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에이벤처스 부사장 겸 공동창업자 연세대 경영학, 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 담당, 전 대성창업투자 팀장, 전 DS자산운용 수석운용역 / 사진 에이벤처스
김태규 에이벤처스 부사장 겸 공동창업자
연세대 경영학, 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 담당, 전 대성창업투자 팀장, 전 DS자산운용 수석운용역 / 사진 에이벤처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쓸자 비대면 플랫폼 업체들이 전례 없는 대호황을 누리게 됐다. 온라인 플랫폼의 수요는 특히 ‘의(衣)·식(食)·주(住)’에 집중됐다.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의식주 플랫폼들은 단숨에 몸값 수조원의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국내 1위 신선식품 배송 업체 마켓컬리 역시 코로나19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유니콘 중 하나다. 지난해 3월 상장한 쿠팡에 이어 미국 뉴욕 증시 입성을 추진하며 화제가 됐고,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기업 가치가 최대 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마켓컬리의 성장 이면에는 창업 초기부터 과감하게 투자해준 벤처캐피털(VC)들의 숨은 공이 있다. 김태규 에이벤처스 부사장은 컬리(마켓컬리의 운영사)가 설립된 지 3개월 만에 40억원을 투자한 벤처캐피털리스트다. 회사가 힘든 시간을 겪는 동안 옆에서 묵묵히 함께하며 동고동락했다.

김 부사장은 그 외에도 크라우드펀딩 업체 와디즈와 메타버스 전문 업체 맥스트에 초기 투자해 각각 (지분 희석을 고려하지 않고) 80배, 100배의 수익을 냈다. 그보다 앞서 2013년에는 카카오에 투자한 것으로도 업계에서 잘 알려진 투자자다. 다음은 일문일답.


8월 13일 오후, 서울 역삼동 컬리 본사에서 김슬아(오른쪽 첫 번째)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판매할 제품을 시식해보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8월 13일 오후, 서울 역삼동 컬리 본사에서 김슬아(오른쪽 첫 번째)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판매할 제품을 시식해보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VC에 입문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서 IT 섹터의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경영학 전공자로서 두루두루 가장 폭넓은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바이사이드(buy-side·자금을 투자하고 운용하는 업계)에서 주도적인 투자 업무를 해보고 싶어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이직했다. 주니어 운용역인 덕에 신규 상장사를 전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스몰캡과 비상장사들을 살펴보니 주식의 유통시장 못지않게 발행 시장도 굉장히 재미있었다.”

2012년 대성창업투자에 입사한 후 가장 먼저 어떤 회사에 투자했나.
“첫 투자 기업은 카카오였다. 2013년에 구주를 7억5000만원어치 인수했고, 이후 카카오와 다음이 합병한 후 지분을 매각해 5배 수익을 냈다. 당시 카카오는 메신저에 어떤 사업들을 결합해 확장할지 고민하던 시기였다. 카카오톡의 사용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거의 이탈하지 않는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지금과 같이 사업을 다방면으로 확장할 것이라는 예상을 한 건 아니지만, 트래픽이 올라가고 메신저 이용자가 많아지면 카카오톡에 게임 같은 다른 서비스들을 붙여나갈 수 있다는 생각은 막연히 했다.”

컬리에는 언제 투자했나.
“2014년 말 DS자산운용으로 이직한 후 이듬해 2월에 40억원을 투자했다. 컬리가 설립된 지 약 3개월 만이었다. 인수합병(M&A)에 자금이 필요해 몇 개월 후 15억원을 더 투자했고, 이후 2016년 펀드를 통해 35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설립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회사에 투자한 이유가 무엇인지.
“김슬아 컬리 대표에게 정말 샤프하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당시 김 대표는 ‘다듬어진’ 기업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식료품 쇼핑을 온라인으로 바꾼다면 미래가 밝아질 것’이라고 열정적으로 주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신선식품 쇼핑 플랫폼이라는 섹터가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않았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당시 패션이나 뷰티 산업은 온라인 침투율이 아무리 낮아도 10%를 넘었다. 반면 신선식품 배달업은 온라인 침투율이 5%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향후 온라인 신선식품 판매 시장이 커진다면, 시장을 선점하는 회사가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결국 DS자산운용은 컬리 투자를 통해 약 60배의 수익을 냈다.”

컬리가 지금처럼 큰 회사로 성장하기까지 어려운 일도 있었을 것 같다.
“물류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사업이다 보니 초기에는 적자 규모가 클 수밖에 없었다. 지배구조 문제 때문에 약 1년 반 동안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김 대표와 같이 거의 매일 머리를 맞대고 사업의 방향성에 대해 의논했다. 회사가 아무리 어려워도 배송 기사들에게 지급할 인건비는 반드시 필요했기에 장 회장님(장덕수 DS자산운용 회장)에게 급전 대출을 간곡히 부탁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1년 반이 지나 트랜스링크캐피탈 등이 지분 투자를 하며 숨통이 트였다.”

컬리 투자를 통해 60배 수익이 났는데, 성과급도 많이 받았나.
“내가 인센티브 복이 없는 것 같다. 컬리 투자금을 엑시트(회수)하기 전에 DS자산운용을 나와 에이벤처스를 창업하는 바람에 성과급은 받지 못했다. 대성창업투자에서 카카오에 투자한 성과급도 못 받고 나왔다. 성과급을 포기한 데 대해 후회가 안 된다면 솔직히 거짓말이다. 그래도 지금 하는 일에서 큰 즐거움을 얻고 있으니 현재를 생각하며 계속 투자하고 있다. 투자한 회사가 잘돼서 많은 성과급을 받는 것도 전부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에이벤처스를 창업한 이유는.
“DS자산운용에 남아 있었으면 수백억원 단위의 큰 투자를 계속할 수 있었겠지만, 운용 자산이 워낙 커지다 보니 규모가 큰 후기 투자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나는 그보다는 앞 단계에 투자하는 것이 더 잘 맞는 사람이다. 게다가 스타트업 붐이 곧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 시기였기 때문에, 미리 초기 투자를 많이 해놓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같은 회사에 있던 조창래 대표와 의기투합해 2018년 에이벤처스를 창업했다.”

좋은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나는 훌륭한 창업가도 중요하지만 좋은 산업의 중요성도 크다고 생각한다. 창업가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산업이 유망하지 않으면 의미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유망한 산업에 투자하기 위해 3년 후의 미래를 보고자 늘 노력하고 있다. 3년 뒤에 유망해질 산업에 투자한다면, 시기적으로 결코 늦지 않다.”

요즘은 어떤 산업에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지.
“2019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지구인컴퍼니라는 회사에 투자했다. 곡물을 이용해서 식물성 고기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중요성이 커지며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고기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대체육 시장도 필연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성공하는 창업가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성공한 창업가들은 대체로 고집이 매우 강한 것 같다. 독선적인 고집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강하며 중간마다 힘든 일을 겪더라도 내려놓지 않고 서비스를 하나라도 더 개선하는 데 매달린다는 것이다. 김슬아 대표는 아직도 매주 상품위원회를 직접 열고 판매할 제품을 전부 먹어 본다. 회사가 그 정도 성장했는데도 여전히 자신이 직접 주도한다. 그런 것이 모두 고집스러운 프로페셔널리즘이다.”

노자운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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