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라마르 ‘태양의 서커스’ 부회장오타와대 커뮤니케이션, 전 태양의 서커스 최고경영자(CEO), 전 캐나다 프랑스어 전문 민영방송 TVA최고경영자, 전 홍보회사 내셔널(National) 부회장 사진 대니얼 라마르
대니얼 라마르 ‘태양의 서커스’ 부회장오타와대 커뮤니케이션, 전 태양의 서커스 최고경영자(CEO), 전 캐나다 프랑스어 전문 민영방송 TVA최고경영자, 전 홍보회사 내셔널(National) 부회장 사진 대니얼 라마르

인시아드(INSEAD) 경영대 김위찬 교수는 2004년 출간한 ‘블루 오션 전략(Blue Ocean Strategy)’의 도입부에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를 블루 오션 전략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소개했다. 태양의 서커스는 서커스가 사양 산업으로 치닫던 1984년, 캐나다의 거리 공연자 기 랄리베르테(Guy Laliberté)가 퀘벡 주(州)에 세운 작은 회사였다. 다른 서커스단과 달리, 태양의 서커스는 서커스의 필수 요소로 여겨졌던 동물 쇼를 완전히 없애고, 서커스에 연극적 스토리라인과 음악, 발레, 무용 등 다른 예술의 장점을 접목했다. 덕분에 동물 구매나 조련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고 단원들이 예술적 기예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러한 태양의 서커스 공연은 ‘아트 서커스’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매출 약 1조원대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태양의 서커스 역시 경영 부침(浮沈)이 없진 않았다. 2015년 미국 사모펀드 TPG캐피털과 중국 푸싱(復星)그룹이 회사를 공동 인수했고, 몇 년 뒤 코로나19가 절정에 달했던 2020년엔 파산 보호 신청을 했을 정도로 위기에 몰렸다. 그럼에도 태양의 서커스는 극적으로 회생해 10월 20일 국내에서 ‘뉴 알레그리아(New Alegria)’ 공연을 시작했다.

11월 1일 줌(Zoom)으로 만난 대니얼 라마르(Daniel Lamarre) 부회장은 “우리가 혹한의 시기를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브랜드의 힘”이라고 말했다. 라마르 부회장은 창업자 랄리베르테의 요청으로 2001년 태양의 서커스에 합류해 20년간 회사를 이끈 인물이다. 현재 회장은 태양의 서커스를 인수한 금융사가 코로나19 기간에 경영 정상화를 위해 보낸 인물이라, 사실상 라마르가 태양의 서커스를 대표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극복했고, 현재 경영 상황은 어떤가.
“많은 이가 위기 상황에서 태양의 서커스가 헐값에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태양의 서커스를 인수했던 금융사는 우리 브랜드의 힘을 믿었고, 미래가 낙관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회사가 유지됐고, 우리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었다. 2020년에 우리는 이미 예정돼 있던 44개의 쇼를 모조리 취소해야 했다. 하지만 이미 35개 쇼가 부활했고, 오늘 밤만 해도 서울을 포함해 세계 어디선가 총 35개의 쇼가 열린다. 티켓 판매량도 매우 많다.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팔린 티켓 판매량은 코로나19 이전 2019년 판매량보다 많은 수준이다.”

공연이 중지되면서 세계 각국에서 온 직원들을 내보내야 했다. 아직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았고, 해외 취업에 제한이 많은 상황에서 다시 이들을 불러 모으기 힘들었을 텐데.
“놀라운 건 우리 아티스트들이 부득이하게 공연을 쉬어야 했던 기간에도 계속 자체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매우 빠른 시일 내에 몸을 만들고, 새로운 쇼를 올릴 수 있었다. 또한 우리는 직원들과 매우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내보내야 했던 직원들에게 다시 연락하자, 많은 이가 심지어 다른 곳에 취업한 이들조차 기꺼이 다시 합류하겠다며 돌아왔다. 이러한 직원들이 있다는 건 대단히 감사한 일이다.”

