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아주대 건축공학, 건국대 부동산학 석사, 전 LIG증권건설부문 애널리스트, 전 하나금융투자 건설·부동산애널리스트, 전 포컴마스 대표 사진 이미호 기자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아주대 건축공학, 건국대 부동산학 석사, 전 LIG증권건설부문 애널리스트, 전 하나금융투자 건설·부동산애널리스트, 전 포컴마스 대표 사진 이미호 기자

“부동산 투자자의 상당수가 타이밍(시점) 전략에만 함몰돼 있다. 이것을 나는 ‘외발 전략’이라 부른다. 손흥민처럼 양발을 다 써야 하는데, 한쪽 발만 쓰는 거나 마찬가지다. ‘프라이싱(가격) 전략’도 함께 써야 한다. 즉 낮은 가격일 때 살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한다. 또 높은 가격은 ‘높다’라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서울 강남역 근처 업라이즈 건물에서 만난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향후 투자 전략’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10년간 하나금융투자 건설·부동산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던 채 대표는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교육 프로그램을 론칭하는 등 분주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는 부동산 시장에 대해 “올해 하반기가 역전세의 클라이맥스”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채 대표와 일문일답.


전세가 하락세, 언제까지 지속될까.
“전세 대란이 2020년 8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정확히 1년 6개월간 이어졌다. 코로나19 사태, 금리 제로화, 무제한 유동성 공급, 주택임대차법 개정이라는 변수와 맞물려 전세가가 고공행진했다. 2022년 5월에 ‘8월부터 역전세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는데, 다들 비웃었다. 그러나 전세 하락기는 실제로 시작됐고 올해 하반기 바닥을 지나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본다. 이례적이었던 ‘전세 강세’의 되돌림이 올해 말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시장 금리는 작년 말, 정점을 찍었고 올해 하향 기조를 거쳐 2024년에도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든 인하하지 않든, 이미 시장에서는 금리를 내려야 할 만한 상황이 됐다. 다만 2019년 초저금리 시기처럼 금리의 ‘글로벌화’, 즉 전 세계가 다 엮여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제는 ‘블록 경제’ 시대다. 그때보다 국내 시장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즉 시장금리 수준이 4년 전보다 높다면 전세가는 2019년보다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의 위축은 올해 말로 끝나고 2024년부터는 이른바 ‘높아진 금리 레벨’에 적응하는 전세 가격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본다. 결국 ‘역전세의 충격’ 여파가 생각보다 좀 더 큰 것 같다.”

양발 전략을 언급했는데.
“타이밍과 가격을 모두 챙겨야 한다는 의미다. 타이밍을 잡는 전략은 가계 대출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가계 대출이 증가할 때 집을 사고 대출이 감소할 때는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가계 대출은 주택 가격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대출이 급증했을 때,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지 않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대한민국에서는 돈을 빌리면 대부분 집을 산다. 2000년대 초반 주택 담보 대출 증가 폭은 연 10조원이 안 됐었는데 2004년 전후로 60조원까지 증가 폭이 커졌다. 참여정부 시기였다. 이후 2015년에는 연간 120조원이 늘었고, 2020~2021년 코로나19 및 제로 금리 기간에는 무려 연간 140조원이 늘었다. 그런데 지난 11월 누적 기준, ‘마이너스 5조원’을 기록했다. 2001년 이후 21년 만에 순감소였다. 자산 가격이 올라갈 수 없는 환경이다. 가계 대출은 매우 직관적으로 자산 시장의 상황을 설명해준다. 이처럼 가계 대출이 전환되는 기간을 보고 대응하는 것이 타이밍 전략이다.”

투자자 대부분이 타이밍을 보고 있다고 생각할 텐데.
“타이밍은 전문가들도 맞추기 어렵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찍어놓은 점(점도표)을 보면서 아파트 투자를 고려하는 게 한국의 타이밍 전략이다. 나는 이 전략에 근본적으로 회의감이 든다. 또 다른 버전의 타이밍 전략은 정책 제시 시점을 보는 것인데 이 역시 회의적이다. 박근혜 정부인 2014년 구도심 재건축 활성화, 담보인정비율(LTV) 70%로 확대, 주택임대사업자 제도 도입 등 ‘강한 맛’ 정책을 몰아서 시행했다. 이후 2016년 11월 13일에 청약 조정 지역이 최초로 등장했는데 그때부터 안정화 정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점은 세제 관련 총집합본이라고 할 수 있는 (2020년) ‘7·10 대책’이다. 이후 2022년 9월 ‘활성화 정책’이 다시 나왔다. 

