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평 해군사관학교, 부산대 경영대학원, 중국 베이징대 경영대학원, 미국공인회계사, SK텔레콤 의료 ICT 융합 솔루션 사업 담당, 한국웨어러블연구조합 이사장
김태평
해군사관학교, 부산대 경영대학원, 중국 베이징대 경영대학원, 미국공인회계사, SK텔레콤 의료 ICT 융합 솔루션 사업 담당, 한국웨어러블연구조합 이사장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보험사가 웨어러블디바이스 등 건강 증진 효과를 통계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기기를 경품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7월 2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소비자 건강 증진형 보험 상품, 서비스 활성화’ 간담회에서 보험사 및 헬스케어 사업자들을 만난 자리에서였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현재 3만원 이하인 보험사 경품 한도를 웨어러블디바이스에 한해 10만원 이하로 확대, 보험사가 건강 증진형 상품을 판매할 때 웨어러블디바이스를 소비자에게 지급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는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고 있는 웨어러블디바이스 업계의 건의에 따른 것이다.

웨어러블디바이스란 사용자 신체에 착용하는 전자 장치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신체 변화와 주변 환경에 대한 상세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다. 초기 웨어러블디바이스는 시계나 안경 등 액세서리 형태로 출발했지만, 최근 해외에서는 생체에 이식하는 것까지 시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규모(매출액 기준)는 2013년 9억달러(약 1조800억원)에서 2020년 327억달러(약 39조5000억원)로 연평균 6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코노미조선’은 2015년부터 웨어러블디바이스를 개발해 치매 환자와 공장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스타트업 메디코넥스의 김태평(49) 대표를 인터뷰했다. 7월 2일 통신기술(IT) 기업이 밀집한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내 메디코넥스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수수한 평상복 차림의 구수한 인상이었다.

김 대표는 자체 개발한 웨어러블디바이스를 대기업에 납품한 첫 사례라며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태양전지 공장을 소개했다. 충북 진천군 산수산업단지 내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태양전지 공장은 축구장 26개(19만㎡) 규모의 스마트공장이다. 한화 로고가 새겨진 로봇 팔과 자동화 장비가 쉴 새 없이 웨이퍼(태양전지의 원료인 둥근 원판)를 가공한다. 웨이퍼 입고부터 출하까지 전 공정이 자동화돼 있다. 이곳은 지난해부터 직원들에게 손목시계 모양의 웨어러블디바이스를 지급해 설비 장애를 실시간으로 개선하고 있다. 이 디바이스를 통해 노동자의 위치와 건강 상태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정위치에 있지 않으면 사고가 난 것으로 간주해 큰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다.

김 대표는 “2015년 메디코넥스 창립 후 주력 제품이었던 치매 환자 웨어러블디바이스에 관심을 보인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공장에서 2018년 1월 연락을 취해, 신제품을 개발한 후 납품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는 웨어러블디바이스의 영역 확대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자평했다.


한화큐셀코리아 직원이 웨어러블디바이스로 설비 장애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한화큐셀코리아
한화큐셀코리아 직원이 웨어러블디바이스로 설비 장애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한화큐셀코리아

2012년 병원 요청으로 시작한 서비스가 출발점

김 대표는 어떻게 웨어러블디바이스에 관심을 가지게 됐을까. 그는 2001년부터 2015년까지 SK텔레콤에서 의료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솔루션 사업 담당자로 근무했다. 이곳에서 환자 중심의 모바일 솔루션 사업화를 추진했다. 과거에는 의사가 환자 상태를 개인용컴퓨터(PC)나 노트북으로 확인했으나 웨어러블디바이스 플랫폼을 개발해 의사가 실시간으로 환자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이었다.

김 대표는 “2012년 SK텔레콤이 와이파이망을 설치한 개인 병원과 요양병원 측의 요청으로 웨어러블디바이스 플랫폼을 처음 개발하게 됐다”면서 “이 플랫폼을 몇 개 병원에서 도입했는데 이를 통해 OCS(처방전), EMR(의료내역), PACS(디지털 MRI, CT 사진)를 의사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더 신속한 진료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그는 이런 사업을 진행하던 중 치매 노인 보호를 위한 웨어러블디바이스 아이디어를 냈다. 이어 퇴사 후 2015년 6월 IoT 기반 대인·대물 관제용 제품 및 서비스 플랫폼 메디코넥스를 창립했다. ‘연결을 통해 국민 건강과 사회 안전에 기여한다’는 게 창립 목표다. 김 대표는 “개인적으로 치매 부모에 대한 우려와 그간 쌓아온 업무 노하우가 결합된 결과물”이라고 했다.

그는 메디코넥스 설립 후 치매 노인 배회 탐지기를 웨어러블디바이스로 만들었다. 이 제품은 치매 노인 가족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치매 노인 위치 확인은 물론 심장박동수를 이용한 스트레스 여부와 간단한 건강 상태까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이를 일부 개인 병원과 성남시 은학의집(요양병원) 등에 적용한다. 은학의집에 있는 치매 노인들은 모두 메디코넥스의 웨어러블디바이스를 지급받을 예정이다. 치매 노인 가족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부모의 위치와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 SK텔레콤의 LoRa망(저전력 장거리 사물인터넷 전용망)과 블루투스 기술 등이 활용된다. 김 대표는 “LTE와 GPS 환경에서는 웨어러블디바이스의 배터리를 12시간밖에 사용할 수 없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내에서는 GPS를 사용하지 않고 LoRa망을 이용해서 배터리 사용 시간을 훨씬 길게 했다”고 했다.


3년 새 매출 6배…올해 목표는 30억원

메디코넥스는 현재 직원 11명 규모의 신생 기업이다. 2015년 매출액 1억100만원에서 지난해 6억2100만원으로 6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순수익도 2300만원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1억원을 돌파해 1억5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중소기업벤처부로부터 벤처기업확인 인증을 받고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2억원 규모의 대출 보증을 받았다. 올해 5월에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스마트시티 융합 얼라이언스에도 등록했다. 김 대표의 올해 매출 목표액은 오렌지밴드(치매 환자) 사업 4억5000만원, 스마트 공장 사업 15억원, 스마트밴드 개발 및 유통 10억5000만원 등으로 총 30억원이다. 순이익 목표액은 전년보다 400% 이상 성장한 4억5000만원이다. 메디코넥스는 SK텔레콤(IoT 파트너), 삼성전자(밴드 공급), 한화큐셀(밴드 공급) 등 대기업과도 협업하고 있다.

김 대표는 어려운 점도 얘기했다. 그는 “웨어러블디바이스는 다품종 소량 생산 품목이어서 보기보다 개발과 양산에 시간과 돈이 많이 투자된다”면서 “기술보증기금에서 대출 보증을 받을 때도 과거 매출 기준으로 보증 한도가 정해지다 보니, 초기 기업은 정부 대출 보증을 받기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마케팅할 채널을 많이 늘려주려고 노력하는데, 도움 한 번 받으려면 서류 준비에만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