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양지병원의 이상환(42) 영상의학과 과장은 얼마 전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인 메리트메디칼(Merit Medical)의 요청으로 이 회사 홍콩 지부장과 줌(Zoom) 회의를 했다고 한다. 1987년 설립한 메리트메디칼은 심장, 방사선, 종양 수술과 내시경 검사 등에 쓰이는 일회용 의료 기기를 만드는 회사다. 

전 세계 웬만한 대형 병원은 이 회사 제품을 쓴다. 이런 글로벌 대기업에서 이 과장에게 먼저 회의를 요청한 것이다. 줌 회의 내용은 ‘색전(塞栓·막는) 물질(혈관을 막는 약물)’ 개발에 대한 문의였다고 한다. 색전술은 몸에 작은 구멍을 낸 후 가느다란 관을 혈관에 넣어 암세포나 염증을 없애는 시술 기법이다. 암세포나 염증은 혈관으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는데, 색전 물질로 혈관을 막아서 암세포 등을 죽이게 된다. 

몸속 통증은 염증에서 온다. X선 영상을 보며 특정 부위에 약물을 넣는 등 수술에 직접 개입하는 이른바 인터벤션 전문가인 이 과장은 색전술을 염증성 통증에 적용해 환자를 치료하는 ‘미세동맥색전술(TAME·타미)’의 국내 권위자다. 진통소염제, 스테로이드 등 주사 치료는 염증을 일시적으로 줄인다면, 타미는 문제가 되는 염증을 없애 버리기 때문에 3~4년간은 통증이 사라진다.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만성 통증을 앓았던 이지훈 근대 5종 국가대표 선수가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두고 받은 시술이 바로 타미다. 이 선수는 시술 한 달 만에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과장을 4월 11일 서울 신림동 H+양지병원에서 만났다. 이 과장이 쓴 만성 무릎 관절염 타미 시술 효과에 관한 논문은 지난 2019년 ‘유럽중재적방사선학회지(CVIR)’에 실렸다. 

 

타미에 대해 설명해달라. 
“혈관을 볼 수 있는 X선 조영 장비로, 염증이 있는 부위를 확인한 후, 혈관을 막는 약물(색전 물질)을 집어넣어 염증을 제거한다. 조이스틱으로 미사일을 쏴서 혈관을 막는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스테로이드나 진통소염제를 통증 부위에 주사해 염증을 잡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
“외부에서 약을 넣는다고 해서 염증은 잘 사라지지 않는다. 진통소염제나 스테로이드 주사는 하루에서 이틀, 일시적으로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그친다. 반면 타미는 염증을 먹여 살리는 혈관을 차단해, 염증을 한 방에 없앤다.” 

시술은 어떻게 이뤄지나. 통증 있는 부분을 절개하게 되나.
“바늘로 국소 마취한 후, 목표하는 혈관 부위에 바늘을 넣고, 그 안으로 또 조영제를 주입할 관(카테터)을 삽입하고, 좀 더 넓은 관을 넣어서 혈관을 넓힌 후 염증을 제거할 물질을 넣는다. 실시간으로 X선 영상을 보면서 시술한다.”

몸에 작은 구멍을 뚫어 암을 제거하는 복강경 수술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그보다도 훨씬 작다고 봐야 한다. 집어넣는 관의 두께가 1~2㎜ 정도로 아주 얇다. 시술을 다 마치고 나면 피부에 작은 빨간 구멍 하나만 남는다.”

류마티스 관절염도 치료할 수 있나.
“시술로 염증을 잡으니 그래도 2년 정도는 통증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은) 퇴행성이 아니라 자가 면역으로 생기는 질환이기 때문에 계속 재발한다.”

언제부터 타미를 시술받을 수 있나.
“통증은 (근육이나 힘줄의) 미세파열에서 비롯된다. 이런 미세파열이 3개월 이상 지나서 염증이 만성이 되면 주변에 미세혈관이 생긴다. 염증이 만성이 되면 회복되지 않는다. 손바닥 피부가 찢어져서 상처가 벌어졌는데, 거기 염증이 생기면서 아물지 않는 식이다. 그럴 때 이 염증을 없애 그 부분이 회복할 수 있게 한다.”

