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카드 UC 버클리(캘리포니아대버클리 캠퍼스) 경제학과 교수 전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202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1995년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수상 사진 데이비드 카드
데이비드 카드 UC 버클리(캘리포니아대버클리 캠퍼스) 경제학과 교수 전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202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1995년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수상 사진 데이비드 카드

“적어도 3년 이상 미국의 연간 물가 상승률이 3%를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데이비드 카드(David Card) UC 버클리(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미국 경제를 진단했다. 202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카드 교수는 노동, 실업 등의 분야에서 많은 연구 실적을 남긴 노동경제학자다. 카드 교수는 1993년 고(故) 앨런 크루거 전 프린스턴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이 반드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라는 점을 입증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줄어 실업률이 올라간다는 기존 통념을 깬 연구였다. 1995년에는 예비 노벨경제학상이라 불리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은 바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3년 이상 지속된다고 보는 이유는.
“세 가지 원인 때문이다. 견고한 고용률 등에 힘입어 미국 내 소비자에 의해 주도되는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 자동차 생산 등에 영향을 주는 반도체칩 부족 같은 공급 제약 문제가 지속할 것이라는 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들어갔다는 점이 그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세계 경제는.
“팬데믹은 글로벌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줬다. 공급망을 다양화하기 위한 기업과 각국 정부의 노력이 이어지겠지만, 세계 경제에 단기적 효과는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실패할 수 있다고 본다. 공급망 다양화에 비용이 많이 드는데, 누가 부담할지도 문제다.” 

팬데믹이 노동 시장에 미친 영향은.
“대량 실업을 발생시켰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팬데믹 초기 단계에서 많은 해고가 발생했다. 특히 여행이나 식당 이용 등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관련 일자리에서 대량 실업이 발생했다. 최근 코로나19가 점차 주춤해지면서 수요가 회복 중이고 고용주들은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채용 확대에 힘쓰고 있다.” 

미국의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은 고용을 줄이고 있다. 
“이러한 고용 축소 현상은 그동안 팬데믹 여파로 정보기술(IT) 산업이 반사적 수혜를 봄에 따라 빅테크들의 과도한 사업 확장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본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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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근로자의 임금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 임금 상승 통제 정책에 대한 생각은.
“일각에선 인플레이션 심화로 근로자의 임금이 올라가면, 물가가 다시 치솟을 것이라고 보는 관점이 있다. 그런데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관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소비자의 억눌린 수요 폭발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공급망 부족 문제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임금 인상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아니다. 임금 상승을 통제하는 정책이 물가를 잡는 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당장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통한 방법이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싸워야 하는 유일한 수단은 금리를 인상해 이자에 민감한 부문(주택과 자동차 등)의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금리가 오르면 대출 이자율이 상승하고 소비가 둔화하면서 결국 노동 시장이 냉각된다. 물가를 잡아도, 결국엔 실업률이 올라가게 된다.”

한국도 고령화가 이슈다. 인구 고령화가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나이 든 사람은 많아지고 청년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데도 이상하게도 한국에선 청년들이 취업을 하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결국에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청년들의 임금은 높아지고, 구직 기회 역시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하지는 못한다. 향후 로봇 사용과 자동화 도입 등에 대한 압력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또한 인구 변화에 있어 한국은 일본을 빠르게 닮아갈 것이다. 장기적으로 한국은 일본처럼 인구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원자재를 수입 가공해 수출하는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무역에서 한국의 위치를 어렵게 한다. 한국 경제를 위해 조언한다면. 
“가공무역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인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다고 해도 가공제품 가격이 투입된 원자재 비용을 반영하기 위해 상승하는 한, 이는 큰 문제가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석유 산업은 정제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원유를 사용한다. 하지만 유가가 올라도 업계는 타격을 입지 않는다. 한국의 경쟁국(미국, 일본, 독일 등)이 오른 유가 비용 부담으로 똑같이 가격을 인상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이 반드시 불리한 것은 아니다.”

한국은 지난 5년간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실업률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없나.
“어떤 이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실업률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말하지만, 이런 주제는 종종 정치화하기 때문에 조심히 접근해야 한다. 한국에서 일어난 일을 잘 알지 못해 답변이 어렵다. 미국과 유럽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실업률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최첨단 방법을 사용하는 새로운 연구가 많이 나왔다. (이를 참조했으면 한다.)”


Plus Point

햄버거 가게 전수 조사해 기존 통념 깬 데이비드 카드 교수제목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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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카드 UC 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1992년 미국 뉴저지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 전화를 걸어 고용량 변화를 집계했다. 뉴저지주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4.25달러(약 5656원)에서 5.05달러(약 6721원)로 20%가량 크게 오른 반면, 펜실베이니아주는 변동이 없었다. 

당시 경제학 교과서에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실업률도 함께 오른다’라는 이론이 실려 있었지만, 실증된 연구는 없었다. 카드 교수가 두 지역의 햄버거 가게를 전수 조사한 결과가 나오자 기존 통념은 깨졌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뉴저지주 햄버거 가게들이 오히려 고용을 늘렸다는 점이 실증 연구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후 각국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시도할 때 이를 뒷받침하는 논거로 카드 교수의 연구가 거론됐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

김보영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