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호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상무 카이스트 IT경영학, 전 포스코인터내셔널·솔본인베스트먼트·대교인베스트먼트 근무 / 사진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신윤호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상무
카이스트 IT경영학, 전 포스코인터내셔널·솔본인베스트먼트·대교인베스트먼트 근무 / 사진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지난 2018년 2월,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이 신생 벤처캐피털(VC) 한 곳에 쏠렸다. 설립과 동시에 업계 신성(新星)으로 떠오른 이 VC는 베이스인베스트먼트였다. 신현성 티몬 창업자와 강준열 전 카카오 최고서비스책임자(CSO)가 합심해 설립한 회사로 초기부터 유명세를 얻었다.

초창기에는 신현성·강준열 파트너에게 관심이 집중됐지만, 베이스인베스트먼트에는 많은 심사역이 ‘선수’로 인정하는 창업 멤버 한 명이 더 있다. 대교인베스트먼트에서 이직해 3년간 베이스인베스트먼트의 화려한 투자 이력에 기여해온 신윤호 상무다.

신 상무는 ‘최초’란 수식어를 많이 가진 것으로 업계에서 잘 알려졌다. 의류 도소매 플랫폼 ‘신상마켓’, 40~50대 여성을 위한 의류 쇼핑몰 ‘퀸잇’, 전국 수산 시장의 시세를 알려주는 ‘인어교주해적단’, 암호화폐 자동 매매를 지원하는 ‘헤이비트’, 웹툰 등 콘텐츠를 직접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 ‘포스타입’, 인공지능(AI) 기반 반도체 설계 솔루션 ‘알세미’ 등에 최초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모두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회사다.

얼마 전, 서울 삼성동에 있는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사무실에서 신윤호 상무를 만나 투자 비화와 가치관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VC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2009년부터 6년 9개월 동안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에서 근무했다. 러시아에 건전지도 팔아보고, 인도네시아 경찰청에 경찰차도 팔아봤다. 소프트뱅크나 NTT도코모 같은 회사에는 중계기도 팔았다. 그러다 대학교 동기들이 창업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며 회사를 창업해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들에게 동경을 갖게 됐다. 모바일 소셜커머스 업체 로티플을 창업해 카카오에 매각한 멤버들과 대학 동기다.”

VC로 전직은 생각만큼 잘 이뤄졌는지
“2014년부터 여러 곳에 지원했지만 20개 회사에서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떨어질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때는 규모가 큰 VC가 많지 않아 대부분 회사에서 즉시 현장에 투입해 투자 심사를 맡길 수 있는 인력을 필요로 했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그 VC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는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2015년 9월 솔본인베스트먼트에 합격했고, 그곳에서 VC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솔본인베스트먼트에 입사한 후 투자 활동은 어땠나
“솔본인베스트먼트에서 1년 3개월간 근무하는 동안 투자를 한 건도 못 했다. 내 능력이 부족했거나 VC업에 대한 고민이 깊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다. 결국 2016년 12월 대교인베스트먼트로 이직한 후 2017년 5월에 첫 투자를 했다.”

연봉이 높은 직장을 포기한 만큼 후회도 했을 것 같다
“고민이 많은 시기였지만 내 선택에 대한 막연한 자신감은 있었다. 내가 투자를 못 하고 있는 것이 부끄러웠을 뿐이지, VC업 자체는 내가 잘하기만 한다면 정말 좋은 일이라는 믿음이 점점 강해졌다. 창업가는 대부분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가끔은 맹신하기도 하며, 전적으로 투신하는 사람이다. 그들이 하는 일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사회적으로 굉장히 유의미한 일이다. ‘월급쟁이’라면 일을 통해 돈 외에도 다른 가치를 얻을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월급은 1000만원을 받으면 2000만원이 받고 싶어지고, 2000만원을 받게 되면 3000만원이 받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월급만으로는 영원히 해소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첫 투자를 하기까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서울대 출신 석·박사들이 창업하면 잘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서울대 연구실 홈페이지들을 찾아다니며, 재미있는 연구를 하는 학생들에게 무작정 이메일을 보냈다. 답장을 보내와 실제로 만나본 사람도 있다. 그중 한 명은 현재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이름이 많이 알려진 창업가가 됐다.”

