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사진 신세계그룹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사진 신세계그룹

선대 밑에서 오랜 기간 경영 수업을 받아온 유통가 3세 남매·자매가 경영 일선에 나서며 회사의 성장과 혁신을 이끌고 있다. 남다른 안목과 과감한 결단으로 대형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며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것은 이들의 최우선 과제다. 회사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내실 경영도 놓칠 수 없다.


M&A에 꽂힌 신세계 정용진·정유경 남매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은 유통가 오너 3세 중 가장 역동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새해 신년사를 통해 2021년을 ‘반드시 이기는 한 해’로 만들자고 역설한 정 부회장은 연초부터 SK그룹의 프로야구팀 SK와이번스를 1352억원에 인수하며 M&A 시장 포문을 열었다.

지난 4월에는 여성 패션, 액세서리 플랫폼 W컨셉을 2650억원에 인수했다. 옥션과 G마켓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에도 나섰다. 이마트는 6월 24일 3조4000억원에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인수하는 내용의 약정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신세계그룹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M&A다.

이번 인수에는 정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정 부회장은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며 인수전 필승을 주문했다. 지난해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의 거래액은 3조9000억원, 시장점유율은 2.4%에 그쳤다.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연간 거래액은 23조9000억원, 점유율은 14.8%로 늘어난다. 단번에 이커머스 2위 쿠팡(20조9000억원·13%)까지 뛰어넘게 된다. 신세계는 국내 2위 배달 플랫폼 ‘요기요’ 인수전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DH)는 5월 4일 진행한 예비입찰을 통해 신세계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베인캐피털 등을 요기요의 적격 인수 후보(숏리스트)로 선정했다.

정 부회장의 동생 정유경 총괄사장도 이에 질세라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현재 국내 보톡스 1위 업체인 휴젤을 2조원대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6월 17일 신세계는 휴젤 인수에 대해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고 했다. 공식적으로 부인하지 않음으로써 인수를 검토하고 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휴젤은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보톡스), 필러 시장 1위 업체다. 신세계가 휴젤 인수를 추진하는 건 정 사장이 10여 년 전부터 공들이고 있는 화장품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정 사장은 패션 사업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고 보고 2012년 색조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60억원에 인수했다. 비디비치는 2012년 매출 19억원에서 2019년 2000억원으로 100배 이상 성장했다. 신세계는 2018년엔 자체 스킨케어 전문 브랜드 연작을 선보인 데 이어 작년엔 최고급 스위스 뷰티 브랜드 스위스퍼펙션을 인수했다.

유통업계에선 작년 9월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정 부회장에게 이마트 지분 8.2%, 정 사장에게 신세계 지분 8.2%를 증여하면서 승계 구도를 정리한 만큼, 두 남매가 최고경영자(CEO)로서 존재감을 보여주려고 이전보다 과감하게 공격 경영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

대상 장녀 부회장 승진…종로 신사옥 시대 개막

식품업계에선 3세 자매 경영을 본격화한 대상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상은 지난 3월 임창욱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 전무를 그룹 지주사인 대상홀딩스와 대상의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하며 3세 시대 개막을 공식화했다.

1977년생인 임 부회장은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뉴욕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2012년 12월 대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직책을 맡아 식품 부문 브랜드 매니지먼트, 기획, 마케팅, 디자인 등을 총괄했다. 2014년엔 청정원 브랜드의 리뉴얼 작업을 주도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다.

2016년 전무 승진 후에는 대상 마케팅담당중역을 맡아 신제품의 시장 연착륙을 견인했다. 특히 같은 해 출시한 안주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안주야’가 시장에 안착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7년에는 국내 식품 대기업 최초로 온라인 전문 브랜드인 ‘집으로ON’을 선보이며 온라인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작년에는 조미료 미원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를 겨냥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 호응을 얻기도 했다.

임 부회장은 대상홀딩스의 지분 20.41%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대상홀딩스의 1대 주주는 임 부회장의 동생인 임상민 대상 전략담당중역 전무다. 임 전무는 대상홀딩스의 지분을 36.71% 보유 중이다. 임 전무는 올 초 출산 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했다. 그는 전략담당중역으로 신사업 발굴과 투자, 경영 목표 수립, 각종 프로젝트를 직접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생인 임상민 전무는 이화여대 사학과, 런던비즈니스스쿨 경영대학원(MBA)을 마친 뒤 2009년 대상에 입사했다. 언니보다 입사가 3년 빠르다. 2010년부터는 그룹의 핵심인 전략기획본부로 옮기며 ‘전략통’의 길을 걸었다.

3세 경영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선대 임 명예회장도 회사 지배력을 줄이고 있다. 임 명예회장은 6월 11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대상 보통주 16만5000주를 장내 매도했다. 평균 처분 단가는 2만9043원으로, 총매도 금액은 약 47억9200만원이다.

임 명예회장이 매도한 물량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대상 지분의 40%가량이다. 이번 매도로 임 명예회장이 보유한 대상 보통주는 40만9670주에서 24만4670주로 줄었다. 지분율은 1.18%에서 0.71%로 감소했다.

임 명예회장이 장내에서 대상 보통주를 매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두 딸로의 3세 경영 승계 작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줄이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상그룹은 현재 임세령·임상민 두 자매를 축으로 내부 정비 작업에 한창이다. 지난해 7월엔 STS개발 주식회사에 신설동 본사와 별관, 상봉동 사옥을 1450억원에 매각했다. 1973년 준공된 신설동 사옥은 대상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임대홍 회장과 2대 임창욱 명예회장이 애착을 가졌던 장소로 유명하다.

올해 창립 65주년을 맞은 대상은 올 하반기 신사옥 입주 후 내부 결속력과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입주할 사옥은 종로구 인의동 ‘종로플레이스 타워’로 정해졌다. 대상 관계자는 “흩어진 부서를 한데 모아 사내 결속과 업무 효율성을 함께 도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윤희훈·이현승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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