한계는 없나.
“예를 들어 무릎 연골이 닳아 없어진 경우는 타미 시술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 말기 관절염으로 뼈와 뼈끼리 닿아버려 뼈 안에 염증이 생긴다. 뼛속 혈관은 타고 들어갈 수가 없고, 뼈 자체에 신경이 있다. 뼈에 있는 신경끼리 닿아서 아픈 것이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

그래서 인공 관절을 넣는 건가. 인공 관절 수술을 받고 나서도 계속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게 아픈 것은 관절 염증이 남아 있는 경우다. 그때는 관절 주변에 있는 염증을 잡아주면 된다.”

운동선수들이 치료를 많이 받는다 들었다.
“근대 5종, 럭비, 육상 등 운동선수들이 많이 찾아온다. 통증을 1~10점 스케일로 따지면, 선수들은 3~4점 정도는 늘 달고 산다.”

타미 시술을 받고 드라마틱하게 상태가 좋아진 선수도 있었나.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은퇴를 준비하던 국내 여자 축구 선수가 타미 시술 후 완전히 회복돼, 구단과 재계약한 사례도 있다. 타미는 시술 후 2주 정도만 휴식하면, 재활 없이 곧바로 복귀할 수 있어 선수들이 선호한다.”

타미는 일본에서 개발된 시술법이라 들었다.
“일본의 오쿠노 유지 영상의학과 교수가 개발한 기법이다. 군의관으로 있던 2016년 오쿠노 교수가 한국에 초청돼 팔꿈치 시술 강연을 하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꼈다.”

한국식 타미와 일본식 타미의 차별점은.
“시술 스타일이 다르다. 얼마 전 학회에서 오쿠노 교수의 시술법을 봤다. 과거의 방법을 고수하고 있더라. 내 경우에는 색전 물질을 넣는 방식이나 혈관 접근 방식을 개선했다. 색전 물질도 여러 가지를 조합한다.”

색전 물질도 종류가 있나.
“색전 물질로 혈관을 영구적으로 막으면 조직이 괴사(壞死)한다. 반대로 막는 시간이 너무 짧으면 염증을 잡지 못한다. 그래서 타깃 부위에 따라 짧게는 2~3시간, 길게는 2주 정도 혈관을 막아서 그 부위 염증을 없앤 후, 저절로 녹아서 없어지도록 해야 한다.”

색전 물질은 주로 수입하나.
“국내 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쓰고 있다. 일본 등에서 쓰이는 색전 물질은 항생제로 쓰던 것을 변환해 쓰는 형태인데, 항생제는 내성 문제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허가가 나지 않는다.”

미국 유럽에서도 타미 시술을 하나.
“미국, 유럽, 호주에서도 한다. 다만 이 국가들에서는 (항생제 내성 문제 때문에) 녹지 않는 색전 물질을 주로 쓰다 보니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안다.”

구글에서 오쿠노 유지(Okuno Yuji)를 검색하면 ‘오쿠노(奥野) 클리닉’ 사이트로 연결된다. 2017년 요코하마 통증 전문 병원으로 시작한 오쿠노 클리닉은 개원 5년 여 만인 현재 도쿄, 오사카, 삿포로 등 9곳에 분점을 두고 있다. 내국인 시술 비용은 아킬레스건 양쪽의 경우 37만9500엔(약 367만원) 정도인데, 외국인은 종류와 상관없이 1만달러(약 1243만원)였다.

 H+양지병원은 타미 시술비로 100만~150만원 정도를 받는다. 병원에서는 신기술이라 홍보 차원에서 가격을 낮게 책정했다고 한다. 

시술비가 저렴하니 오히려 환자를 많이 받지 못한다. 타미는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의료 기술로 등재를 신청한 상태다. 신의료 기술로 등재되면, 건보 적용도 가능해진다. 이 과장은 “타미의 장점이 널리 알려져 더 많은 사람이 만성 통증에서 해방됐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김명지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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