2017년 5월에 처음 투자한 회사는 어디였나
“동대문시장 도매업자들과 패션 분야 소매업자들을 연결해주는 신상마켓(법인명 딜리셔스)에 10억원을 투자했다. 소매업자가 사입(仕入)을 하기 위해 한밤중에 시장을 직접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도록,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거래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서비스였다. 사업성과 성장성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사흘 밤 내내 동대문시장을 돌아다녔다. 3일간 200개 도매상에 신상마켓을 쓰는지, 쓴다면 왜 쓰는지 물었다. 그 결과 동대문 도매상의 40~50%가 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신상마켓은 현재 어느 정도로 성장했는지
“국내 2만여 개 도매상 중 1만6000~1만7000개 도매상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소매상은 20만 개 중 16만~17만 개가 쓰고 있다. 투자 당시와 비교해 기업 가치는 15~17배가량 성장했는데, 현재 그보다 훨씬 높은 밸류에이션에 후속 투자를 유치 중이다.”

초기 투자가 중·후기 투자보다 더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투자 전에 세웠던 가정이 틀릴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퀸잇을 서비스하는 라포랩스에 투자하기 전 겪은 일이 단적인 사례다.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피할 수 없는 추세라고 생각해 시니어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던 중, 지난해 초 하이퍼커넥트(올해 초 미국 소셜 데이팅 서비스 ‘틴더’를 운영하는 매치그룹에 2조원에 인수됐다)와 토스 직원들이 시니어들을 위한 사업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내 나름대로 시니어 시장에 대해 많이 공부해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두 창업가가 40~60대를 대상으로 한 커뮤니티 서비스를 출시할 때쯤 소액을 초기 투자했다. 그런데 이 서비스가 생각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예상과 달리 서비스가 잘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아무리 좋은 창업자라도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당시 나는 시니어 시장의 성장성을 믿으면서 모든 사람은 외롭고 만남의 욕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 투자를 결정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났다. 라포랩스는 결국 같은 해 11월 ‘4050 패션 쇼핑몰’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찾는 데 성공했다. 그 사업 모델(퀸잇)을 보자마자 필요한 만큼 투자해주겠다고 약속하고 4억원의 초기 투자를 집행했다. 당시 기업 가치가 98억원이었다(IB 업계에 따르면, 라포랩스의 현재 기업 가치는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중요한가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는 크게 둘로 나뉜다. 먼저 0에서 1을 만드는 단계가 있고, 그 이후에는 1에서 10을 만드는 단계가 있다. 0에서 1을 만드는 단계에서는 많이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즉, 주사위를 많이 던져봐야 한다. 그러나 무조건 많이 던지는 게 좋은 것은 아니다. 한 번을 던지더라도 효과적으로 잘 던져야 한다. 이 시도를 타당하게 논리적으로 잘하는 회사는 성장 가능성이 어느 정도 크다. 0에서 1을 만들고 나면 신경 써야 할 문제가 더 많아진다. 회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면, 많은 창업가가 그것을 다 소화해내기 어려워한다. 퀸잇의 두 창업가(최희민·홍주영 대표)는 이미 토스와 하이퍼커넥트에서 일하며 사업 확장 단계의 압력과 추진력을 체득하고 배운 경험이 있었기에, 서비스의 급성장을 효과적으로 소화해냈다.”

어떤 창업가들이 성공한다고 생각하나
“나는 꿈의 크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창업가 중에서는 ‘나는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라든지 ‘내 회사는 이 정도만 성장해도 충분히 만족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 경우, 회사가 막상 기대 이상으로 급성장하면 성장세를 전부 소화하지 못하고 버거워한다. 반대로 꿈이 크다면 빠른 성장을 모두 소화하고 커나갈 수 있다.”

노자운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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