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석수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서울대 의대 비뇨기과학 박사, 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 위원, 현 프로카젠 대표이사 /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변석수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서울대 의대 비뇨기과학 박사, 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 위원, 현 프로카젠 대표이사 /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선진국병으로 알려진 ‘전립선암’은 전 세계 남성 암 중에서는 유병률 1위, 사망률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인에게서는 발병 비율이 낮았던 전립선암이 어느새 남성 암 4위에 올라섰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전립선암은 국내 암 발생률 7위(5.5%), 남성 암 발생률 4위(10.5%)에 올랐다. 전립선암 환자는 국내에서 2000년 1304명에 불과했지만 2017년에는 1만2797명으로 9년 새 약 9.8배 증가했다.

방광 아랫부분 요도를 감싸고 있는 전립선은 정액을 생산하고 요도로 배출시키는 남성 생식기관이다. 이 전립선을 중심으로 시작되는 악성 종양이 전립선암이다. 중년 남성을 위협하는 전립선암의 위험인자로는 동물성 지방 섭취 등 서구화한 식습관, 흡연, 비만이 꼽힌다.

하지만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유전력’이다. 전립선암은 여성의 유방암과 비슷하게 유전되는 경향이 강한 암이다. 이러한 전립선암뿐 아니라 노년기에 많이 발생하는 비뇨기계 암 분야에서 손꼽는 권위자가 있다. 변석수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9월 8일 경기 성남시에 있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조선비즈’와 만난 변 교수는 “전립선암은 유전적 소인이 강한 영향을 준다”면서 “모든 암이 그렇듯이 전립선암도 조기에 진단해 발견하면 대부분 완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 교수는 2003년 분당서울대병원 개원에 맞춰 비뇨의학과 교수로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암의 조기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변 교수는 “전립선암, 신장암, 방광암 등 비뇨기계 암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종양이 늦게 발견돼 투병 끝에 사망한 환자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며 “암을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강조했다.

전립선암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령, 인종, 가족력이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이고 환경적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에 의하면 약 9~13%의 전립선암이 가족력을 가진 유전적 성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지난 2019년 변 교수팀과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김명 교수팀이 한국인 환자들의 유전성 전립선암 유병률에 대한 국내 최초의 대규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를 통해 가족성 전립선암 유병률은 8.4%(93명), 그중 직계 가족성 전립선암 유병률은 6.7%(74명)로 확인됐다.

변 교수는 “한국인도 가족성 전립선암 유병률이 서구인의 가족성 전립선암 유병률인 9~13%와 비슷하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변 교수는 “전립선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보통 권장되는 50세보다 이른 45세부터 보다 적극적인 전립선암 선별검사를 통한 조기 검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50세 이상의 남성은 1년에 한 번 정도 검진할 때 혈액을 통한 전립선 특이항원(PSA)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그는 한국인에게 특화된 전립선 발병 위험 유전자 검사 상용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의사이자, 사업가이기도 하다. 10년 이상 전립선암의 인종적 차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끝에, 전립선암 예측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벤처기업 ‘프로카젠’을 창업했다. 유방암 발병 위험 유전자로 알려진 BRACA 유전자는 전립선암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던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유방 절제 수술을 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립선암 환자 중 BRACA 유전자 변이 영향을 받는 환자는 약 10% 정도다.

변 교수는 “여성에게 유방암과 난소암을 유발하는 BRACA2 유전자 돌연변이가 남성에게는 전립선암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며 “가족력이 있는 이들에게 유전자를 토대로 사전에 위험도를 알려 질병 악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석수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로봇으로 암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변석수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로봇으로 암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로봇수술 통해 절개 범위 최소화

변 교수는 전립선암·신장암 부문 로봇수술의 대가이기도 하다. 지난 20여 년간 2999회 이상의 로봇수술을 시행했다. 그는 모든 암 수술을 로봇을 통해 진행한다.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수술용 로봇 ‘다빈치’ 제조사인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변 교수의 영상을 전 세계 의사들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다. 변 교수가 고안한 ‘아시아인 체형에 맞춘 부분 신장 절제술’ 영상은 다른 아시아 의료진을 교육할 때 사용된다.

현재 국내에서 전립선암 수술의 절반 이상이 로봇수술로 진행된다. 초기 전립선암 수술은 근치적 전립선 절제술로 전립선과 정낭을 모두 제거하고 방광과 요도를 이어주는 식이다. 로봇수술은 관절이 있는 로봇팔을 사용해, 각도 조절이 쉽다.

변 교수는 “로봇수술은 절개 범위를 최소화해 출혈이 적고 흉터가 작아 환자의 수술 만족도가 높다”며 “무엇보다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인 발기부전 회복률이 개복수술보다 양호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비뇨기계 종양 분야 부분 절제 수술에서 로봇이 더욱 보편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립선암도 4기 이상으로 진행될 경우 항암치료가 필요하다. 전립선 안에만 종양이 있으면 수술이 가능하지만, 다른 곳으로 전이되면 수술이 어려울 수 있다. 암이 중기 이상이나 말기인 경우 보통 호르몬 치료를 진행하고 그다음 항암치료를 하게 된다. 최근에는 좋은 치료제들이 개발돼 환자들에게도 희망이 생기고 있다.

그는 전립선암 수술뿐 아니라 전립선암 임상 연구에서도 국내에서 손꼽는 의사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 얀센, 머크(MSD), 아스텔라스 등 약 10건 이상의 전립선암 분야 신약 개발 임상 3상에 참여하고 있다. 변 교수는 “요즘에는 좋은 신약들이 나와서 4기 암 환자들도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암이 늦게 발견돼 전이됐다고 하더라도 낙담하지 말고 항암치료에 임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지금은 4위권에 머무는 전립선암 발병 비율이 앞으로 미국(남성 암 발병 1위)처럼 10년 내 1, 2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변 교수의 예상이다. 그는 “규칙적인 운동, 조기 검진, 건강한 식습관, 비흡연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고 힘줘 말했다.

장윤서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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