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전남대 경제학과, 서강대 경제대학원 석·박사, 전 대신증권·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영익
전남대 경제학과, 서강대 경제대학원 석·박사, 전 대신증권·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2분기를 저점으로 3분기에 회복세를 보이던 경기가 4분기에 다시 하락하며 또 다른 저점을 형성하는, W 자형 침체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8월 26일 ‘이코노미조선’과 전화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한국 경제를 ‘더블딥(경기 반짝 반등 후 다시 침체)’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3분기 경기 반등 시나리오가 무너지며 주식 시장의 거품이 터지고, 수많은 기업이 파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8년 출간한 저서 ‘위험한 미래’에서 2020년 경제위기를 언급한 김 교수는 한국의 닥터 둠(Dr. Doom·비관적인 관점에서 예측하는 경제 전문가)으로 불린다.


더블딥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한국보다 한 달쯤 먼저 코로나19 재확산 타격을 입은 미국 경제 지표를 보면 알 수 있다. 7월까지 회복세를 보였던 미국의 소비자 심리 지수와 무역·제조업 지수 등은 8월에 전문가 예상을 훨씬 하회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의 영향은 9월 지표에 반영될 텐데, 분명히 충격이 클 것이다.”

더블딥은 경제에 어떤 위험을 초래하나.
“주식 시장과 실물 경제의 지나치게 벌어진 간극이 일순간에 좁혀지는 결과가 초래된다. 전 세계 정부가 유동성을 넘치도록 공급하면서, 증시 거품이 굉장히 부풀어 오른 상태다. 그나마 거품을 지탱하던 것이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었는데, 더블딥은 그 기대감을 무너뜨린다. 그렇게 간극이 좁혀지는 과정을 ‘증시 폭락’이라고 부른다.”

‘실물 경제가 나쁘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올해 들어 파산한 기업 가치 10억달러(1조1800억원) 이상의 미국 기업 숫자가 2002년 IT버블이 붕괴됐을 때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많다. 여기에 넘치는 유동성 덕분에 숨만 붙어 있는 ‘좀비 기업’도 산재한 상황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미 선진국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8%로 제2차 세계대전 직전보다 높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도 한계가 있다. 지난 3월처럼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이제는 불가능해진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더블딥으로 인한 증시 폭락은 언제부터 어떻게 나타날까.
“더블딥은 이미 시작됐다. 당장 9월부터 미국 증시는 ‘조정’되기 시작할 거다. 결과적으로 20% 정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한국 경제는 큰 문제가 없었음에도 심대한 타격을 입었는데, 이번에는 우리나라 증시에도 상당한 거품이 껴 있는 만큼 동반 하락의 폭이 클 것이다.”

실물 경제가 조금이라도 개선되면 하락 폭이 줄어들지 않겠나. 한국의 실물 경제 전망은 어떤가.
“상반기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고 수요도 둔화되는 것이 치명적이다. 반도체가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에 이른다. 올해 7월까지 우리나라 수출액은 11% 감소했는데, 반도체는 1% 감소에 그쳤다. 반도체 덕분에 수출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보정된 상태였는데, 그 지지대가 사라지는 거다.”

더블딥이 다가온다면 정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이상적으로 얘기하면 파산할 기업은 파산하도록 두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고용과 결부돼 있기 때문에 정부에 기대하지 않는다. 결국엔 시장 논리에 따라 줄도산이 일어날 것이고, 초래될 경제 위기의 규모는 어느 때보다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