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관 통계청장 서울대 경제학 석사, 미국 스탠퍼드대 통계학 석사, 경제학 박사, 전 한국응용경제학회장, 전 서울대 경제연구소 소장 / 사진 조선비즈 DB
류근관 통계청장
서울대 경제학 석사, 미국 스탠퍼드대 통계학 석사, 경제학 박사, 전 한국응용경제학회장, 전 서울대 경제연구소 소장 / 사진 조선비즈 DB

“모든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지자체 등 여러 기관으로 쪼개진 행정자료를 하나로 연결하면, 엄청난 통계 분석 자료가 될 수 있다. 행정자료를 빅데이터화하는 통계등록부를 개발하겠다.”

한국 계량경제학계의 거물이라는 평가를 듣는 류근관 통계청장은 5월 14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만약 이렇게 쪼개진 인구, 자산, 고용, 소득 등 행정자료를 연결해 빅데이터화할 수 있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과 통계 사용자 입맛에 맞춘 통계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러한 효과는 정책 수립 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 통계등록부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통계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계등록부는 행정안전부, 국세청 등 다양한 부처의 행정자료와 조사자료를 연계한 개인 및 기업 단위의 자료를 말한다. 그간 부처마다 고용, 소득, 인구 등 행정자료를 제각각으로 수집·보관하면서 공유가 원활하지 못했다. 이에 통계청은 통계자료와 각 부처 행정자료를 통합해 빅데이터화하는 통계등록부를 개발하기 위한 통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류 청장은 “우리나라의 통계는 분권형 통계로 양질의 행정자료를 부처 등 각 기관이 수집·관리하고 있어, 다양한 형태의 분석이 불가능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보안과 데이터 활용성이 조화를 이루는 ‘K통계’ 체계를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다음은 류 청장과의 일문일답.


류근관 통계청장. 사진 조선비즈 DB
류근관 통계청장. 사진 조선비즈 DB

통계등록부는 무엇인가.
“통계등록부는 행정안전부, 국세청 등 다양한 부처의 행정자료와 조사자료를 연계하여 작성한 개인 및 기업 단위의 모집단 자료를 말한다. 국세청의 사업자등록, 법인세 자료 등 행정자료에 통계청 사업체 조사 자료를 추가하면 현장 조사로 포착이 어려운 개인 인터넷 쇼핑몰 등 온라인 업체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통계등록부는 각 기관이 보유한 자료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부가가치 높은 데이터 생산에 기여할 수 있다.”

통계법을 개정하려는 배경은.
“통계등록부는 자료 획득과 활용의 용이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현재 한국은행은 큰 공공기관임에도 관련 부처에서 행정자료를 선의로 주지 않는 이상, 자료를 요청할 수 없다. 또 부처에서도 자료를 제공해줄 의무가 없다. 만약 통계법이 개정된다면 한국은행이 개인정보를 지키면서 자료를 쓰겠다고 했을 때, 통계청이 관련 기관에서 자료를 받아 한국은행에 제공하면, 정책 결정을 위한 통계를 시의성 있게 서비스할 수 있다.”

통계등록부의 구체적인 기대효과는.
“통계등록부는 국민의 통계조사 응답의 부담을 줄이고 예산 절감과 통계 작성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각종 행정자료를 연계해 분석한다면, 통계조사 대상자를 정교하게 선별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통계조사의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을 도입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는 전년 대비 예산을 54%나 절감했다. 또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 자료와 한국전력공사의 전력 사용량을 연계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공장 가동 현황을 신속하게 분석한 적도 있다.”

현재 준비 중인 통계등록부는.
“아동의 성장 환경과 부모의 경제활동 상황 등을 파악, 분석할 수 있는 ‘아동 가구 통계 DB(데이터베이스)’를 연내 서비스할 예정이다. 또 인구 데드크로스 시대 준비를 위한 외국인 인력 수급 등 관련 연구에 필요한 ‘외국인 통계 DB(가칭)’도 준비 중이다. 다만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통계 빅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른 부처 행정자료와의 유기적인 연계가 필요하다.”

행정자료를 빅데이터화할 경우, 보안 문제가 우려된다.
“통계청이 과거에도 개인정보를 침해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망 분리를 위해 전국에 5개 통계데이터센터, 전국에 10개 이상의 리서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통계청 자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데이터·리서치센터에 직접 와서 자료를 본 뒤, 반출 심사를 받아야 한다. 물리적인 보안체계를 갖췄기 때문에 현재도 개인정보 침해 없이 통계 서비스를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동형암호 등 차세대 보안기술을 활용하는 K통계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암호화된 자료를 온라인으로 받으면, 통계청이 심사한 뒤 온라인으로 암호화를 풀어주는 방식이다. 현재도 보안 문제는 없기 때문에 보안을 이유로 K통계체계 구축을 반대한다는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

통계법 개정안도 보안 관련 내용을 포함했는지.
“데이터 3법과 마찬가지로 비밀정보의 외부 유출 시에 현행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사처벌 기준을 강화했다. 또 처벌 대상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사용자, 유포자, 부정 열람자 등을 명시해, 통계 작성 기관뿐만 아니라 통계 이용자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했다.”

통계가 국민의 실생활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있다.
“시차의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물가동향 조사를 매월 세 번 하는데, 소비자물가통계 발표는 그다음 달 초다. 조사와 발표의 시차가 최대 한 달 정도 있는 셈이다. 최근 달걀값과 관련해 논란이 있었던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이에 온라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물가 데이터를 활용하는 실시간 물가지수 시스템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전세 관련 통계도 시장의 상황을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다.”


plus point

“통계가 정치 도구로 활용되면 곤란”

류근관 통계청장은 5월 14일 “통계청은 경제·사회 현상을 시의성 있고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통계 분석을 내놓는 역할을 한다. 해당 통계를 두고 해석에 해석을 하는 행위는 전문가의 영역이지, 통계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류 청장은 이날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통계가 정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일부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류 청장은 “통계를 조사할 때 조사원이 있고, 이후 검증과 심사 등 절차를 거쳐 통계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통계를 바꾸거나 임의로 수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럴 이유도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류 청장은 2020년 12월 25일에 통계청 제18대 청장으로 취임했다. 관가 안팎에서는 현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류 청장이 내정된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통계청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조세재정정책연구원, 보건사회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 출신이 주로 맡았다. 통계청이 관리하는 국가 통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대표 계량경제학자인 류 청장이 임명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류 청장은 취임식에서 통계 서비스와 관련해 “‘소비자가 만족할 때까지’의 기준이 통계청의 새로운 기준”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류 청장은 “아이들이 샌드박스(모래밭)에서 만져 보고 무엇이든 만드는 것처럼, 검증이 안 된 통계라고 활용을 막으면 안 된다”며 “제한된 상태에서 통계를 자유롭게 분석·활용할 수 있는 통계 샌드박스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통계·계량경제학 전문가인 류 청장은 1960년생으로 서울 중동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 석사와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UCLA 경제학과 조교수, 한국응용경제학회장, 서울대 경제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류 청장은 2016년 초 서울대 입학이 학생 잠재력보다 부모 재력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내용의 ‘학생 잠재력인가? 부모 경제력인가?’라는 논문을 발표해 주목받기도 했다.

박성우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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