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호 슈퍼메이커즈 대표, 연세대 신문방송학, 전 덤앤더머스 대표, 전 배민프레시·배민찬 최고운영책임자 / 사진 슈퍼메이커즈
이진호
슈퍼메이커즈 대표, 연세대 신문방송학, 전 덤앤더머스 대표, 전 배민프레시·배민찬 최고운영책임자 / 사진 슈퍼메이커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일상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번화가 맛집을 찾기보단 집에서 배달 음식을 먹고 생필품 하나라도 오프라인 매장을 들르기보단 배송을 신청하게 된다. 그야말로 온라인·모바일 전성시대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오프라인에서 기회를 찾아 승승장구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2017년 4월 문을 연 반찬 스타트업 ‘슈퍼메이커즈’다.

슈퍼메이커즈는 서울 강남, 서초, 잠실 일대에서 34개의 직영점 ‘슈퍼키친’을 운영 중이다. 언뜻 보면 여느 반찬가게와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큰 차이점이 있다. 슈퍼메이커즈는 매장에서 반찬을 조리하는 대신 센트럴키친(중앙 식품 제조 시설)을 운영하고, 정보기술(IT)과 데이터를 활용해 폐기율을 2%대로 떨어뜨렸다. 제품 제조·유통·물류를 통합하고, 직영점 운영 방식으로 품질을 유지한다. NHN, 배달의민족 등을 거친 IT 업계 출신들이 식품과 유통, IT 기술, 배송을 자연스럽게 연결한 덕분이다.

슈퍼메이커즈는 차별화된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액은 2017년 1억6100만원에서 지난해 51억9500만원으로 늘었다. 현재까지 96억원의 누적 투자를 유치했고, 올여름 시리즈B 투자 유치에 나선다. 모바일 기반 예약, 구독, 배달 서비스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코노미조선’과 4월 20일 만난 이진호 슈퍼메이커즈 대표는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과 초신선식품 제공을 가장 중시할 것”이라면서 “오프라인의 시간적, 물리적 한계는 온라인·모바일로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슈퍼메이커즈는 ‘모든 날 모든 순간, 집밥의 완성’이라는 슬로건 아래 100% 직영 반찬가게 브랜드 ‘슈퍼키친’을 운영 중이다. 사진 슈퍼메이커즈
슈퍼메이커즈는 ‘모든 날 모든 순간, 집밥의 완성’이라는 슬로건 아래 100% 직영 반찬가게 브랜드 ‘슈퍼키친’을 운영 중이다. 사진 슈퍼메이커즈

반찬을 사업 아이템으로 꼽은 이유는.
“요즈음은 다들 일을 하다 보니 집밥을 먹기 힘들다. 퇴근 후 집에 오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데, 밥을 해 먹자니 귀찮고 어렵다. 밖에서 사먹거나 배달을 시키면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고민되기도 한다. 1인 가구면 어떻게든 편의점, 식당에서 사먹을 수 있지만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데리고 나가기도 힘들고 가격 부담도 상당해 외식이 쉽지 않다. 집밥이 필요한 순간, 원하는 반찬을 판매한다면 소비자가 원하는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를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 봤다. 반찬 사업 시장의 성장세가 빠르다는 점도 이유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식품유통교육원에 따르면, FRM(신선하고 건강한 간편식) 시장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다른 산업에서 이 정도 성장성을 찾긴 힘들다. 한국의 HMR(가정편의식) 시장은 5조원대지만, 일본은 20조원대다. 불황에 가성비 상품인 HMR의 인기가 높아진 덕분이다. 국내 시장도 점차 커질 것이라 본다.”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한 이유가 있나.
“배달의민족에서 모바일 반찬가게를 운영하면서 ‘신선식품은 근거리에서 판매할 때 고객 만족도가 높겠다’고 느꼈다. 온라인에서 배송하면, 다음 날 새벽에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일 저녁에 먹고 싶을 걸 오늘 밤 미리 생각할 수 있을까. 시금치 하나를 먹더라도 먹고 싶을 때 바로 먹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주변을 보니 오프라인 반찬가게는 대부분 영세했다. 유통기한이 짧으면 재고 관리가 어려우니까 오래 먹을 수 있는 김장, 젓갈류를 주로 판매했다.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반찬류는 아니었다.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하되 기술을 적용하면 신선하고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반찬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 타깃층과 사로잡기 위한 방법은.
“우리는 30대 중반~50대 중반 여성을 타깃으로 삼는다.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반찬 양은 1.5인분 정도로 하고, 종류를 다양화한다. 매주 2~3종, 한 달에 8종 정도를 신메뉴로 내놓는다. 계절마다 즐길 수 있는 제철 메뉴를 내놓고 판매가 부진하거나 계절에 맞지 않으면 바로 메뉴에서 뺀다. 유행 중인 메뉴를 선보이기도 한다. 센트럴키친에서 영양사, 한식·양식조리장 등 전문인력이 R&D(연구개발), 품평을 거쳐 새로운 반찬을 선보이고, 매월 반찬 메뉴판을 홈페이지에 올려 고객에게 알린다.”

