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주 쿠캣 대표 고려대 심리학과, ‘모두의 지도’ 창업자
이문주 쿠캣 대표
고려대 심리학과, ‘모두의 지도’ 창업자

전 세계 이용자 3400만 명을 바탕으로 푸드 트렌드를 선도하는 국내 스타트업이 있다. 다양한 푸드 콘텐츠를 제작하고, 온·오프라인에서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간편식(HMR)을 판매하는 쿠캣이 주인공이다.

이문주 쿠캣 대표는 대학생 때 사업을 시작한 청년 창업가다. 2013년 고려대 심리학과 4학년이었던 그는 ‘캠퍼스 CEO’ 수업을 듣다 과제로 맞춤형 장소 검색 서비스인 ‘모두의 지도’를 내놨다. 교우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대학 졸업할 때쯤 대기업에 서류 합격했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창업해보겠냐’는 생각에 2014년 회사를 세우고 창업의 길에 뛰어들었다.

패기는 좋았지만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투자 의향을 밝혔던 대기업에서 투자를 미루다 취소한 탓이었다. 정부지원금과 창업 자금, 부모님께 빌린 돈을 모두 잃었다. 엔젤투자자인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났다. 전화위복은 전화성 대표가 추천한 스타트업 그리드잇 윤치훈 대표와 만남이었다. 2015년 당시 그리드잇은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부터 유행 레시피, 맛집, 이색 음식까지 다양한 음식 관련 콘텐츠를 올리는 플랫폼인 ‘오늘 뭐 먹지?’를 운영 중이었다. 두 사람은 사업을 키우기 위해 합병하고 이 플랫폼을 키우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오늘 뭐 먹지?’ 구독자가 늘자 대기업에서 식품 먹방, 콘텐츠 제작을 의뢰했다. 쿠캣은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등에서 운영하는 채널을 70여 개로 확대하고, 온·오프라인 식품 판매와 해외 진출 등으로 몸집을 키웠다. 매출도 2015년 2억7000만원에서 2019년 185억원, 지난해 390억원으로 급증했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490억원에 달한다. 올해 6월 이뤄진 투자에는 CJ(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와 신세계(시그나이트파트너스) 같은 유통 대기업 계열 벤처캐피털이 참여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 김흥국 하림 회장이 쿠캣의 성공 비결이 궁금해 잇따라 이문주 쿠캣 대표를 찾기도 했다. ‘이코노미조선’이 이 대표와 7월 13일 만나 비결을 들어봤다.


매콤크림 닭갈비. 사진 쿠캣마켓
매콤크림 닭갈비. 사진 쿠캣마켓

2015년 푸드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 때 시장 포화 우려는 없었나
“합병 당시에는 푸드 콘텐츠가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다. 페이스북에서 사진, 글보다 영상이 갓 인기를 끌기 시작한 때여서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후에 먹방 크리에이터가 음식을 먹는 영상 콘텐츠인 먹방이 인기를 끌면서 ‘오늘 뭐 먹지?’도 더욱 주목받았다. 우리 콘텐츠는 음식을 다루면서도 먹방과는 결이 달랐다. 정보성 콘텐츠에 가까워 타격이 없었다.”

