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인포마이닝 창업자 겸 CEO 가천대 의대 제적, 부천대 컴퓨터공학 학사 / 사진 최정석 조선비즈 기자
이재용 인포마이닝 창업자 겸 CEO
가천대 의대 제적, 부천대 컴퓨터공학 학사 / 사진 최정석 조선비즈 기자

이재용 인포마이닝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서울 소재 모 상급종합병원으로부터 통계치 하나를 전달받았다. 해당 병원에서 인포마이닝의 스마트 의료 솔루션인 ‘하티하티’를 계속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간호사들 야근수당만 연간 400억원 이상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이 CEO는 “스마트 의료를 못 미더워하던 현장 의료진도 업무 효율성이 어마어마하다며 칭찬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라고 말했다.

인포마이닝은 국내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선행 연구(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며 입원 환자 실시간 관리에 하티하티를 접목시키고 있다. 작동 방식은 이렇다. 환자에게 채운 스마트밴드가 실시간으로 맥박, 심전도, 산소포화도, 체온 등 생체 신호(바이탈 사인)를 측정하면, 그 값을 의료진이 화면으로 확인한다. 환자의 바이탈 사인에 이상신호가 발생하면 화면에 곧바로 표시된다. 의료진 휴대전화로 알림이 전송되기도 한다.

이 같은 시스템에서는 의료진이 매시간 환자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움직일 필요가 없어진다. 응급 상황에 대비해 밤새 병동에 남아 있어야 하는 의료진 수도 줄어들게 된다. 야근하는 의료진이 적어지면서 의료 인력과 인건비를 동시에 아낄 수 있다. 환자도 의료진이 자기 상태를 병실 밖에서 실시간 확인 중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안심할 수 있다.

이 CEO는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실시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하티하티의 전신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를 출품해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그렇게 타낸 정부 지원금으로 인포마이닝을 창립했을 당시 그의 나이가 30세였다. 이 CEO를 11월 24일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올해 1월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실시간 의료진단 시스템을 주제로 강연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시대에는 바이탈 사인을 체크하기 위해 의료진이 환자를 만나는 모든 순간이 위험하다. 이 때문에 기술을 이용해서 원내 감염을 줄여나간다면 그것 자체가 방역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의료진이 이런 시스템이 있다는 걸 알고 바이탈 사인은 어떤 식으로 측정이 되는 건지, 그 내용을 어떻게 알려주는 건지 등등 많은 것을 물어봤다.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파일럿 테스트 반응은 어땠나.
“환자들은 잘 때도 손목에 스마트밴드를 착용하고 있어야 해 불편함을 호소했다. 다만 실시간으로 바이탈 사인이 체크되는 점 때문에 안심하기도 했다. 반응은 의료진 쪽에서 더 크게 나왔다. 특히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 많은 부분이 개선됐고 환자만큼 의료진도 안심되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 다만 스마트밴드가 바이탈 사인을 좀 더 정확하게 측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식 의료 기기에 비하면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혈압 측정 정확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말이 많았다.”

스마트밴드로 혈압도 잴 수 있나.
“기계 바닥에서 나오는 녹색 빛이 ‘광용적맥파(PPG·Photoplethysmography)’다. 빛으로 맥파를 측정하는 광혈류 측정 기술에 사용된다. 빛이 혈관에 닿았다가 튕겨 나오면서 수광부(빛을 받는 부분)로 들어온다. 이렇게 반사된 값으로 AI가 그래프를 만들고 그 안에서 혈압값을 찾는 방식이다. 현시점에선 더 많은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측정 정확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현재 임상 진행 중이다.”

지난해 정부와 합작으로 자가 진단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것으로 안다. 그때가 회사를 세운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시점인데.
“치매 노인의 행동반경을 측정하는 AI 프로그램을 만들다가 정부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치매 환자들이 길을 잃고 실종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평소 이들의 이동 경로 데이터를 축적해 행동반경을 만들었다. 여기서 어느 정도 이상 벗어나면 보호자에게 연락이 가는 프로그램이다. 이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이동 경로를 파악해 역학조사에 활용하는 쪽으로 개발이 추진됐다.”

우여곡절은 없었나.
“많았다. 우리가 신생 회사였던 탓에 처음엔 정부 관계자들이 우리를 쉽게 신뢰하지 못했다. ‘진짜 할 수 있는 거냐’는 질문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모른다. 그때가 2월 초였는데, 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추가할 기능이 계속 생겼다. 계약이 기능 단위로 이뤄지다 보니 3000만원에 불과했던 예산이 나중에는 8억원까지 뛰더라. 그 와중에 처음 만들기로 했던 행동반경 측정 기능은 개인 정보 침해 소지가 있다며 아예 백지화되는 등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의대에 합격했는데, 의사 되길 포기하고 개발자가 됐다. 진로를 바꾼 계기가 있나.
“내 또래들처럼 나도 드라마 ‘허준’을 보며 의사의 꿈을 키웠다. 그런데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폐암에 걸리셨다. 가천대 의대에 입학했던 스무살 때 결국 돌아가셨고 이후 가정 형편이 크게 기울었다. 당시 살아계셨던 어머니도 암 투병 중이었다. 도저히 학업을 이어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결국 의대를 졸업하지 못했다. 군대 전역 이후 부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다. 어렸을 때부터 뭔가 만드는 걸 정말 좋아했다. 학창 시절엔 혼자 코딩도 곧잘 했다. 의사가 되는 꿈을 접으면서 기존에 취미였던 코딩을 제대로 배워보자고 결심한 끝에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현재 하티하티와 같은 스마트 의료 솔루션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미비점은 없나.
“의료 기기 승인 문제가 가장 크다. 현재 바이탈 사인 측정에 사용되는 메디워치는 국내에서 의료 기기로 승인받지 못한 상태다. 바이탈 사인을 더 정확히 측정하려면 장기간 임상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시켜야 한다. 한국은 승인받지 못한 의료 기기로 바이탈 사인을 측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불법이다. 그 때문에 현재로선 일반인에게 판매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1등급 승인 문서가 보인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메디워치 등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건가.
“FDA 1등급 승인이 있으면 개인에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메디워치로 측정한 바이탈 사인을 보조 지표 수준에서만 활용한다면 병원 등 의료 시설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덕분에 최근 미국 전체 6위 병원인 시더스 사이나이 병원, LA에 소재한 라번 병원 등에서 구매를 희망한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인포마이닝의 최종 목표를 말해달라.
“인포마이닝의 이름을 단 스마트 병원을 짓고 싶다. 부모님 두 분을 모두 병으로 떠나보냈기에 모든 진단과 치료 과정이 현 시스템상에서 얼마나 서로에게 불편한지 뼈저리게 알고 있다. 스마트 의료의 핵심 키워드는 결국 ‘편안함’이다. 그런 스마트 의료의 대중화, 스마트 병원의 대중화가 완전히 이뤄진 사회가 내가 그리는 이상적인 미래상이다.”

최정석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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