다른 반찬가게와는 다르게 조리 시설이 매장에 없다는 점이 독특하다.
“매장에서 즉시 조리하면 맛이 일정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R&D를 하거나, 위생적으로 관리하기도 어려운 편이다. 균일한 맛과 위생, 규모의 경제를 위해 센트럴키친을 운영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반찬가게에 주방이 없다는 점에서 고객이 이질감을 느낄까 봐 작은 주방을 두고 튀김류만 조리했다. 그런데 막상 판매해보니 고객이 집에 바로 가서 먹는 것도 아닌 데다 매장에서 음식 냄새가 난다는 점이 별로였다. 곧장 리뉴얼해서 1~3호점에 있는 주방을 없앴다. 센트럴키친은 같은 가격대라도 퀄리티를 더 높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제품 폐기율이 2~2.5%로 상당히 낮다. 비결은.
“누적된 과거 판매 데이터를 통해 판매량을 예측한다. 필요한 식자재를 미리 발주해 계획된 양만큼 조리하는 등 자체적으로 구축한 내부 통합 정보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비슷한 상권, 유사 상품에 대한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이 반찬이 얼마나 팔릴지 비교적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

유통·물류를 수직계열화하고, 전 매장을 직영점으로 운영하는 이유는.
“일반적인 식품 업계 관행상 식품 회사는 제조에만 주력한 다음, 제품의 판매 과정은 다른 회사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매장 판매를 우선시하는 회사는 제조는 협력사에 맡기고 가맹 사업을 통한 점포 확장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반찬은 유통기한이 짧고 관리가 힘들기 때문에 퀄리티를 생각해서라도 수직계열화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전 매장을 직영점으로 운영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가맹점을 운영하다 보면 유통, 관리가 어려워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연내 모바일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서 반찬 예약·픽업·배달 서비스와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고, 포털사이트와 앱을 통해 전국 판매를 하려고 한다. 서울을 넘어 판교, 분당, 광교 등에도 매장을 낼 계획이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도 목표다. 앞으로 더 신선한 식품, 유통기한 1주일 미만의 반찬 판매를 늘리는 데 주력할 것이다. 고객과 가까운 동네에서, 더 신선한 상품을 제공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앞으로 어떤 반찬가게를 만들고 싶나.
“지역 기반 커뮤니티를 보면 반찬가게를 추천해달라는 얘기가 많다. 이럴 때 모두가 떠올리는 대표 반찬가게가 되고 싶다. 스타벅스가 있는 지역을 ‘스세권(스타벅스 상권)’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우리는 슈세권(슈퍼메이커즈 상권)’이라는 단어를 생기게 하는 게 목표다. 당장 살 것도 없는데 퇴근길 자연스레 향하게 되는 올리브영처럼 발길이 향하는 반찬가게로 만들고 싶다.”

안소영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