하지만 타이밍 전략을 구사하기엔 너무 이른 것으로 보인다. 아직 ‘순한 맛’ 정도로, 더 강한 맛 정책이 나와야 한다. 게다가 정부는 여전히 270만 가구 공급을 외치고 있다. 이는 활성화와 반대 방향의 정책이다. 아직 정책이 제시하는 방향을 잡기 어려운데, 시장에서는 ‘규제 완화’ 정책이 나오기 시작하니까 벌써 타이밍을 보더라.”

가격 전략은 무엇인가.
“싼 가격을 싸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하고 비싼 가격은 비싸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한국 아파트 가격이 높다 또는 높지 않다는 평가를 거의 하지 않는다. 모두 다 그냥 ‘비싸다’고만 생각하고 있다. 다만 이제는 상당수가 (아파트가) 비싸졌다고 느끼는데, 얼마만큼 비싸고 또 왜 비싼지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이 부분에 대해 설명한 사람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원 장관은 취임과 함께 “서울 주택 가격의 경우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이 18배에 이르러 금융위기 직전 8배보다 높고 금융위기 직후 10배보다도 지나치게 높다”고 했다. 나는 이것을 ‘한국 아파트가 가격 면에서 어느 정도 비싸졌구나’라는 개념이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순간이라고 본다. 소위 ‘프라이싱 전략’이라는 건 없었는데, 가격에 대해 비싸다는 개념을 수치상으로 깨닫게 된 것이다. 원하는 아파트 단지가 (가격이) 떨어진 것인지 안 떨어진 것인지를 보려면, 개별적으로 가치 평가를 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PIR은 전국 시장에 대한 개념인데 이를 개별 단지에 적용해보고,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10~12배 정도라면 사도 된다’ 같은 제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가격을 찾는 방법은.
“A 아파트 매매가는 9억원, 전세가는 3억원이라고 가정하자. 하락기를 거쳐 매매가가 최근 4억5000만원까지 빠졌다. ‘타이밍 전략’만으로 따져 보자. 더 하락할 테니까 좋지 않은 타이밍’이라고 보고 팔게 된다. 실거래가만을 진리라고 생각하니까 앞으로 가격이 계속 빠진다고 생각하게 된다. 해당 물건이 지금 비싼지 싼지에 대한 기준이 없는 것이다. 실제 4억5000만원에 사서 2년 정도 굉장히 상승했다가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해 4억5000만원을 건드리는 순간, 원금 손실이 나니까 이때 팔게 된다. 이게 바로 외발 전략이다.

전세가가 3억원이고 장기 평균 1.6~2배에 매매가를 형성해 왔다면, 4억8000만원에서 6억원까지가 매매가 밴드가 된다. 이미 내재 가치 수준의 가격에 접근했다는 뜻이 된다. 매수하는 입장에서는 타이밍이 좋지 않더라도 본인이 현재 충분히 거주할 만하고, 전세가 3억원이 유지되고 있고, 주변 호재도 생겨서 점점 더 살기 좋아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앞으로 5000만원 정도 올라갈 수도 있을 것 같다면 ‘사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무주택자라면 실거주용 1주택은 언제 사든 진리’라는 말도 있다.
“타이밍 전략과 가격 전략 모두 다 무시하는 발언이다. 언제든 사라는 것은 아무 가격대나 아무 타이밍에나 사라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장기간 보유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장기 추세로 봤을 때 우상향할 경우 오래 보유하면 타이밍과 가격 모두 헤지(hedge·위험 회피)해서 종국에는 수익이 난다는 뜻인데, 와전된 말이다. 무주택자는 관심 두고 있는 단지가 있다면, 매매 가격이 전세가 대비 몇 배였는지 장기 기준으로 계산해 봐라. 전세가 추세를 보고 전세가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또 스스로 매매가 전망을 해보길 바란다. 그 가격이 자기 소득의 10~12배 정도가 됐다면, 역사가 증명하는 평균 매수가가 된다. 만약 그렇지 않고 지표상으로도 너무 비싸게 나왔다면,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실제 조금 기다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활성화 정책 강도가 너무 강해진다든가 가계 대출이 폭증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왼발과 오른발을 병행해 균형 있게 전략을 수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