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버블, 금융위기 등을 겪을 때마다 위험 자산 기피 현상으로 벤처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다.
닷컴버블, 금융위기 등을 겪을 때마다 위험 자산 기피 현상으로 벤처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다.

아시아 일부 국가에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됐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 각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경제적 파장 역시 세계 각국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 악화는 필연적으로 글로벌 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한 벤처시장(venture market)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세계 최대 벤처시장인 미국에서는 코로나19에 기인한 여러 문제가 엄청난 속도로 벤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전례 없는 엄청난 파고에 맞서 국내 파운더(설립자)들이 코로나19 사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다섯 가지 조언을 공유하고자 한다.


1│넷번(Net Burn)을 관리하라

코로나19는 감염병인 탓에 사람들이 일하는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항공이나 호텔 등의 여행 관련 업체는 물론이고 노동 집약적인 제조업과 건설업 그리고 엔지니어들이 중추인 소프트웨어 산업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모든 산업 분야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들은 가장 먼저 매출과 지출 사이에서 ‘넷번’에 대한 관리를 시작해야만 한다. 넷번은 기업이 보유한 현금을 다 써서 손해를 보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산업군을 막론하고 현재 발생하고 있는 현금 흐름이 지속될 수 있는지를 살피고 그에 대응해 비용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일 매출이 말 그대로 오늘의 절반으로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매출의 50% 감소가 단 2일만 발생하더라도 스타트업은 단 2일 만에 원래 매출의 75%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재무구조를 가진 스타트업들은 가능한 한 선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하고 그에 따른 넷번에 대한 관리를 시작해야만 한다. 최고경영자(CEO)의 보수 삭감부터 마케팅 예산 삭감, 기업 전체에 대한 예산 절감 등 가능한 한 모든 방안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2│유동성이 위축될 수 있으니 자금 조달 플랜B를 세우라

자본시장 경색이 발생했을 때 투자자들은 가장 먼저 자산의 배분을 안전 자산 쪽으로 옮기기 시작한다. 이는 벤처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급격히 줄어들게 될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의 닷컴버블이나 2000년대 후반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관련한 시장 경색이 발생했을 때도 위험 자산에 대한 기피 현상으로 벤처시장은 급속하게 위축했던 전례가 있다.

그와 같은 위축은 충분한 유동성이 없는 엔젤 투자자로부터 시작할 것이며, 경색이 계속됨에 따라 점차 유동성 공급자(LP)의 유동성이나 자산 배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벤처캐피털(VC) 등 모든 투자자로까지 옮겨가게 될 것이다. 문제는 그와 같은 위험 자산으로부터의 이탈이 매우 이른 시간에, 심지어 불과 며칠 내에 발생할 수 있고 한 번 발생하게 되면 상당 기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제 받은 텀시트(term sheet)가 오늘 취소될 수 있고, 심지어 그 후 한참 동안 다른 투자자를 전혀 만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당 기간 시장의 부침을 경험해 온 필자와 테크스타즈 그리고 여러 투자자에게 그와 같은 상황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극대화했고 특히 자본시장에서의 경색이 현실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스타트업들은 시장에 있는 자본이 매우 빠르게 말라버릴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자금 조달에 기존보다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자금 조달 관련 계획을 세워야만 한다.


3│비즈니스 파트너 이슈에 대비하라

마스크 등 여러 제조업 관련 위기 상황에서 목격했던 것처럼 이번 코로나19와 관련한 상황은 매출이나 자금 조달 이외에 기업 운영 후방에서도 위험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스타트업들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는 모든 밸류체인에서 언제든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하고 그에 대응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이는 기업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제품의 개발 및 출시 등과 관련한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그 개발 업체나 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문제 때문에 변경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비용 및 소요 기간이 예측 불가능한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모든 스타트업은 내부적 요인에 대한 관리뿐 아니라 외부적으로 존재하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및 공급 체인의 지속 가능성을 면밀히 관찰하고 관리해야 한다.


4│비상시에 대비한 구성원 역할 계획 수립하라

스타트업의 구성원 역시 언제든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 해당 인원은 상당 기간 격리될 수 있고, 기업 운영에서 개인의 역할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스타트업의 특성 탓에 기업 운영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기업으로서 스타트업은 구성원의 건강 유지를 위한 방역 계획은 물론이고 특히 구성원의 건강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 위한 구성원 간 역할 변경 및 수행에 대한 계획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한다.

이와 같은 비상 계획은 스타트업의 경영진이 질병으로 인해 공석이 됐을 때 보고 체계의 변화, 의사 결정 흐름의 변화, 업무 분장의 변화, 제품 개발 인력의 대체 계획 등 각 기업이 처한 고유한 상황에 맞춰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수립돼야 한다.


5│캄 리더(calm leader)가 되라

회사가 크든 작든 모든 스타트업의 창업자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이미 그들은 그 조직의 리더라는 것이다. 리더로서 창업자들은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지금과 같은 예측 불가의 상황에서, 특히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초기 기업이라면 그 리더의 자세와 대응은 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캄 리더로서 창업자들은 스스로가 먼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을 때 팀 전체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회사 내 공포와 스트레스를 줄여주면서 차분한 성장(calm growth)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야 한다.

스타트업의 창업자들은 모든 상황을 차분히 살펴보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 그리고 대응할 수 있는 것과 대응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창업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대응할 수 있는 것에 차분히 집중하면서 그 이외의 것들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은세 테크스타즈 코리아 액셀러레이터 매니징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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