자체 브랜드(PB) 상품 판매 계기는
“‘오늘 뭐 먹지?’는 SNS(소셜미디어) 채널 구독자를 대상으로 광고와 브랜디드 콘텐츠(브랜드 이미지나 메시지를 녹인 콘텐츠) 등을 제작해 배포하는 플랫폼이었다. 운영하다 보니 한계가 보였다. 영미권에서 비슷한 사업을 하던 ‘버즈피드’ ‘테이스트 메이드’ 등은 광고로 비즈니스를 넓혔으나, 우리나라는 광고 단가가 낮고 시장이 크지 않다. 그래서 고민한 게 음식과 상품 판매였다. 영상에 음식을 판매해달라, 사용하는 도구를 알려달라는 댓글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먹상점’이라는 플랫폼을 만들고 판매했는데, 생각보다 잘되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포털사이트에서 최저가를 검색하고 최저가 판매처에서 구매하기 때문이었다. 이제 막 생긴 온라인 쇼핑몰이기 때문에 업체들이 우리에게 최저가로 납품하지 않았다. 이에 덜 유명한 상품을 판매하거나, 해외 제품을 사와서 유통하는 방법을 찾았다. 그런데 유명하지 않은 제품을 가져와서 팔면 반응이 안 좋았고, 해외 유명 상품은 곧바로 타 유통 업체에서 ‘회원가입 하면 100원에 주겠다’고 마케팅해버렸다. 우리 쇼핑몰에 들어와서 상품을 사게 하려면 ‘신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PB 상품을 만들자’고 생각해 2019년 4월, 시작했다.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전부 다 쿠캣에서 하고, 제조만 국내 공장에 맡긴다.”

PB 상품 만들 때 차별화 포인트는
“1~2인 가구와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처럼 우리가 타깃하고 있는 고객층이 좋아할 만한 음식인지를 고민했다. 이들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고자 한다. 또 새로운 경험을 추구한다. 트렌드에서 숨은 기회를 찾았다. 푸드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여성분들이 연어장, 새우장 등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 또 겨울철만 되면 대방어가 인기를 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아무도 ‘대방어장’을 만들지 않는 거다. 통영산 수산물로 식품을 제조하는 기업을 통해 만들어 유통하니 반응이 좋았다. 제주도 인기 상품인 딱새우로 ‘딱새우장’을 만들어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볶음밥 먹으려고 감자탕 먹는다’는 댓글을 보고 ‘감자탕 볶음밥’을 내놓았다. 독특한 제품을 내놓고 소비자들이 재미있게 먹을 수 있게 하는 게 비결이다. 쿠캣 모토가 ‘콘텐츠를 통해 트렌드를 이끌고, 트렌드를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티라미수가 들어간 찹쌀떡. 사진 쿠캣마켓
티라미수가 들어간 찹쌀떡. 사진 쿠캣마켓

대기업들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대기업은 소품종 대량생산을 하기 때문에, 독특한 기획을 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 덕분에 트렌드에 따라 적극적으로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유저들이 좋아할 것 같다 싶으면, 진행하자는 게 내부 문화다. 연구개발(R&D)팀과 조리기능장, 셰프, MD,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이 제조사와 함께 상품을 만든다. 또 MZ 세대 이해도가 높고, 이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많이 낸다는 장점이 있다. 미디어 채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 효율도 높은 편이다.”

왜 해외로까지 눈을 돌렸나
“‘오늘 뭐 먹지?’를 운영하다 보니, 한국에서 유행하는 음식 콘텐츠를 올렸는데, 해외 반응이 좋은 경우가 많았다. 한번은 우리나라 중학생들이 식빵으로 치즈스틱을 만드는 법을 제보했는데 1억 명이 넘는 사람이 봤다. 대부분이 중남미나 미국 사람이었다. 음식에 국경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전 세계로 사업 영역을 넓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시 해외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이미지나 동영상)을 보면 한국 음식은 맛도 없고, 건강에도 안 좋다는 인식이 있었다. 우리나라 음식이 이렇게 다양하고 맛있는데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워 글로벌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먼저 아시아 전역에 알리기로 했다. 쿠캣 글로벌 채널은 영어로 시작했고, 광둥어, 태국어, 베트남어 제작 콘텐츠를 늘렸다. 지난해부터는 홍콩에서 감자탕, 순댓국밥 등을 HMR로 판매 중이다. 외국 사람들이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기대보다 훨씬 잘 팔리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전 세계에 K푸드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 K푸드 기업으로 선두에 서는 것도 목표다. 외국 소비자가 한식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선택지가 되고 싶다. 제조사들의 해외 시장 파트너로서 일하고, 한국 식품 산업에 일조하고 싶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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