코로나19로 공연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공연 업계에 있어 가장 큰 도전 과제가 무엇인가.
“고객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변화한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고객과 소통할 수 있나.
“소셜미디어(SNS)를 잘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우리는 ‘서크코넥트(cirqueconnect)’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매주 콘텐츠를 제공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고객층과 꾸준히 소통을 유지할 수 있었다. 공연을 쉬는 기간에 전 세계 7000만 명이 이 사이트를 찾았다. 덕분에 공연을 다시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자, 많은 이가 실제로 서커스 공연을 보기 위해 공연장으로 몰려왔다. 물론 전체 공연에 비할 순 없지만, 관중들이 온라인으로 소소한 묘기를 보면서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던 덕분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뉴 알레그리아’는 1994년 초연했던 ‘알레그리아(스페인어로 ‘기쁨’을 의미)’를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어떻게 달라졌나.
“알레그리아만의 특징(signature)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인(contemporary) 것을 가미했다. 탁월한 음악가들이 연주하는 라이브 뮤직은 알레그리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여기에 극적인(spectacular) 장면들을 더 가미했다. 이를테면 10명의 아티스트가 공중그네를 타는 장면을 이번 공연에서 새롭게 피날레로 만들었는데, 그건 정말 장관이다. 광대도 예전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기예 수준도 전반적으로 한층 더 높아졌다. 관객들은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면서 공연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2023년 1월 1일까지 서울에서 공연하는 ‘뉴 알레그리아’.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2023년 1월 1일까지 서울에서 공연하는 ‘뉴 알레그리아’.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기억 못 할 수 있지만, 2014년 몬트리올 태양의 서커스 스튜디오에서 당신을 인터뷰했다. 그때 ‘태양의 서커스가 가장 기피해야 할 것은 안주하는 것(being complacent)’이라고 했다. 안주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쇼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개발(R&D)을 한다. 물론 다들 인간이 할 수 있는 극한의 기예를 보기 위해 서커스를 찾지만, 조명이라든지 새로운 타입의 음향 효과 같은 것이 기예가 주는 시각적·청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또한 업계에서 최고 중 최고만을 가려 영입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은 모두 창의력의 한계를 넓히고, 새로운 방식에 도전할 준비가 돼 있다. 당신이 봤듯이 몬트리올의 스튜디오에서는 곡예사와 코치, 장비 기술자 등이 협력해서 극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쇼는 어떻게 구상하나.
“우리는 항상 특별한(unique) 것을 찾는다. 쇼의 테마나 프로그램을 위한 아이디어를 채택할 때 제일 첫 번째 기준은 ‘이제까지 선보인 적이 없는 것인가’다. 늘 새로운 묘기, 새로운 효과, 새로운 표현 방식, 새로운 장비를 찾고, 공연자들에겐 매번 지난번 공연의 한계를 뛰어넘도록 독려한다. 다음번 쇼는 ‘에코(Eco)’라고, 지구 환경을 주제로 만든 공연이다. 기존 공연에서 볼 수 없었던 영화 촬영 기법(cinematography)을 선보일 텐데, 공연을 보면서 관객들이 환경과 우리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창의적인 업무 환경을 만드는 비결은.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새로운 기술을 위한 R&D를 하고,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늘 깨어있는 것이다. 새로운 돌파구(breakthrough)를 만들기 위해선 업계와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항상 관심을 갖고 열려 있어야 한다.”

태양의 서커스는 블루 오션 전략의 대표적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데, 블루 오션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자신만의 창의성을 좇는 일을 주저하지 말라. 새로운 것에 눈과 귀를 열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 대개는 그것들이 블루 오션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건 경영학 공부를 통해 깨우친 게 아니라, 우리 창업자가 길거리에서 공연하며 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 그걸 배짱 있게 밀고 나간 결과 터득한 것이다.”

조만간 당신이 쓴 책 ‘밸런싱 액츠(Balancing Acts)’가 한국어로 번역 출간된다.
“태양의 서커스에 있는 동안 창업자와 (영화 ‘타이타닉’을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 비틀스 등 창의적인 인물들과 협업할 기회가 많았다. 그것은 내게 대단히 놀라운 깨달음을 줬고, 그 경험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 과거엔 예술가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가난의 지름길이라 여겨졌지만, 미래는 창의력과 감수성이 성공을 보장하는 연료가 될 것이다.”

오윤희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