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노경식 김앤장 법률사무소 ESG그룹장, 이준기 법무법인 태평양 ESG 대응팀장, 김상곤 법무법인 광장 ESG팀장, 윤용희 법무법인 율촌 ESG 연구소 변호사. 사진 각 로펌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노경식 김앤장 법률사무소 ESG그룹장, 이준기 법무법인 태평양 ESG 대응팀장, 김상곤 법무법인 광장 ESG팀장, 윤용희 법무법인 율촌 ESG 연구소 변호사. 사진 각 로펌

법무법인 태평양은 1월 18일 오후 3~5시 20분 웨비나(웹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웨비나 주제는 ESG였다. ESG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올해 기업들의 주요 경영 화두로 꼽힌다. 이 행사를 진행한 장호경·유종권·김현아 태평양 변호사는 ‘이코노미조선’과 통화에서 “약 450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해 접속률이 낮아지지 않았다”라며 “그간 ESG는 재무적투자자(FI)들의 관심이 더 많았는데 이번 행사에는 일반 기업 관계자들이 많이 참여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앞서 태평양은 지난해 10월 약 20명 규모로 꾸려진 ‘ESG 대응팀’을 발족했다. 정연만 전 환경부 차관을 비롯해 국내외 기업 법무 및 인수합병(M&A), 환경, 금융, 노동, 공정거래,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 분야 변호사들이 참여했다. 팀장은 M&A 및 에너지 전문가인 이준기 변호사가 맡았다.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며 사회 문제 해결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과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러나 ESG는 그 활동과 결과를 정량적으로 산출·평가하는 게 특징이다. ESG는 기존 기업 평가 지표인 재무제표만으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시각에 따라 대두되고 있다. 정부도 최근 이를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1월 14일 ‘기업공시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ESG 정보를 담은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우선 이달 중 1단계로 ESG 정보 공개 가이드를 제시한다. 이어 2025년까지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 자율 공시를 활성화한다. 2단계로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자산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가 의무화된다. 3단계인 2030년부터 전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확대된다.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기업 평가에 수치로 반영한다는 의미다.

기업 상담이 늘면서 로펌도 바빠지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은 최근 ‘ESG 연구소’를 설립했다. 30여 년간 환경법 정책의 제정·집행 업무에 종사해온 이민호 ESG 연구소장(환경공학 박사, 전 환경부 환경정책실장) 및 윤용희 변호사를 주축으로 30여 명이 뭉쳤다. 율촌은 1월 중 글로벌 환경·안전·보건·사회·지속가능성 컨설팅사인 이알엠(ERM)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체결하고 더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율촌 관계자는 “2월 중 ERM과 공동으로 ESG에 관한 웨비나를 계획하고 있다”라며 “이 웨비나를 통해 국내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ESG 이슈들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로펌 업계 1위 김앤장 법률사무소도 지난해 초 ESG를 전담할 ‘김앤장 ESG그룹’을 설립했다. 기존부터 활발하게 활동해 온 환경팀, 컴플라이언스팀, 기업지배구조팀을 ESG 이슈로 연결해 통합적 업무를 수행하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노경식 변호사를 그룹장으로 하며, 김성우 환경에너지연구소장 등 전문가와 30여 명의 변호사가 참여했다. ESG그룹 소속 김혜성 변호사는 “지난해 말부터 기업들의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고 있다. 구체적으로 뭘 준비해야 하는지 상담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광장도 지난해 3월 약 30명 규모의 ‘광장 ESG팀’을 꾸리고 대응에 나섰다. 김상곤 변호사, 설동근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네이버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ESG 보고서 표지. 100쪽 분량이다. 사진 네이버
네이버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ESG 보고서 표지. 100쪽 분량이다. 사진 네이버

네이버, SK 등 대응 시작하는 기업들

일부 기업들은 ESG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선 주목되는 분야는 정보기술(IT) 업체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새로 꾸렸다. 이 위원회는 이인무 네이버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변대규 네이버 이사회 의장, 정의종 네이버 사외이사,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위원으로 참여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해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에 ESG 전담조직 신설을 완료했다”라며 “이 조직은 최근 100쪽 분량의 ESG 보고서를 공개했다”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는 ‘프로젝트 꽃’ ‘인권 존중’ ‘환경 영향 관리’ 등 네이버의 ESG 활동 내용이 빼곡히 담겼다. 카카오도 1월 12일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이용자 정보보호와 디지털 책임을 담은 ‘인권경영문’ 등을 연달아 발표했다.

재계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이 감지된다. SK그룹은 전사 차원에서 ESG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계열사 16곳에 ESG 전담 조직을 신설한 것.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ESG를 통해 기업의 경제적 가치와 이해 관계자의 신뢰를 동시에 확보해야 기업 가치를 지속해서 높일 수 있다”고 여러 번 언급했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는 1월 14일 ESG 경영 가속화를 위해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는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린본드는 환경친화적 투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한 용도로만 쓸 수 있는 특수목적 채권이다. 최근 ESG 전문가를 담당 임원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한국 대표 기업 삼성전자도 ESG를 강화하기 위해 ‘지속가능 경영사무국’을 신설하고 ESG 관련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현대그룹 계열사, 효성그룹 계열사 및 금융지주사인 KB그룹 계열사 등도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ESG 관련 투자가 강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권이 교체되면서 글로벌 그린뉴딜 정책에 시장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라며 “관련 기업에 대한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윤성원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ESG는 재무∙사회적 성과를 모두 달성하는 투자 패러다임으로 앞으로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plus point

글로벌 기업·투자자도 ESG 활동 분주

1월 20일(이하 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ESG 경영은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바이든은 취임 후 그린뉴딜에 5조달러(약 5503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ESG를 ‘선택이 아닌 필수’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월 13일 미국 CBS 방송에 출연해 “흑인대학(HBCU·Historically Black Colleges and Universities)과 협력해 전국에 학습 허브 100여 곳을 설립하는 등 인종차별 해소를 위해 1억달러(약 1098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CBS에서 “다음 날 애플이 중대 발표(big announcement)를 할 것”이라고 예고하자, 시장에서는 ‘애플카’ 등 핵심 사업 관련 뉴스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이 빗나갔다.

1월 14일 폐막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1에서도 ESG는 주요 키워드였다. 독일 자동차 부품 업체 보쉬는 AI와 사물인터넷(IoT)을 결합한 ‘AIoT’ 기술을 선보이며 “AI가 삶을 개선하고 기후 변화를 막는 데 쓰이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구글·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ESG 관련 활동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일례로 구글은 지난해 7월 ‘탄소 제로 에너지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10년간 50억달러(약 5조4900억원) 이상을 투자해, 5(기가와트시) 규모의 태양열·풍력 등을 확보하기로 했다.

ESG 경영에 대한 ‘글로벌 큰손’들의 투자도 잦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는 지난해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annual letter)에서 “기후 변화는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들이 이 문제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라며 “향후 10년간 ESG 관련 투자를 10배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2018년 공적 연금, 사적 연금, 보험회사 등 글로벌 투자사 118곳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관의 84%가 “투자 시 ESG 관련성을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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