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미(왼쪽)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서울대 경제학 학사(최우등 졸업), 미국 로체스터대경제학 석·박사, 한국은행 조사역, IMF 인턴,미국 뉴욕주립대 버펄로 경제학과 조교수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 학사(우등 졸업)·석사,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 석·박사,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제학과 전임강사·조교수 사진 세종=이민아 기자
유혜미(왼쪽)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서울대 경제학 학사(최우등 졸업), 미국 로체스터대경제학 석·박사, 한국은행 조사역, IMF 인턴,미국 뉴욕주립대 버펄로 경제학과 조교수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 학사(우등 졸업)·석사,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 석·박사,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제학과 전임강사·조교수 사진 세종=이민아 기자

45세 동갑내기 거시경제학자 부부인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육대학 교수와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요즘 가장 걱정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이하 인플레)’이다. 한국은행(한은) 출신이자 현재 한은 통화 정책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유 교수는 정부의 단기적인 ‘가격 통제식’ 물가 정책이 금리 인상을 통한 물가 진정을 오히려 어렵게 하고, 장기적인 인플레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유 교수와 석 교수는 지난해와 올해,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논문을 세계적인 학술지에 공저해 주목받은 신진 거시경제학자들이다. 당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 소득 주도 성장 달성을 위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고 조선비즈는 이 논문을 최초 입수해 보도했다.

유 교수와 석 교수는 당시 대출 규제, 보유세 강화 등 수요 억제 정책이 집값 폭등을 불러일으켰고,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한국의 취업자 수를 장기적으로 3.5%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최저임금 급속 인상이 종합적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1% 줄이는 효과를 냈다는 것을 증명했다.

유 교수와 석 교수를 최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만났다. 이들은 서울대 경제학부 96학번 동기다. 경제학계에 도발적인 화두를 던진 그들의 첫인상은 수줍음 많은 모범생 느낌이었다. 하지만 경제 현안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두 사람의 눈빛이 번뜩거렸다.

한은 출신인 유 교수는 거시경제, 부동산경제, 경제 성장 및 발전, 노동 시장, 재정 부문 전문가다. 석 교수는 거시경제학, 부동산경제학, 국제경제학, 재정학, 통화 정책에 전문 분야를 두고 있으며, 특히 주택 관련 연구에 관심이 많다.

유혜미(왼쪽)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 세종=이민아 기자
유혜미(왼쪽)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 세종=이민아 기자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거시경제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유혜미 “물가다. 인플레를 우려하게 된 게 십여 년 만이다. 인플레 직격탄을 맞은 미국이 금리를 굉장히 빠르게 올리고 있고 이를 무시할 수 없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인플레 대응을 위해 고통스럽더라도 금리를 계속 인상해서 물가를 잡아야 한다. 미국과 금리 역전이 되면 자본 유출이 당장은 없더라도 환율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이와 결합해 물가가 더욱 상승할 것이다. 그럼 추후에 더 많이 금리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

경기 침체를 각오하고 긴축이 필요하다고 보나.
유혜미 “경기 침체 가능성도 없지 않으나 물가를 먼저 잡아야 한다. 인플레는 자원 배분을 왜곡하는 악질적인 현상이고, 지금 잡지 못하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갈 위험이 크다.”

석병훈 “가계 대출이나 주택담보 대출의 부실이 경제 위기로 이어지는 건, 연체된 대출을 금융권에서 회수 못 하고 금융권도 부실화되는 경우다. 그런데 우리나라 집값은 여전히 높아 그런 지경까지 몰릴 우려는 없다. 신용대출도 조기에 차주의 상환 능력을 고려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했기 때문에 질이 좋아졌다.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이다. 정부가 저금리 대환 대출을 공급하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는 유류세 인하 등 세금 인하로 개별 품목의 가격 상승을 막으려 하고 있다.
유혜미 “사실 이런 기획재정부의 정책들은 통화 정책의 효과를 굉장히 떨어뜨린다. 가격은 경제학에서 일종의 신호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들이 ‘비싸니까 소비를 줄여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정부가 (세금 인하로) 올라가는 가격을 잡고 있어서 ‘생각보다 물가가 안 올랐다’ 싶으면 소비가 덜 줄어 든다. 금리 인상으로 소비를 둔화시켜 물가를 잡으려던 계획이 어긋나는 것이다.”

석병훈 “정부가 이런 단기적인 대응을 할 게 아니라, 예전에 이른바 ‘자원 외교’라도 해서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물가 상승은 기상 이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공급 측 요인으로 인한 것으로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다.”

인플레로 인해 생기는 자원 배분의 왜곡은 무엇인가.
유혜미 “인플레로 화폐를 들고 있는 사람들의 실제 구매력이 떨어진다. 봉급 받아 생활하거나 소득이 낮은 사람들은 대부분 화폐로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부자들은 실물 자산이 많다. 인플레가 발생하면 자산가는 실물 자산이 있기 때문에 크게 타격받지 않을 수 있다. 실물 자산이 적고 자산의 대부분을 화폐로 보유하고 있는 가계가 타격을 입는다.”

석병훈 “현금만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영끌’해서 집 산 사람이 오히려 이익을 보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현재의 환율 수준이 경제에 부담인가.
유혜미 “특별한 경제 정책보다는 통화 정책으로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낮추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다만, 한은의 메시지에 일관성이 필요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경기 침체’를 언급하면, 시장에서는 ‘금리를 안 올릴 건가’ 한다. 이후 다시 금리를 올리는 방향의 발언을 하면 시장에 혼선을 준다. 시장에 많은 정보를 주는 것은 좋지만 정책 기조에 혼선이 일어날 정도의 정보, 노이즈는 주의해야 한다.”

주 52시간의 탄력적 적용 등 노동 시장 개혁에 대한 견해는.
유혜미 “이를테면 정규직이 필요하지 않은 업장에 정규직 채용을 강제하면, 고용주는 일자리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정책이 오히려 일자리 창출을 줄인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일찌감치 부작용을 한차례 겪고, 지금의 유연한 노동 시장으로 정착했다.”

석병훈 “찬성이다. 업종, 산업마다 여건이 다르고 상황도 다른데 정부가 동일한 기준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면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된다. 노동 시장에서 채용, 임금, 해고 이 세 가지 요소에 유연성을 더해야 한다. 임금 결정 때 연공 서열에 따르는 게 아니라 성과급제로 유연하게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는 근로자들이 생산성을 자발적으로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거시경제적으로 봤을 때도 생산성이 높은 사람이 일을 더 많이 하면 경제가 성장한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방침에 찬반이 엇갈린다.
석병훈 “기업이 투자 의사 결정을 할 때 세율만 가지고 결정하는 게 아니라는 반대 논리도 있는데, 그 말도 맞긴 하나 기업의 투자 수익률을 높여준다는 차원에서 법인세 인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똑같은 경제 상황이라 할지라도 법인세가 낮아지면 비용을 제외하고 얻을 수 있는 모든 수익을 의미하는 순 투자 수익률이 높아진다. 비용에는 당연히 법인세도 들어간다.”

‘부자 감세’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은데.
유혜미 “재벌 기업 몰아주기라고 보기보다는 재벌 기업이 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법인세율 인하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 들어올 가능성도 더 커진다.”

석병훈 “최근 한 국내 선행 연구를 보면 청년 일자리를 가장 많이 만든 기업은 대기업이었다.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데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기업에 최고세율 인하를 해주는 것이 부자 감세인가. 또 노조 측의 요구 사항인 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이나 부작용도 덜할 수 있다. 혁신에 대한 열매가 혁신을 이룬 자에게 돌아가야 계속해서 투자와 혁신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