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씨케이엑소젠 창업자 겸 CEO 전남대 의대, 아주대 병원 수련의, 현 아주대 의대 외래교수, 현 신우신경외과재활의학과의원 원장, 전 일본 게이오대 병원 통증클리닉 임상 강사 / 김재영 씨케이엑소젠 CEO가 12월 6일 경기도 성남 씨케이엑소젠연구소에서 배양한 엑소좀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김재영 씨케이엑소젠 창업자 겸 CEO
전남대 의대, 아주대 병원 수련의, 현 아주대 의대 외래교수, 현 신우신경외과재활의학과의원 원장, 전 일본 게이오대 병원 통증클리닉 임상 강사 / 김재영 씨케이엑소젠 CEO가 12월 6일 경기도 성남 씨케이엑소젠연구소에서 배양한 엑소좀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의사에서 바이오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하고,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에는 백신 개발에 나선 이가 있다. 김재영(47) 씨케이엑소젠 창업자 겸 CEO는 재활의학 전문의로 서울 강남에서 개인 병원을 운영했었다. 의사로서 많은 돈을 벌었지만, 신약을 개발해 전 세계인을 치료한다는 포부를 갖고 2019년 씨케이엑소젠을 설립했다.

‘엑소좀’의 무한한 가능성을 내다본 것도 창업 배경이다. 엑소좀은 줄기세포가 분비하는 30~200㎚(나노미터) 크기의 세포 간 신호전달물질로, 안전성이 높아 차세대 약물전달체로 주목받고 있다. 김 CEO는 개인 병원 운영 당시 무릎 연골 환자가 많았는데, 엑소좀을 이용해 치료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엑소좀이 무릎 연골이 손상된 환자의 연골 세포를 자극해 연골 재생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또 엑소좀은 인체에서 나와 부작용이 없고, 특정 생체 조직이나 기관이 원하는 물질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 CEO는 창업 전 병원 내 연구실에서 엑소좀 관절염 치료제 개발에 나섰지만 더 집중하기 위해 창업했고, 이후 팬데믹이 터지자 개발 방향을 틀었다. 안전한 약물전달체인 엑소좀에 코로나 바이러스 항원을 심어 인체에 투입하면 현 코로나 백신이 안고 있는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현재 김 CEO는 엑소좀을 기반으로 한, 코에 뿌리는 형태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12월 6일 경기도 성남 씨케이엑소젠연구소에서 김 CEO를 만났다. 김 CEO는 인터뷰 도중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자회사 라이온에서 온 메시지를 보여줬다. 엑소좀 생산은 물론 연구 등을 함께하자는 제안서였다. 메이요클리닉은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로부터 올해를 포함해 수년간 미국 최우수 병원으로 선정된 곳이다. 그는 “해외에서도 씨케이엑소젠을 주목하고 있다”며 “현재 개발 중인 엑소좀을 기반으로 한 비강 분무형 코로나19 백신은 사용이 간편한 것은 물론 기존 코로나19 백신에 비해 부작용 우려가 적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개발 중인 엑소좀 기반의 비강 분무형 코로나19 백신을 설명해달라.
“기존에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은 심한 고열, 통증, 혈전 등의 부작용이 따른다. 심하면 백신을 맞고 사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엑소좀 기반의 코로나19 백신은 이런 부작용 우려가 적다. 세포가 분비하는 세포 간 신호전달물질로, 인체에서 나와 사람에게 무해한 엑소좀의 특성 때문이다. 현재 백신 후보 물질 개발은 끝났고 안전성 평가 등의 프로세스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엑소좀 물질 대량 생산 방식 특허를 취득했고, 내년 상반기 상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직접 생산하나.
“국내 제약사인 퍼슨과 엑소좀 기반 비강 분무형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우리는 바이오 분야 신생 업체로, 네트워크와 사업 경험이 부족하다. ‘빨간약’으로 잘 알려진 외피소독제 포비돈 등의 의약품을 생산하는 업체 퍼슨은 경험이 풍부하다. 우리가 후보 물질을 개발했고, 퍼슨은 분무 형태로 뿌릴 수 있는 제형(劑形)과 이를 담을 수 있는 용기를 만들 계획이다. 또 안전성 검사 등의 프로세스도 함께 진행해 나갈 것이다.”

기존 백신과 달리 근육주사 형태가 아닌 코에 뿌리는 분무형이다.
“코로나19 주 감염 경로는 코다. 우리 백신은 코안에 뿌려 점막에 항체를 형성, 코로나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기 때문에 그만큼 감염 예방 효과가 뛰어나다. 사용도 간편하고, 마스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

개인 병원을 운영하다, 왜 바이오 기업 창업에 나섰나.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 치료가 계기가 됐다. 줄기세포로 치료받았고 큰 효과를 봤다. 이 과정에서 줄기세포에서 나오는 엑소좀이 재생치료의 핵심이란 걸 알았다. 이후 재활치료에 줄기세포를 접목했고, 엑소좀 관절염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처음에는 병원 운영과 함께하려고 했는데, 막상 연구개발을 해보니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걸 알았다. 2019년 회사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엑소좀 개발에 뛰어들었다.”

엑소좀 관절염 치료제 개발 상황은.
“엑소좀 관절염 치료제 후보 물질 개발은 끝났다. 임상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임상 절차 등의 과정이 약 5년 정도로,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러다 팬데믹이 터졌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임상시험 등 기존 허가 기간 등을 단축해 신속하게 처리하는 패스트트랙 제도가 도입되면서 1~2년 안에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고, 백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엑소좀 관절염 치료제 개발도 진행 중이다. 고령자 중 관절염을 앓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우리 치료제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 신생 업체로 어려움은 없나.
“바이오·제약 기업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데 너무 외형만 본다. 우리처럼 기술력이 있는 업체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 바이오 연구개발은 기초의학을 하는 의대 교수들이 국가 과제 등을 받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프로세스는 ‘논문을 위한 연구’로 끝나곤 한다. 국내 바이오 산업에 많은 연구개발 자금이 투입되지만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현실 의료 시장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에서 어떤 치료제가 필요한지 파악하고, 이에 맞는 연구개발을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임상 의사로 의료 시장 현실을 경험한 건 내 강점이다. 나와 같은 임상 의사 출신의 바이오 기업 CEO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회사를 운영하며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다면.
“창의성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세계에서 상상력이 가장 풍부한 기업인 중 한 명이다. 그는 전기차 개발 및 생산부터 최근 재활용 로켓 개발까지 수없이 많은 실패를 하며 성공을 쌓아왔다. 실패 없는 성공은 없다. 바이오 신약 개발도 마찬가지다. 창의성과 도전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창의성은 기본과 기초가 튼튼해야 발현된다. 임직원에게 기본부터 배워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신입사원의 경우 세포 배양부터 다시 가르치고 이를 완벽하게 했을 때 다른 일을 맡긴다.”

의사이자 코로나19 백신 개발자로서 새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을 어떻게 보나.
“더 지켜봐야겠지만, 오미크론은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은 강하지만 위중증 위험도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바이러스 질환의 특성으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 이후 백신 개발 초기 단계에서 빠른 백신 개발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효과는 물론 안전한 백신으로 가야 한다. 의사들마저 백신을 맞고 나면 면역 억제제를 먹거나 투여해 부작용을 줄이려고 한다. 사람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이 심하다면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