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빈 파운트 창업자 겸 CEO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시니어컨설턴트 / 사진 파운트
김영빈 파운트 창업자 겸 CEO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시니어컨설턴트 / 사진 파운트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와 구독경제는 이제 글로벌 대세가 됐다. 이 흐름은 전 세계 자금이 몰려드는 미국 뉴욕증시에도 나타났다. 지난 6월 글로벌 메타버스 기업을 담은 세계 최초 메타버스 테마 상장지수펀드(ETF)인 ‘라운드힐 볼 메타버스 ETF(META)’가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3개월 후인 10월 28일(이하 현지시각)에는 ‘파운트 메타버스 ETF(MTVR)’가 두 번째로 상장했다. 뉴욕증시의 첫 구독경제 테마 ETF인 ‘파운트 서브스크립션 이코노미 ETF(SUBS)’도 같은 날 함께 상장했다.

뉴욕증시에 두 번째 메타버스 ETF와 첫 번째 구독경제 ETF를 상장한 ‘파운트’는 놀랍게도 국내 토종 인공지능(AI)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다. 미국에 현지 법인도 없는 파운트는 직접 지수를 개발하고 ETF 상품을 기획해 미국 시장에 ‘직상장’했다. 일찍이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해외 ETF 운용사를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또 국내 AI 업체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도 미국에 ETF 네 개를 상장해 운용하지만 국내 투자 라이선스를 받지 않은 정보기술(IT) 기업이다.

2015년 설립된 7년 차 소규모 AI 핀테크 업체가 ‘일’을 낸 셈이다. 그것도 최신 트렌드를 한껏 반영한 상품을 든 채로. 심지어 이 두 ETF는 파운트가 처음으로 낸 ETF 상품이다. 파운트는 2017년 투자자문업 라이선스를 등록하고 2018년 투자일임업 라이선스까지 확보했다. 하나금융투자·KDB산업은행 등 굵직한 기관들은 이런 파운트의 잠재력을 미리 알아보고 지난 10월 4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단행했다. ‘이코노미조선’이 11월 1일 서울 봉래동 파운트 본사에서 김영빈(38)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에 출시한 두 ETF 편입 종목을 알려달라.
“10월 28일 기준으로 메타버스 ETF인 MTVR은 애플(10%)·메타(페이스북· 5.84%)·알파벳(4.15%)·월트디즈니(2.52%)·스냅(2.02%) 등을 편입하고 있다. 이 밖에 미국 게임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 로블록스, 증강현실(AR) 아바타 앱 서비스 제페토를 제공하는 네이버에도 투자한다. 메타버스 ETF는 파운트가 자체 개발한 메타버스 테마형 인덱스 ‘파운트 메타버스 인덱스’를 추종한다. 구독경제 ETF인 SUBS는 마이크로소프트(10%)·텐센트(6.46%)·알파벳(4.82%)·아마존(4.15%)·AT&T(4.02%) 등을 담고 있다. 구독경제로 유명한 넷플릭스와 어도비도 있다. 모두 장기로 보유할 만한 굵직한 글로벌 기업이다. 특히 구독경제 기업으로 아마존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은데,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버를 구독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 영업이익 중 클라우드 구독 서비스 비중이 크다.”

메타버스·구독경제 상품을 출시한 이유는.
“파운트는 그간 노후 빈곤에 초점을 맞춰 연금성 투자, 장기투자에 적합한 AI 투자 엔진을 개발했다. 지수 상품 등 지극히 안정성이 높은 상품을 만들다 보니 연평균 수익률이 꾸준히 8%를 기록해도 더 높은 수익을 내고 싶어하는 고객들은 아쉬워했다. 이런 고객 니즈(필요)를 맞추기 위해 지수(MSCI 월드) 대비 초과 수익 5~15%를 노리고 개별 기업을 편입하는 ETF를 기획하게 됐다. 다만 장기투자라는 파운트의 방향은 버릴 수 없었다. 그렇다면 단기적인 하락이 있을지언정 신념을 가지고 투자하면 장기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산업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메타버스와 구독경제 산업을 골랐다. 당장 내일 개별 기업의 주가가 어떻게 되리라고 예측하는 건 허황한 기술이자 오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기차 산업이 커질 것이라고 10년 전에도 누구나 예상한 것처럼 메타버스와 구독경제 산업이 기술 성장을 바탕으로 커질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 자명하다. 이 두 산업은 지금 태동기라고 생각한다.” 

