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순 DMI 대표 전 현대자동차 근무, 전 AT커니 코리아 팀장,  전 두산인프라코어 글로벌마케팅 담당 상무,  전 두산 트라이씨(Tri-C) 상무 사진 DMI
이두순 DMI 대표 전 현대자동차 근무, 전 AT커니 코리아 팀장, 전 두산인프라코어 글로벌마케팅 담당 상무, 전 두산 트라이씨(Tri-C) 상무 사진 DMI
DMI의 수소 연료 드론이 비행하는 모습. 사진 DMI
DMI의 수소 연료 드론이 비행하는 모습. 사진 DMI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미국의 월마트는 올해 5월부터 아칸소, 플로리다, 텍사스 등 6개 주에서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타이레놀과 같은 일반 의약품부터 생활용품, 식품까지 배송 품목도 다양하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도 4월부터 미국 일부 지역에서 상용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고, 글로벌 물류기업인 페덱스, UPS 역시 현재 드론 배송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드론 배송 서비스는 30분 안팎에 불과한 비행시간 때문에 배송 지역을 확대하거나 화물의 무게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이두순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 대표는 드론의 동력원에서 해답을 찾았다. 대부분의 드론에 탑재된 리튬 이온 배터리 대신 수소 연료전지를 사용하면 비행시간을 기존의 4배 이상인 2시간으로 확대할 수 있다. 비행시간이 늘어나면, 한 번에 더 많은 화물을 수송할 수 있고 배터리 충전에 필요한 물류 거점도 덜 필요하게 된다. 동력원만 바꿨을 뿐인데 운영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셈이다.

이 대표는 5월 1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물류혁신포럼’에 참가해 “물류 배송 드론의 상업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선 수소 연료전지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추가 인터뷰에서도 “수소 드론은 장시간 비행이 가능할 뿐 아니라 안전성도 뛰어나고, 소음과 진동이 적어 군용, 산업용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현재 이 대표가 이끌고 있는 DMI는 드론의 동력 장치인 연료전지 파워팩을 기반으로 드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2016년 12월에 설립됐으며 ㈜두산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07년 두산그룹에 합류한 뒤, 그룹 전략 수립 부서 트라이씨(Tri-C)와 두산인프라코어 글로벌마케팅 부문을 거쳤다. 이후 DMI의 대표로 선임돼 지금까지 수소 드론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물류 배송 드론은 통신장비, 카메라, 비상 낙하산 등 각종 장치를 탑재해야 하므로 한 번 비행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 리튬 배터리만 가지고는 물류 배송 드론에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없다. 리튬 배터리가 무거운 탓에 셀을 아무리 늘려도 더 이상 비행시간이 늘어나지 않는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어서다.

이 대표는 “반면 수소 연료전지는 에너지 밀도가 리튬 배터리보다 높아 효율적으로 비행시간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셀 에너지 밀도는 220~250wh/㎏에 불과하지만, 수소 연료전지는 500wh/㎏에 달한다. 이 대표는 “수소 연료전지가 동일 무게당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다는 뜻”이라며 “덕분에 비행시간을 리튬 배터리 대비 4배 이상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DMI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2시간 이상의 비행시간을 제공하는 드론용 연료전지 파워팩(DP30M2S)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수소 연료전지 파워팩을 장착한 드론 제품군도 갖추고 있다.

이 대표는 “수소 연료전지를 탑재한 DMI의 드론은 물류 수송 분야에서 운영 효율성과 경제성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드론을 활용해 24㎞(15마일) 단거리 배송에 나설 경우, 리튬 배터리를 장착한 드론은 30분밖에 비행하지 못해 1회 비행에 1개 화물 배송만 가능하다. 2시간을 비행해야 4개의 화물만 배송할 수 있다. 반면 한 번에 2시간까지 비행이 가능한 수소 연료 드론은 1회 비행에 최대 6개의 물품 배송이 가능하다. 배터리 드론보다 운영 효율성이 150% 뛰어난 셈이다.

물류 거점 구축에 필요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이 대표에 따르면 64㎞(40마일) 이상의 장거리 배송에선 배터리 드론을 사용할 경우 11개의 중간 물류 센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수소 연료 드론은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2개의 센터만 구축하면 된다. 이 대표는 “1일 배송 물량이 42개를 초과할 경우 수소 연료 드론이 배터리 드론보다 생산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그만큼 생산성이 높아 기업 입장에선 투자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DMI는 수소 연료 드론을 활용해 국내외에서 성공적으로 화물 배송 임무를 수행한 바 있다. 2019년 10월 미국에서 서로 약 72㎞ 떨어진 두 섬 사이를 오가며 백신과 응급 의약품을 배송하는 데 성공했고, 이듬해에는 제주도에서 약 30㎞ 떨어진 가파도, 마라도, 비양도 등에 마스크 1200장을 성공적으로 배송했다. 또 해발 고도 1650m의 한라산 삼각봉 대피소까지 자동제세동기(AED)를 7분 안에 긴급 배송하는 임무도 완수했다. 모두 수소 연료 드론의 장거리 비행 능력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대표는 안전성 면에서도 수소 연료 드론이 배터리 드론보다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로 드론이 비행 도중 추락할 가능성이 있는데, 배터리 드론의 경우 충격이 발생하면 폭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방청에 따르면 드론으로 인한 화재는 2020년 2건에서 2021년 10건으로 늘었다. 반면 수소 연료 드론의 경우 충분한 비행시간을 확보해 비상 상황에 대처가 가능하며 장애물 충돌과 긴급 착륙 시에도 폭발과 화재의 위험이 없어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DMI의 수소 연료 드론은 소음과 진동도 적어 감시, 정찰, 모니터링이 필요한 다양한 산업군에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장점을 앞세워 DMI는 산업용 드론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군용 시장 선점을 위해 지난해 국방 태스크포스팀을 신설했다. 현재 전투실험 운용사업 등 각종 군 사업에 참여해 군용 솔루션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가스 배관 모니터링, 긴급구호품 배송, 인명 구조 및 환경 모니터링, 설비점검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도 선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글로벌 가스회사, 수소회사와 협력을 통해 ‘수소 공급 솔루션’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수소자동차의 경우 수소 충전소로 직접 이동해야 충전이 가능하지만, DMI는 고객이 원하는 현장으로 수소 용기 자체를 배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DMI는 국내외 50개 공급 협력사를 통해 대규모 양산화 체계까지 구축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2025년이 되면 하늘길에서 많은 드론이 배송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혁신은 한 기업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만큼, 다양한 기업과 협력을 통해 물류 드론의 상업화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김우영 조선비즈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