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욱 캡스톤파트너스 이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학사, 전 TS인베스트먼트 투자 심사역 / 사진 캡스톤파트너스
오종욱 캡스톤파트너스 이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학사, 전 TS인베스트먼트 투자 심사역 / 사진 캡스톤파트너스

8월 18일, 중고품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1800억원을 투자받았다고 밝혔다. 기관이 평가한 당근마켓의 기업 가치는 3조원으로, 5년 전 초기 투자를 유치했을 당시 몸값(80억원)에서 370배 이상 올랐다.

캡스톤파트너스는 2016년 12월 당근마켓에 최초로 투자한 3개의 벤처캐피털(VC) 중 한 곳이다. 5억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55억원을 투자했다. 캡스톤파트너스는 당근마켓 투자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리게 됐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캡스톤파트너스가 보유한 당근마켓의 지분 가치를 약 2000억원으로 추산한다. 캡스톤파트너스에서 일찍이 당근마켓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보고 투자를 결정한 심사역은 당시 스물아홉 살에 불과했던 오종욱 이사다. 오 이사는 당근마켓 외에도 신선식품 유통 스타트업 정육각, 온라인 영어 교육 콘텐츠 ‘리얼클래스’를 서비스하는 퀄슨에 초기 투자했다.

얼마 전 서울 역삼동 캡스톤파트너스 사무실에서 오 이사를 만나 VC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투자관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캡스톤파트너스는 2016년 12월 당근마켓에 최초로 투자한 3개의 벤처캐피털(VC) 중 한 곳이다. 사진은 서울 논현동에 있는 당근마켓 본사 내부. 사진 당근마켓
캡스톤파트너스는 2016년 12월 당근마켓에 최초로 투자한 3개의 벤처캐피털(VC) 중 한 곳이다. 사진은 서울 논현동에 있는 당근마켓 본사 내부. 사진 당근마켓

VC 업계에 입문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
“전자공학을 전공해(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06학번) 군 복무를 병역 특례로 대체했는데, 이때 기웅정보통신에 근무하며 세무 자동화 서비스 택스메이트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세무사들이 손으로 일일이 정보를 기재하고 정리해야 했다. 그게 너무 불편해 보여 직접 해결해 보고자 했다.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서울 구로·가산의 아파트형 공장을 돌아다니며 직접 전단지를 돌려 광고와 영업을 했다. 스타트업 창업자와 비슷한 일을 한 셈이다. 이후 창업을 고민하며 학교에서 스쿠터 공유 서비스를 만들어 잠깐 운영하기도 했다.”

2013년 TS인베스트먼트에 취직했는데, 왜 옮겼나
“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에 대한 투자도 회사에 건의해 봤고,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도 진지하게 투자 검토를 했다. 빗썸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만 상장됐던 시기였다. 그러나 TS인베스트먼트는 주로 규모가 큰 중·후기 투자를 하는 회사였고 나는 초기 투자에 목마른 상태였기에, 자연스럽게 2016년 (초기 투자 전문 회사인) 캡스톤파트너스로 이직하게 됐다.”

캡스톤파트너스에서는 초기 투자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나
“이직 첫해에만 13개 회사에 투자했다. 팀(창업 멤버들)만 좋으면 좀 공격적으로 투자하자고 마음먹은 상태였다. 그해에 투자한 회사 중 현재 가장 성장한 곳이 정육각과 당근마켓이다.”

정육각은 당시 어떤 회사였나
“2016년 여름 투자를 심사하기 위해 정육각에 찾아갔을 당시, 창업자 두 명이 폐업한 횟집을 빌려 회사를 경영하고 있었다. 지금은 공장이 전부 자동화돼 있지만 그때는 직접 고기를 받아다 썰어서 유통하던 초기 단계였다. 고기의 유통 기간을 혁신적으로 줄여보겠다는 일념으로 선풍기만 틀어 놓고 일하는 창업자들을 보며, 그들의 열정에 매료돼 4억원을 투자했다(당시 기업 가치는 30억원이었으며, 현재는 2000억원이 넘는다).”

직원이 두 명뿐이던 기업에서 어떤 가능성을 봤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뚜렷하고 능력 있는 훌륭한 창업가들이 있었다. 김재연 정육각 대표는 한국과학영재학교와 카이스트를 졸업한, 고기를 좋아하는 똑똑한 창업가다. 지방에 살다 서울에 올라와 고기를 먹었는데, 맛이 없다더라. 왜 맛이 없을까 고민하다 보니, 고기의 유통 기간이 너무 길어서 그렇다는 답을 얻었고 직접 (유통) 기간을 줄여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창업한 것이었다.”

당근마켓에는 어떻게 투자하게 됐는지
“2016년 창업자들이 먼저 회사에 찾아왔다. 아직 판교 등 경기 일부 지역과 서울 강남 지역에서만 서비스하던 단계였고, 전국구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며 투자받으러 왔다. 직원이 10명 정도 있던 시기였다.”

중고나라라는 회사가 이미 있는 상황에서 당근마켓에서 어떤 성장 가능성을 본 것인가
“이용자들의 플랫폼 방문 횟수와 체류 시간이 눈에 띄었다. 중고나라는 특정 제품을 사야겠다는 뚜렷한 목적으로 접속하는 서비스였지만, 당근마켓은 이용자들이 인터넷 쇼핑을 하듯 자주 접속해 둘러보는 서비스였다. 당시 통계를 보니 한 번 당근마켓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면 30일 중 24일을 접속한 이용자도 많았고, 매회 20분씩 체류하며 주변에서 어떤 상품이 팔리고 있는지 살펴보는 경우가 잦았다.”

당근마켓 성장에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줬나
“내가 투자한 다른 회사들과 묶어서 함께 광고하는 식으로 마케팅을 도와준 적이 있다. 당근마켓과 정육각 그리고 셰프(요리사)의 요리를 간편식 형태로 배달해주는 플레이팅을 묶어 패키지 광고를 해 봤다. 고객층이 주로 서울 강남 지역의 가정주부라는 점을 고려해 공동 마케팅을 한 것이다.”

초기 투자 회사가 크게 성장한 것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
“뿌듯하면서도 투자에 대한 가치관을 좀 더 명확하게 다듬게 된다. 정육각의 성장을 보면서는 ‘사람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역시 맞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재까지 내가 투자한 회사가 총 40여 개인데, 창업자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훌륭한 창업가란 어떤 사람일까
“기본적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선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편한 것을 편하게, 좋은 방향으로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명확하고 거기에 인생을 쏟을 정도로 열정적인 사람이 훌륭한 창업자가 되는 것 같다. 동시에 자신의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사람들은 사업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시장이 변하거나 자신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면 방향을 빨리 바꿀 줄도 안다.”

다른 투자자들과 비교해 오 이사가 가진 강점은 무엇일까
“창업가들을 신뢰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는 본질적으로 창업가와 사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늘 의심할 수밖에 없는데, 의심을 너무 많이 하다 보면 사업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투자자가 사업에 개입해 방향성을 만들려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요즘 주로 하는 고민이 무엇인가
“나는 스타트업들이 많이 등장해 생태계가 만들어지던 좋은 시기에 VC 업계에 입문했다. 시장이 좋아졌고 큰 물결에 잘 올라탔기 때문에 좋은 회사들에 투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좋은 투자를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계속 고민 중이다. 창업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더 체계화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노자운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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