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탄 젠테 대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UBC)사회학과 휴학, 피렌체 가죽 학교 수료,전 JS코퍼레이션 케이트 스페이드 상품개발 담당,전 피스톨레시 SRL 북미·아시아 해외영업 총괄 사진 이은영 기자
정승탄 젠테 대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UBC)사회학과 휴학, 피렌체 가죽 학교 수료,전 JS코퍼레이션 케이트 스페이드 상품개발 담당,전 피스톨레시 SRL 북미·아시아 해외영업 총괄 사진 이은영 기자

올 초부터 온라인 명품 플랫폼 가품(假品)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플랫폼들은 유명 배우를 출연시킨 매체 광고를 앞세워 인기를 끌었지만, 이들이 판매한 제품이 일부 가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 신뢰를 잃으며 수익성도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자신 있게 ‘가품 제로(0)’를 외치는 스타트업이 있다. 3세대 명품 플랫폼 ‘젠테(Jente)’다. 

패션에 대한 열정 하나로 이탈리아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는 젠테의 정승탄 대표는 현지에서 몸으로 부딪쳐가면서 명품 브랜드와 원·부자재 업체들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2년 동안 치열하게 업계 네크워크를 쌓았고 그 결과가 젠테다. 해외 부티크와 직접 공급계약을 맺고 있는 국내 명품 플랫폼은 우리가 유일하다”며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등 7개국의 부티크 100여 곳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그 덕에 가품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가격 경쟁력도 갖출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젠테는 2020년에 설립된 3년 차 스타트업이다. 유럽의 명품 부티크로부터 직접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한다. 창업 2년 만에 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10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올해 상반기 171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매출을 뛰어넘었다. 정 대표를 서울 성수동 젠테 사무실에서 만났다.


패션업계 경력이 두터운 것으로 안다. 이력을 소개해달라.
“캐나다에서 대학을 다니다 군 복무 때문에 한국에 돌아온 뒤 루이비통 코리아에 면접을 본 것이 시작이었다. 단순히 패션을 좋아해서 일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패션의 본질에 다가가기는 어려웠다. 본사에서 주는 제품을 한국에서 어떻게 잘 팔 것인가를 고민하는 유통업에 가까웠다. 제품 개발과 생산을 경험하고 싶어 뉴욕 브랜드 ‘케이트 스페이드’ 제조사인 JS코퍼레이션에 취직했다. 유럽에서 직접 원단, 지퍼, 단추 등 소재를 구해오는 일이 재미있었다. 

2~3년 다니다가 현지 패션 시장을 더 경험하고 싶은 마음에 그간 번 돈을 전부 투자해 이탈리아로 떠났다. 2년 동안 이탈리아 가정에서 지내면서 피렌체 가죽 학교에 다녔고 불가리에서 인턴십을 했다. 그러다 보니 국내 기업에 유럽의 패션 시장에 대해 컨설팅을 해줄 수 있을 만큼의 전문가가 됐다. 군 복무 때문에 한국에 들어왔는데 어쩌다 보니 여태 캐나다에 못 돌아가고 있다. 그 덕에 아직도 휴학생 신분이다.”

젠테는 어떻게 창업하게 됐나.
“한국에도 이탈리아의 부티크나 영국의 파페치(Farfetch) 같은 제대로 된 플랫폼이 있었으면 했다. 유행을 따라가는 일반 소비자가 아닌 명품의 가치를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한 플랫폼 말이다. 단순히 최신 유행하는 옷과 신발을 모아 파는 것을 넘어, 소비자로 하여금 제품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브랜드의 이름이 어디에서 기원했고, 디자이너는 어떤 사람이었고, 왜 이런 옷을 만들게 됐는지 등 소비자가 제품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우리가 전하는 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한국 사업은 접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2년 만에 큰 성과가 났다. 재구매율도 50%에 육박한다.”

젠테는 기존의 명품 플랫폼들과 무엇이 다른가.
“우선 제품을 유통해오는 과정이 다르다. 기존 플랫폼들은 ‘명품 브랜드→명품 부티크→현지 구매대행사→국내 구매대행사→국내 도소매’ 순서로 제품을 유통한다. 플랫폼은 도소매 업체를 입점시키는 등 단순히 제품 구매를 중개하는 경우가 많아 상품을 직접 관리하기 어렵다. 여러 유통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가격도 오르고 가품이 생길 위험이 있다. 젠테는 부티크로부터 직접 제품을 공급받고 있어 가품이 없는 것은 물론 유통 수수료를 아껴 가격 경쟁력도 높였다.

또, 부티크들과 재고시스템도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각 부티크의 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의 주문 상황도 연동돼 제공되기 때문에 재고 관리가 용이하다. 구매 중개 플랫폼에서는 구매하려고 보니 품절돼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젠테는 그럴 일이 없다. 국내 유통 대기업과 플랫폼을 대상으로 기업 간 거래(B2B)를 하고 있다는 점도 젠테만의 차별점이다.”

제품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없었나.
“부티크의 폐쇄적인 분위기를 뚫기가 힘들었다. 부티크는 특정 브랜드로부터 직접 제품을 소싱해 파는 편집숍에 가깝다. 오래전 상류층에 의류와 잡화를 팔던 곳에서 기원해 명품 브랜드와 역사를 같이한다. 저마다 100~200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고 자부심도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플랫폼에 제품을 공급해달라’고 말했을 때 ‘내가 왜 브랜드와 200년 동안 쌓은 관계에 위험을 감수해야 하느냐’는 답이 오곤 했다. 여기다 부티크는 소수의 오프라인 충성고객이나 관광객이 주된 고객이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에 배타적이었다.”

어떻게 극복했나.
“결국 그들의 마음을 얻고 신뢰를 얻어야 했다.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지금 연락하는 곳들이 300~400곳에 달하는데 명절마다 편지를 보내고 우리 소식을 전하고 싶을 때마다 연락을 한다. 당장은 답이 없더라도 언젠간 마음을 열기 마련이다. 친밀도를 높여 계약 규모를 키우고, 약속한 것을 철저히 지키면서 신뢰를 쌓았다. 일 년에 두세 번 유럽에 보름가량 다녀오는데, 현지에서 운전을 5000~6000㎞씩 하면서 사람들을 만난다. 또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판매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것도 한몫했다.”

최근 100억원 투자를 받았다. 다음 사업은 무엇인가.
“자본금 1억5000만원으로 시작한 사업인데 2년 만에 기업가치 500억원을 인정받아 최근 거액의 투자를 유치했다. 내년엔 1500억원 가치로 시리즈B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당장 신사업을 시작하기보단 하던 일을 좀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우선 이탈리아에 현지 물류센터를 둘 계획이다. 지금은 서울에만 한 곳이 있어 물건이 한번 잘못 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앞으로는 현지 물류센터에서 사전 검수를 한 번 더 하려 한다.

사업 강화 이후엔 명품 아동복 유통을 해보려 한다. 고객들이 남기는 리뷰 사진을 보면 아이들과 찍은 것들이 많다. 본인이 명품을 입는다면 자녀들에게도 입히고 싶을 거라고 봤다. 국내 안전성 인증 절차가 까다롭지만, 투자도 받았으니 제대로 준비해보려 한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확장을 꿈꾸고 있다.”

궁극적 목표는.
“‘젠테(la jente)’는 이탈리아어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젠테가 예술적 가치를 공유하는 ‘온라인 하이패션 갤러리’가 됐으면 좋겠다. 단순히 옷만 파는 곳이 아닌, 명품의 가치를 들여다보고 즐기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제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유럽의 부티크처럼 100년, 200년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