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성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 서울대 의대 석⋅박사, 현 서울대 의대 교수, 현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 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암센터장, 전 대한복강경내시경외과학회 이사장, 전 대한외상학회 회장, 전 국군수도병원 원장 / 사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한호성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
서울대 의대 석⋅박사, 현 서울대 의대 교수, 현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 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암센터장, 전 대한복강경내시경외과학회 이사장, 전 대한외상학회 회장, 전 국군수도병원 원장 / 사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올해 안에는 교수님 복강경 간암(肝癌) 수술을 참관할 수 있을까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한호성 교수는 요즘 외국 의사들로부터 이런 이메일을 여럿 받았다. 한 교수로부터 ‘복강경’ 의술(醫術)을 배우려는 일본⋅이집트⋅벨기에 의사들이 보낸 메일이다.

복강경 수술은 배에 작은 구멍 3~4개만 뚫어, 몸 밖에서 기구를 조작해 장기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법이다. 출혈과 후유증이 적고 회복이 빨라 환자에게 좋지만, 수술에 난도가 있다. 이 중에서도 복강경 간암 수술은 대학병원에서 하기 때문에 한 교수의 수술을 참관하려는 외국 의사들은 국가 장학금을 받고 대학 간 교류에 참여하는 교수일 가능성이 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의료인 교류가 2년째 막히면서 장학금을 도로 내놓게 생긴 의사도 있지만, 이들은 다른 교수를 찾기는커녕 ‘한 교수를 언제 뵐 수 있느냐’고 기다린다고 한다.


美 엑스퍼트스케이프, 한호성 교수 간 절제 최고 전문가 선정

의사들의 의사, 복강경 간암 수술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인 한호성 교수를 10월 26일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만났다. 외국인 제자가 많은 한 교수에게 해외 유학 경험을 묻자 “외과 과장 시절 두 달, 미국 연수가 전부”라고 했다.

해외 유학 경험도 없이 세계 최고가 된 비결을 묻자 한 교수는 대뜸 “한국 의사가 젓가락질 잘해서 수술 잘한다는 말이 제일 싫다”고 했다. 한 교수는 “수술을 잘하는 것은 (젓가락질이 아니라 남다른) 아이디어와 실행 덕분”이라고 했다. 남들이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해, 시도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혁신이고, 이것이 수술 비결이라는 것이다.

한 교수의 말처럼 일본도 젓가락질을 하지만, 지금까지 한 교수의 수술을 참관한 일본 의사만 80명이 훨씬 넘는다. 복강경 수술을 먼저 시작한 것도 일본이다. 지금은 복강경 수술이 당연해 보이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대부분의 암(癌)은 배를 여는 개복(開腹) 수술을 했다고 한다. 국내 간담췌 분야 복강경 수술 개척자인 한 교수는 “10여 년 전만 해도 복강경으로 암 수술을 한다고 하면 다들 ‘미쳤다’고 했다”고 말했다.

직접 눈으로 보면서 수술해도 암세포를 절제하기 어려운데, 복강경으로 무슨 수술을 하느냐는 비난이 이어졌다고 한다. 개복 수술이 기본이었던 1990년대 환자의 배를 과감히 자르는 외과의사가 명의라는 말이 있었다. 의사가 어설프게 환자 배에 메스를 댔다가는 수술이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메스를 크게 대면 댈수록 회복 기간이 길어지고 후유증도 커진다.

특히 간(肝)은 갈비뼈(늑골) 안쪽 깊숙이 있기 때문에 개복 수술로 간암세포를 떼어내려면 뼈까지 잘라내야 한다. 한 교수에게 외과 인턴 시절 ‘간담췌’로 세부전공을 택한 이유를 묻자 “환자를 힘들지 않게, 병든 부분만 최소로 잘라내는 복강경이라는 기법에 너무나 큰 매력을 느꼈다”며 “그 당시 복강경 수술하는 분야가 이것(간담췌)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호성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가 복강경으로 간절제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한호성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가 복강경으로 간절제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환자 힘들게 하지 않는 복강경 수술에 매력 느껴”

복강경으로 간 절제 수술을 하려면 5시간 넘게 컴퓨터 모니터에 집중해야 한다. 배 안에 집어넣은 내시경 카메라에 의지하는 수술에는 엄청난 집중력이 요구된다. 한 교수는 “수술실에 들어가면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진다”며 “나올 때 시큰거리는 무릎으로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구나’ 한다”며 웃었다.

그런 한 교수는 “그래도 요즘에는 화질 좋은 HD카메라가 나와서 편해졌다”고 했다. 내시경 카메라가 흑백 카메라 수준이었던 2000년대 초반에는 간조직과 혈관을 색깔로 구별하지도 못해서 감(感)으로 수술했다고도 했다. 그는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술도 같이 발전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에게 새로운 수술에 도전해서 성공을 이어 온 간 절제 수술 비결을 재차 물었더니 그는 간조직을 서울특별시 지도에 비유해 설명했다. ‘도봉구’를 자를 때와 ‘종로구’를 자를 때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야 하지만, ‘도봉구’를 잘라내는 데 성공했다면 노원구 부위는 크게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다는 식이다. 역삼각형의 간조직은 서울시와 얼핏 닮았다.


복강경 절제술 세계 최초 기록 수두룩

분당서울대병원 암센터장, 암·뇌신경진료부원장 등을 역임한 그는 지난 7월 국군수도병원장 임기를 마치고 분당서울대병원으로 돌아왔다. 한 교수의 책장에 국방부가 수여한 훈장과 배지가 빽빽히 놓여 있었다. 국군수도병원에 외상센터 설립을 주장해 관철시킨 이가 한 교수였다고 한다.

한 교수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유행했던 2015년 다른 병원에서 거부했던 메르스 의심증 간경화 환자를 받아들여 간이식 수술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보통 사람은 30분도 입고 있기 힘든 방호복을 7시간 동안 착용해야 하는 고된 수술이었다.

한 교수에게 그때 상황을 묻자 메르스 때 의료계 현장을 인터뷰한 책 한 권을 꺼냈다. 그리고 자신이 인터뷰한 부분의 한 구절을 읽었다. “의사도 배고프면 밥 먹고, 슬프면 우는 보통 사람이지만, 환자가 나타났을 때는 피할 수 없다는 게 다르다. 그건 다른 의사들도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 교수는 간담췌 분야에서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명의로 통한다. 올해 전 세계 의료기관 순위를 평가하는 미국 웹사이트 엑스퍼트스케이프(Expertscape)에서 간 절제술 분야 최고 전문가로 선정됐다. 2000년 국내 최초로 복강경으로 췌장 절제술에 성공했고, 췌장 혈관을 살리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보고했다. 2006년에는 세계 최초로 간우후 구역에 있는 간암세포를 절제하는 수술을 복강경으로 성공했다. 소아 간 절제술, 중앙2구역 간 절제술 등을 세계 최초로 복강경으로 성공했고, 2010년 복강경 수술로 간이식 공여자의 우간 절제술에 성공했다.

김명지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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