크 관리에 대한 규제 역시 늘고 있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통합 자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ESG 활동과 이윤 활동 사이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나.
“업무가 추가되고, 비용이 더 발생함에도 지속가능성연계대출이 기업들에 수치화할 수 있는 이익을 분명히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확인했다. 지속가능성연계대출 금리는 일반 대출보다 5bp(1bp=0.01%포인트) 정도 낮을 뿐 아니라, 미래에 더욱 지속 가능한 친환경 사회를 이루는 데도 일조할 수 있어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나 재무 담당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론 높아지는 금리와 인건비, 공급망 차질 등 앞으로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ESG와 지속 가능성은 모두가 지켜야 할 ‘약속’이자 은행뿐 아니라 모든 기관이나 조직이 수행해야 할 ‘의무’가 됐다. 은행이라면 ESG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거래에 대해서는 ‘아니요(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은행이 ING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K순환 경제’ 이행 평가 지표를 마련한다고 한다.
“순환경제는 모든 자원이 낭비되지 않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끊임없이 자원이 순환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즉,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하는 동시에 경제성을 높이는 시스템인 셈이다. 지난해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아시아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친환경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운송 부문에 약 4000억달러(약 543조6000억원), 즉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0.6%에 달하는 비용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한국은 석유를 비롯한 액화 연료가 전체 에너지 소비의 43%를 차지하고 있으며, 석탄은 28%를 차지하고 있다. 원자력 에너지는 약 10%, 신재생 에너지는 3%에 불과하다. 에너지 전환 비용의 대부분은 민간 부문에서 충당될 것이며, 그린본드 및 기타 지속 가능 채권 또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친환경 자본조달 수단을 통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만의 차별적인 ESG 금융 전략이 있다면.
“전기자동차 배터리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사업을 전 세계로, 특히 동유럽과 미국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이에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의 에너지 조합은 세계적 추세를 따라 신재생 에너지 및 대체 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한국의 성장을 지탱해 줄 뿐만 아니라 ING에도 큰 성장의 기회가 되고 있다. 시장은 앞으로 단순한 기후 문제를 넘어서 환경과 관련된 재무적 위험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환경과 관련된 금융 시장 공시가 강화됨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이 환경 관련 재무적 위험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ING의 ESG 계획은.
“지속 가능성은 ING 사업의 핵심이다. 물, 식량, 에너지를 비롯한 중대한 자원의 희소 가치를 증가시킨 기후 변화의 결과들은 인류 사회가 감당하기에 벅찬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야기했다. 우리가 기후 문제와 씨름하지 않는다면, 경제와 사회는 대단히 파괴적이고 영속적인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탄소 중립 달성은 글로벌 사회의 공통된 목표이며, 아시아는 결국 이를 따라가야만 할 것이다. ING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지속 가능성의 가치가 최우선으로 반영되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