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유진 사무관, 김현주 사무관, 정소영 사무관, 이정민 조사관, 김경원 사무관, 하은광 사무관.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왼쪽부터 이유진 사무관, 김현주 사무관, 정소영 사무관, 이정민 조사관, 김경원 사무관, 하은광 사무관.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네이버 검색 알고리즘 조작을 밝혀낸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근무하는 문과생 노력의 승리였다. 지난해 네이버 쇼핑과 동영상 및 부동산의 시장 지배력 남용 행위를 제재한 공정위 직원 6인의 이야기다.

기업의 불공정거래를 적발하는 공정위 시장감시국에 근무하는 이들은 IT 전문가가 아닌데도 낯선 전산언어를 익히고 끈질기게 조사한 끝에 네이버 검색 결과가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네이버의 방어 논리를 공박하기 위해 ‘네이버부동산’을 통해 자신의 집을 매매하는 열정까지 보인 직원도 있었다.

공정위는 지난 1월 이들을 ‘2020년 올해의 공정인’으로 선정했다. 네이버 시장 지배력 남용 사건을 담당한 서비스업 감시과 하은광·이유진·정소영·김경원 사무관 및 이정민 조사관, 기업집단정책과 김현주 사무관이 주인공들이다. 공정위 서비스업 감시과는 정보통신(IT) 분야나 방송·건설·문화 등 담당 산업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와 불공정거래 행위를 감시하고 시정하는 부서다. 공정위는 지난해 국내 포털 점유율 1위인 네이버를 집중 제재했다. 네이버가 50%가 넘는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부당하게 경쟁사를 배척하고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19년 공정위가 ICT(정보통신기술) 사건을 집중 제재하기 위해 전담반을 발족한 이래 독점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제재한 최초 사례다.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네이버 쇼핑의 검색 알고리즘 조작 사건이었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쇼핑·동영상 분야에서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서비스를 우선 노출시킨 혐의를 포착하고 과징금 267억원(쇼핑 부문 265억원, 동영상 부문 2억원)을 부과했다. 네이버는 그간 검색 결과의 공정성을 강조했지만, 자사 이익을 위해 검색 결과에 인위적 조작을 가해온 실체가 확인되면서 신뢰성에 타격을 입었다. 이에 더해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 업체(CP)와 계약하면서 자사에 제공한 부동산 매물 정보를 제삼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에도 공정위는 과징금 10억3200만원을 부과했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네이버부동산이 이를 악용해 CP로 하여금 경쟁사에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방해했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밤새워 ‘알고리즘’ 공부…집념 통했다

네이버 사건은 공정위 내부에서도 까다롭게 여겨졌다. 알고리즘 조작은 IT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입증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성격이어서다. 하지만 결국 ‘끈기’의 힘이 ‘전문성’의 벽을 넘어섰다. 알고리즘 사건에는 이유진(7급 공채)·정소영(행정고시 60회)·김경원(행정고시 59회)·김현주(행정고시 51회) 사무관과 이정민(변호사 특채) 조사관이 투입됐는데, 전원이 경제학이나 행정학·영문학 등을 전공한 ‘문과생’이라 IT 기술과는 거리가 멀었다.

포기는 없었다. 두 차례 현장 조사를 거쳐 수집한 증거 자료의 포렌식을 진행할 때마다 암호 같은 전산언어가 쏟아졌지만 끈기 있게 달라붙었다. 관련 개념을 스터디하고 개인 공부가 모자랄 때는 공정위 내부 전산 전문가를 초빙해 교습받았다. 이 ‘집중과외’는 조사 기간 내내 이어졌다. 과거 네이버에서 일했던 직원을 수소문 끝에 찾아내 꼼꼼히 따져 묻느라 이틀 내내 진술받기도 했다. 그 결과 이들은 네이버의 ‘알고리즘 조작’을 입증해 267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아냈다.

김성근 공정위 서비스업 감시과장은 “전 세계적으로 알고리즘 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워낙 복잡하고 전문적이어서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려운데, 세계 경쟁 당국 중 거의 가장 빨리 포털의 알고리즘 사건을 잡아낸 것”이라며 “직원들이 자칫 대충 넘어갈 수 있는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조사해 위법성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증거 자료가 부족하면 직접 만들기도 했다. 부동산 사건을 담당한 하은광(행정고시 50회) 사무관은 조사 기간 중에 마침 본인 소유의 세종시 소재 아파트를 매매할 일이 생겼는데, 사건 조사에 활용하기 위해 네이버부동산을 매매 거래에 활용했다. 네이버에 정보를 주면 타사에는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였다. 사건 조사에 집중하다 보니 일상이 곧 조사가 된 셈이었다. 하 사무관이 직접 나서 수집한 사례는 결국 최종 증거 자료로 채택돼 네이버의 혐의 입증에 쓰였다.

이 같은 노력으로 혐의 입증에 성공한 이들은 입사 경력 10년이 넘는 베테랑과 공정위 근무 경력이 3년에 못 미치는 젊은 인재들로 구성됐다. 이유진 사무관과 하은광 사무관, 김현주 사무관은 여러 부서를 거치며 조사 능력을 입증한 베테랑이고, 나머지 사무관들은 비교적 경력이 짧지만, 행정고시 성적이 뛰어난 인재다. 특히 김경원 사무관은 행정고시 59회 재경직 차석을 차지했고, 정소영 사무관은 행정고시 60회 톱 10에 들었다. 6명 모두 여성인 이들은 미래 공정위를 이끌어갈 핵심 인재로 꼽힌다.

공정위가 이들을 올해의 공정인에 선정한 것은 사건의 난이도 및 상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들 모두 공정위 내부에서는 손꼽히는 인재”라면서 “인품과 능력 모두 뛰어난 직원들이 협업을 통해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네이버는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네이버는 입장문에서 “공정위가 충분한 검토와 고민 없이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결정을 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검색 알고리즘 조작은) 사용자들의 검색 결과를 최적화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일 뿐 다른 업체 배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거대 플랫폼 기업 독과점 문제 해결에 집중할 계획이다. 신산업인 플랫폼 사업이 기존 산업 규모를 능가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갑질’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입법예고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역시 내놓은 상태다. 계약서 작성 등을 의무화해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분쟁을 막고, 온라인 플랫폼 검색결과 순위 기준 공개를 의무화하는 등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다.

최효정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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