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어쩐지 생경한 이 질병은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다. 원인은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 국내 유병률(有病率)은 870명당 1명꼴이다. 이 소리 없는 도둑 잡기에 바이오벤처 아벨리노가 나섰다. 유전자로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유무를 판단하는 진단법(AGDS : Avellino-GENE Detection System)을 2009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국내외 의료기관에서 시행 중이다.

“나이가 들어 눈이 하얗게 혼탁해지면 노안이라 여기거나, 시력교정술 후 눈에 흰 반점이 번져 급기야 시력이 저하돼도 지금까지는 뚜렷한 병명을 알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정확한 유전자 검사로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환자인지 아닌지 파악하고 실명이란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진 아벨리노 대표(47)의 말이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검은 눈동자 표면에 흰 반점이 생기면서 점차 시력이 떨어지고 실명에 이르는 유전 질환이다. 부모 중 한 명에게라도 이 유전자를 받으면 평균 12세부터 흰 반점이 생겨나 60~70대에 시력이 크게 떨어진다. 증상의 발견이 쉽지 않고 완치도 어렵다.

“문제는 이 질환을 앓는 사람이 라식이나 라섹 등의 시력 교정술을 받으면 급격하게 시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시력교정술을 받기 전에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는지 반드시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그는 2005년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치료법을 연구 중이던 연세의과대학 안과전문의 김응권 교수를 통해 처음으로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을 알았다. 이후 김 교수의 연구진과 함께 치료법 연구에 참여했다. 그러던 중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환자는 라식이나 라섹 수술을 받으면 실명의 위험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됐고, 치료보다는 진단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2009년 임상시험을 통해 얻은 아벨리노의 유전자 진단법은 국제표준화기구(ISO), 한국유전자평가원 등 각종 기관에서 그 기술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현재 국내에서는 라식, 라섹을 시술하는 320여개의 안과 중 160개 안과가 아벨리노 유전자 진단법을 진행 중이다. 진단은 구강 상피세포나 채혈을 통해 환자의 세포를 채취해 AGDS 시스템을 거쳐 확진한다. 현재 25만명의 환자가 검사를 받았고, 그중 244명이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환자로 판명돼 실명의 위험에서 벗어났다.

해외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12월 일본 최대 안과병원인 시나가와 라식센터와 아벨리노 유전자 검사에 대한 독점계약을 맺고 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삿포로 등 시나가와 지점에 아벨리노 검진 센터를 열었다. 시나가와 라식센터는 일본 라식환자의 70%가 오는 곳으로 월간 라식, 라섹 수술 건수가 7000건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다. 오는 7월에는 실리콘밸리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시에 아벨리노 센터를 연다. 중국과 유럽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미국과 일본은 유전자 검사의 품질과 정확성을 꼼꼼하게 따집니다. 이미 일본에서 이 부분은 인정받았죠. 시나가와는 아벨리노에게 굉장히 좋은 쇼룸입니다. 그런 곳에서 아벨리노 유전자 검사를 하고 있으니 자연스레 소문이 퍼져 나갔고 이제는 미국, 유럽 등 곳곳에서 먼저 아벨리노를 찾고 있습니다. 앞으로 아벨리노의 과제는 더욱 다양한 유전자 진단법을 연구해 IT계의 애플이나 구글처럼 미래를 개척하는 바이오업계의 선두주자가 되는 겁니다.”

약력  1966년생. 연세대 경제학 석사. 1991~98년 제약회사 글락소웰컴 코리아 프로덕트 매니저. 2004~08년 메디제네스 대표. 2009년~현재 아벨리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