파운트 AI 알고리즘은 ETF 운용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머신러닝으로 각 기업의 향후 매출 수준을 예측하고 편입 종목이나 종목 비중을 조정하게 된다. 파운트는 중장기 전망을 뽑아내기 위해 과거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쌓고 있다. 다만 한 회사가 아닌 전체 산업 데이터로 매출 추정치를 만든다. 파운트는 지수의 추종력, 실업률, 금리, 관련 뉴스 등 여러 정보로 알고리즘을 학습시키고 있다. 메타버스 ETF를 예로 들면, 각 기업의 보고서 등에서 그들의 세부 산업, 사업 소개, 뉴스 검색 등을 통해 메타버스 테마 연관 매출이 향후 1년간 회사 매출의 절반 이상 되는 기업을 찾아냈다. 그러나 파운트는 AI를 맹신하지 않는다. AI로 어느 정도 예측을 한 다음에 편출 기업 선정 등 최종 의사 결정 과정에서 사람(금융전문가)이 꼭 검증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같은 일에는 과거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AI가 굉장히 취약했다. 기술과 사람의 하이브리드형이다.”

첫 ETF인데 한국이 아닌 미국에 간 이유는.
“고객에게 싼 운용 수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유동성이 공급돼야 한다.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질수록 거래가 많아져 수수료가 저렴해도 운용사에 수익이 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직원들이 아예 ‘큰 시장(미국)’에 직상장하는 건 어떠냐는 의견을 줬다. 펀드가 아닌 ETF를 택한 이유도 고객이 부담하는 수수료를 줄이기 위함이지 않나. 또 우리 AI 엔진이 국내 소비자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뉴욕증시로 갔다. 세계에 우리 엔진을 선보일 기회로 봤다. 굳이 법인을 설립하고 해외 고용 부담을 지면서 어렵게 글로벌 진출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기술에 대한 자신이 있어서 ‘스마트’하게 글로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고 봤다.”

뉴욕증시 상장 과정에서 우여곡절은 없었나.
“난관이 많을 것으로 예상해 긴장도 하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승인 신청서도 기한을 넉넉히 잡고 냈다. 그런데 회사 내 해외 인력들과 기술·금융 전문가들 덕에 생각 외로 빠르게 진행됐다. SEC에서는 알고리즘에 관한 질문이 많았다. 미국은 회사 규모보다는 얼마나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용하는지를 중점으로 보더라. 사실 큰 걱정은 ‘앞으로 글로벌 마케팅을 어떻게 잘 해낼 것이냐’다. 또 파운트는 앞으로 2년간 추가로 테마 ETF 세 개를 뉴욕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아직 어떤 상품인지 말하기는 이르다.”

뉴욕증시 상장 후 업계 반응은.
“증권사·운용사에서 호기심을 갖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파운트가 개발한 지수 상품을 펀드나 ETF로도 같이 내보자는 이야기도 들었다.”

파운트 ETF는 어느 식으로 투자하면 좋나.
“예·적금은 아쉽고 개별 기업에 ‘베팅’하기는 두려운 사람들. 어떤 개별 기업이 고수익을 가져다줄지는 미리 알기 힘들지만 어떤 산업이 미래에 유망할지는 알 수 있지 않나. 메타버스와 구독경제 시장이 커진다는 신념으로 가격이 쌀 때마다 적립식으로 사면 좋겠다. 두 ETF는 장기성 테마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